그답게 흘러가기를
삼 년 반 만에 그를 만났다. 전에 말한 첫 번째 목표를 이룬 직후였다. 늘 그래왔듯이 어떻게든 해냈던 그였다. 발령 대기 중이라 했다. 살면서 처음 쉬는 시간이었다. 그에게 직접 들은 내용은 아니니 내 짐작일 뿐이었다. 그는 서른하나에 전문직이 되었다. 잊을 만하면 떠오르는 사람을 눈앞에서 못 알아봤을 리 없다. 스치듯 지나가는 옆모습에서, 안경테에서, 전화 목소리에서, 그를 발견했다. 가까운 사람과 통화 중이었다. 편안하지만 다정하지는 않은 걸로 보아 가족인 것 같았다. 내가 탐했던 다른 지역 억양이 들려왔다. 이렇게 볼 줄은 몰랐는데 만나고 말았다. 그는 나를 못 본 것 같았다. 그도 나를 기억할 것이었다. 그때와 비슷한 차림의 그가 덜컹거리는 전철 소리 사이로 웃음을 뱉고 있었다. 뒤돌아보면 그에게 말을 걸 수 있었다. 전화 중이지만 그건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가 이렇게 말도 안 되게 다시 만났는데 이 엄청난 일을 모르고 있었다. 몸을 조금만 돌리면 눈이 마주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 순간 생각했다. 다시는 그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을. 그를 만나는 방법은 내 글이 그의 손에 닿는 방법뿐이라는 것을. 나는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젠가 그의 글을 구입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나에게 함부로 알려 준 그 꿈을 이루기를 원하면서. 그는 원칙을 어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비이성을 보여 준 것이었다. 문학이 노래가 숫자가 서울이 한국어가, 기억이 우리를 연결하고 있었다. 나는 앞으로 걸어가며 생각했다. 그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그저 내가 아는 그답게 흘러 흘러가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