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깔나는 사람
"김치말이국수 나왔습니다."
점심시간 넓은 식당 구석에 앉아 새콤달콤 국수를 만난다. 소면은 다소곳이 몸을 말고 하얗게 앉아 있다. 그 주위를 다홍 빛깔 액체가 발그레하게 물들인다. 푹 잠긴 면에 닿을 듯 말 듯 얼음을 동동동 띄웠다. 상큼한 김치는 잘게 다져 면 위에 소복이 쌓았다. 푸르른 오이채는 젠가처럼 차곡차곡 올렸다. 마지막으로 축복의 깨를 살살살 내리면 이게 바로 김.말.국.
우선 1큰술로 간을 볼까. 스읍. 하, 좋다. 왼손에 숟가락 오른손에 젓가락 장전 후 돌격. 김치말이국수이긴 하지만 파스타처럼 천천히 올려 먹어 보자. 그렇지 않으면 후루룩 쩝쩝 단숨에 끝이니까. 젓가락으로 우아하게 돌돌돌 만 다음 왼손을 받쳐 호로로록 쫍 즐기는 거야. 아참 달걀이 있었지. 뽀얗고 매끈하고 노랗고 포근한 달걀 반 개는 한입에 앙 부드러워. 그리고 다시 국물 한 숟가락 크흐. 안주를 먼저 먹고 술을 넘기는 이 기분, 좋아.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익숙한 손놀림으로 면을 말아 준비한 뒤 작은 김치를 푸짐하게 올려 줘. 위에 오이 두 조각으로 꾸민 다음 입 안에 전부 담을 거야. 말랑말랑 소면 사각사각 김치 아삭아삭 오이까지 혀끝으로 느끼는 한 그릇 종합예술. 시간이 빠르게 흐른 건지 내 손이 빠른 건지 어느새 붉은 육수 한 줌만 남아 있는 면기를 보며 입맛을 다신다.
이렇게 시큼하면서도 달짝지근한 사람이 되고 싶다. 천천히 음미하고 싶지만 속도를 조절하기 힘들 정도로 구미를 당기고 뒷맛이 깔끔한 사람. 무더운 여름 시원하게 땀을 식혀 주는 즐거운 사람. 김치말이국수처럼 맛깔나는 사람이 될래.
식당을 나오자마자 쏟아지는 숨막히는 열기. 시원한 얼음물에 국수가 되어 잠수하고 싶다. 먹어도 먹어도 또 먹고 싶은 김치말이국수, 올여름은 너로 정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