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먹고 싶으세요?

by 아륜

지하철 임산부석에 앉아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다리 사이에 귤을 스무 개 남짓 담은 봉지를 두었다. 한 여자가 내 앞에 서서 손잡이를 잡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말했다.

“학생, 미안한데 내가 임신 중이라 서 있기가 힘들어서요. 여기 앉을 수 있을까요.”

나는 죄송하다고 말하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겉으로는 야위어서 임산부인지 몰랐다. 아직 초기인 듯했다.

“속이 안 좋아서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거든요.” 여자가 말했다.

나는 손에 든 귤 봉지를 짐칸에 올려 두었다. 여자가 고개를 들어 내 쪽을 보았다. 나는 앉아 있는 여자를 잠시 보다가 시선을 피했다.

“귤 하나만 줄 수 있어요? 갑자기 먹고 싶어서요.”

나는 좌석 위에서 귤 봉지를 꺼내 귤 하나를 주었다. 여자는 껍질을 까서 허겁지겁 귤을 집어먹었다. 입덧할 때 토한 뒤에도 먹고 싶단 말을 들은 적 있다. 여자도 그런 모양이었다.

“하나만 더…”

여자가 두 손바닥을 모아 내밀었다. 나는 귤 두 개를 더 집어 여자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여자는 귤을 까자마자 통째로 한입에 넣어 먹었다.

“귤이 맛있네요.”

“감사합니다.”

임신한 여자 옆에 할아버지가 있었다.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하나 드릴까요?” 내가 물었다.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한 손을 내밀었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귤 두 개를 드리고 다시 손잡이를 잡고 서 있었다. 뒤에서 한 아주머니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 귤, 참 맛있어 보이는데 어디서 샀어요? 나는 자주 가는 과일가게 이름을 알려 주었다. 과일가게 건물 이 층에서 아르바이트 끝나고 내려와 과일을 자주 사는데 오늘은 특별히 할인을 받았다고 말해주었다. 아주머니가 귤을 바라보는 눈빛이 이틀을 굶고 첫 식사를 앞둔 사람 같아서 나는 귤 하나를 건넬 수밖에 없었다. 아주머니는 귤껍질을 까지도 않고 귤을 와작와작 씹어먹기 시작했다.

귤이 이렇게 인기 있는 과일이었나 생각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칸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나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다들 먹고 싶으세요?”

사람들이 저마다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가까운 사람부터 남은 귤을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귤이 다 떨어져 저쪽 노약자석에 있는 할머니에게는 차례가 돌아가지 않았다. 나는 귤을 전부 잃었는데도 할머니의 시선에 얼굴이 화끈거려 내려야 할 역 바로 전에 내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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