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짝짝
주문하고 오래 지나지 않아 음식이 나왔다. 그는 식전 빵과 샐러드에 손을 대지 않고 줄곧 핸드폰을 보았다. 두 그릇의 파스타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는 오늘 먼저 만나자고 했다. 사흘 만의 연락이었다. 이십칠일 만에 우리는 얼굴을 마주했다. 나는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달리 할 일이 없어 음식을 받자마자 급히 먹었다.
“바빠?” 내가 물었다.
“잠깐만. 오랜만에 연락이 와서.”
“친구?”
그는 대답이 없었다. 나의 말은 공중에 흩어졌다. 그에게 오랜만이라는 기준은 뭘까. 이십사 시간 쉬지 않는 시대에 우리는 팔십 시간 동안 단절되었다. 나는 여러 번 밥을 먹자고 청했다. 그는 다음 주, 그다음 주 미루기만 하더니 웬일로 만나자고 하고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음식은 따뜻했다. 나는 먼저 식사를 끝내고 얼음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의 분주한 손이 멈췄다.
“벌써 다 먹은 거야?” 그가 말했다.
“응.”
“다 먹었으면 나갈까?”
“그래. 오늘은 내가 살게.” 내가 말했다.
“아니야. 오늘은 내가 살 거야. 내가 사려고 했어.”
“왜? 한 달 전에 자기가 사지 않았어?”
“오늘은 내가 사야 돼.” 그가 말했다.
“사야 된다니?”
“가자.”
그는 마지막 만찬을 계산했다. 차라리 화끈한 아귀찜 집에나 갈 걸 그랬다. 서둘러 계산을 마친 그는 맞은편에 바로 보이는 카페에 들어갔다. 나는 카페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안쪽 자리로 앞장서 들어가는 그에게 말했다.
“다른 데 갈래.”
카페를 나와 그를 기다렸다가 나란히 걸었다. 곧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나왔다. 나는 습관처럼 그의 팔짱을 꼈다. 그는 처음으로 내 팔을 빼며 말했다.
“나 지금 너무 더워.”
오늘 날씨는 덥지 않다.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라 오히려 추울 정도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한 층을 내려가 아늑한 분위기의 카페로 들어갔다. 주문한 커피 두 잔을 받고 그는 입을 뗐다.
“요즘 우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흔한 말이지만 직접 들어보기는 처음이었다. 무언가 생각을 말하고 싶었지만 돌아올 말이 뻔해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나 화장실 다녀올게.” 나는 일어섰다.
한 달 만의 데이트를 위해 레이스가 나풀거리는 공주님 옷에 그라데이션이 빛나는 눈 화장까지 하고 나왔다. 거울 속 나는 검게 변해가고 있었다. 빨간 눈동자와 그 주위를 장식한 까만 라인이 볼 만했다. 혹시 그가 갔을까 종종걸음으로 자리에 돌아왔다.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나 왔어. 그리고 무슨 말인지 알아. 그렇게 하자.” 내가 말했다.
“…”
“그게 좋겠어.”
“미안해.”
주변 테이블을 보았다. 모두 손뼉을 치며 웃고 있었다. 그가 따라 웃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박장대소를 했다. 모두가 웃었다. 나는 웃을 수가 없었다. 울 수도 없었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포기하고 택시를 잡았다. 더 이상의 작별 인사는 무의미했다. 택시기사는 오늘 뉴스에서 재미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나에게 공감을 시도했다. 나는 따라 웃고 싶지만 웃을 수가 없었다. 기사는 우스워서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꺼이꺼이 웃더니 운전대까지 놓고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나는 창문을 내렸다. 퇴근 시간 도로 위는 주차장처럼 빼곡하게 차가 서 있었다. 차창 너머 오른쪽의 차를 보았다. 운전자가 웃고 있었다. 그 뒤에 타고 있는 사람도 웃었다. 자리를 옮겨 왼쪽에 있는 차를 보았다. 조수석에 앉아 있는 여자가 날카로운 웃음소리를 냈다. 여자에게 안겨 있는 어린아이가 작은 손으로 박수를 치며 웃었다. 모두가 웃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손뼉을 쳐 봤다.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박수를 더욱 세게 쳤다. 울음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양 손바닥에 빨간 자국이 남을 만큼 짝짝짝 박수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