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17.
인생은 수없는 불가항력의 사건을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단련되고 성숙한다. 저항할수록 고통은 커지고 체념할수록 삶은 팍팍하다. 일어나는 모든 것을 체념이 아닌 순응으로 대처하며 지혜롭게 견뎌내는 것이 성숙한 삶이다.
이렇듯 턱도 없는 요설을 떨고 싶으나 내 속은 무진히 부대낀다.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고 온전히 체념하지도 못한 채 그렇다고 순응하지도 않으면서 어설프게 세월을 탓하며 깊숙이 박힌 굳은살만 굽어보며 하루하루를 넘긴다. 간혹 찾아드는 찰나의 행복은 그야말로 스치듯 나를 붙잡지만 그 짧은 기억만으론 위안이 되지 않는, 변함없는 결핍의 시간이 흐른다.
이것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으나 이제는 딱히 그것 때문도 아니고 결국 나에 대한 불만과 불안으로 말미암은 고독과 고통의 시간이다. 쉼 없는 방황의 영혼은 현실에 빌붙어 무력해진 심신과 늘 부딪는다.
나는 무엇도 놓지 않으려 하면서 또한 놓으려 한다. 아직 나는 어리석고, 제법 세월에 파이고 깎여 제대로 둥근 듯하지만 여전히 뾰족한 내면엔 긴장과 두려움이 흐르고, 솟구치는 욕구를 억누른 채 어찌하지 못하고 어제도 오늘도 투덜거릴 뿐이었다.
어둠 속에서 하루는 길을 잃었고 또 하루는 가을비 젖는 길 위를 걸었다.
길을 잃은 날, 거리의 휘황한 불빛이 어둠과 붙은 광경은 마치 혼탁한 내 머릿속 같았다. 달아나듯 숨어버린 이유를 그때는 알지 못했다. 아직 많은 것을 놓지 못하는 미숙하게 고루한 조금 오래된 여자는 활기 가득한 다채로운 세상에 섞이지 못하고 절로 튕겨 나갔다.
젖은 가을 속에 있던 날, 여전히 소란한 마음속을 서성이는 조금 오래된 여자는 아직 낙엽이 덮지 않은 새뜻한 길을 밟으며 놓지 않으려는 많은 것 중 몇 가지를 젖은 길 위에 버렸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여전히 수선스러운 마음속을 헤매긴 했지만 차창에 흔들거리는 불빛이 산란해 뵈지 않았다.
세상은 참 쓸쓸하지만, 아름답다.
너무 긴 시간 어리석었다. 내 안의 자유를 얻기 위해 버려야 할 많은 것들. 이제는 확실히 놓아야 한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 고 바람이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