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2014.7.22.

by 백경


네게로 가는 길 위의 꽃들은 죄다

그늘에 생을 널어둔 채

웃음기 없는 바람과 쌀쌀맞은 빗물로

시한부 일기를 써 내려간다,

너처럼


네가 숨은 그 집

귀신을 쫓는 늙은 개가

단명한 꽃들의 혼령과

씨름하다, 소리를 잃고

시름시름, 소리도 없이 앓는다


불온하게 웃자란 잡초가

그 집 담벼락보다 높고

숨을 오가며 따라붙는 고독이

마당 가득 희뿌옇게 내려앉는다

산발한 그늘 아래서 너를 찾는데

소리 잃은 늙은 개가

내게,

소리 없는 소요를 떨며 울부짖는다


휘휘한 바람이 그늘을 흔들어

단정하지 않은, 녀석의 숨을 매만지니

사방은 고요한 듯 이내, 다시 소란스럽다


저너머 길 위의 꽃들이 웅성거리고

떠나가던 바람이 제 몸을 젖혀

내게,

나지막이 속삭인다


네가 숨어든 지

벌써 반백 년이 흘렀는데

아직도 너는 너를 찾아 떠도니

지상 아름다운 것들이

두려워 우수에 젖고

애처로워 눈물 쏟는다

이제 그만 멈추어,

쉬어라






꼭꼭 숨은 너를 어디에서, 어떻게 찾을 수 있나!

실루엣이라도 보고 싶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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