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20.
어김없이 시간은 흐르고 계절의 바람은 전보다는 제법 유순하다. 가슴속 뾰족한 것들도 시간 따라 순해지면 좋은데 아직 그것까지 둥글어지진 않는다.
나는 여전히 부재하는 누군가와 치열하게 다툰다. 홧홧해진 얼굴로 씩씩거리다 이내 제풀에 나동그라지고 말지만 그나마 그러고 있을 때 아직 살아 있음을 인지한다.
나를 둘러싼 시간들은 점점 기운을 잃고 시그러지는 듯만 싶다. 탄력 없는 시간들이 아주 느슨하게 주위를 스치며 흘러 알 수 없는 미세한 구멍 속으로 휩쓸려 간다. 나는 이곳에 고정된 채 머물러 있는데 시간들은 점점 나를 떠나 쫓을 수 없는 어딘가로 빠져나간다.
사유와 글쓰기가 낯설어지기 시작한 어느 날부터 나의 얕은 숨쉬기는 공허한 현실이 삼켜버렸다. 영혼의 상처도 현실 앞에선 무력해진다. 고작 날카로운 말과 글로 쑤석대며 건드려본들 모든 게 부질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또 틀림없이 잘 살아갈 테다. 가슴속 벼린 것들도 속절없이 가버리는 시간 안에선 몽총하게 무뎌져 시간과 함께 사그라질 테다.
오늘보다 내일을 견디기 위해 지금은 웃는다, 쉽지 않지만. 고질병이 도져도 어느 날부터인가 아무렇지 않게 잘 넘긴다. 쏟아지는 작달비에 이 계절의 격렬함도 조금은 씻기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