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5.4.
온통 봄이 스며든 세상을 기대하고 걸었으나 늘 그러했듯 제대로 만끽하기도 전에, 봄날은 또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내 인생의 봄날이 어느새 시그러진 것처럼 이 계절은 늘 그렇게 찰나의 꿈처럼 왔다가 아쉽게 가버린다. 파릇파릇 연약하던 연두가 걸쭉한 초록으로 물들고, 살랑이던 바람은 훈기로 뒤덮이고, 상냥하던 햇볕은 날카롭게 변했다. 거기에 봄날은 더 이상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문득 내 생애의 봄날이 언제였던가, 미련하게 과거를 더듬어보지만 애써 따라가 봐도 기억해내지 못한다. 내게 봄날이 있긴 했던가 싶게 떠올리지 못한다. 무진히 찬란하기를 바랐던 생이 기대와 달리 빛깔 없는 무채색이었을 때의 그 당혹감은 생생하다. 그저 눈부시기만 할 줄 알았던 생이, 내가 선택한 현실의 파문에 격하게 변색되어 갔을 때의 절망감은 충분히 기억해낸다. 짧은 듯 몹시 길었던, 한 발짝 내딛지도 못한 채 회색의 모래벌판 속을 허우적거렸던 시간.
그것은 마치 옛 시절의 설화인 양 내 머릿속 언저리에서 떠돌며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풍장하듯 날아가버린 내 생의 봄날을 다시 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