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09.
계절이 내뿜는 위력에 실색하며 하루를 거두는 중입니다. 내 속의 무엇도 달라진 건 없는데 나를 둘러싼 많은 것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아주 고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너울이 무섭게 이는 바다 한복판에 있는 느낌입니다. 그것이 두렵지는 않습니다. 외려 편안하기까지 합니다. 군중 속에 휩쓸리긴 했으나 아직 표류하는 나를 자주 봅니다. 여전히 단순해지진 않습니다. 아니 어쩌면 너무 단순해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주검 없는 생의 봉분을 쉽사리 허물지는 못합니다.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연습 중 뜬금없이 흐른 눈물의 의미도 알지 못합니다. 생각을 멈추고 살려고 애씁니다. 아무렇게나 떠다니는 내가 무서워 잠깐씩 다리에 힘을 줘 보지만 땅에 닿아 있진 않습니다.
길을 따라 걷고 있는 것이라면 좋겠습니다. 나의 또 다른 배회는 아니길 바라지만 왠지 운명의 장난에 휘둘리는 느낌이 드는 것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어떠한 고뇌도 없이 시작된 일에 서서히 괴로움이 깃들면 나는 또 무언가를 포기해야 합니다.
나는 내가 제일 두렵습니다. 온전히 나를 아는 누군가 내게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세상은 쓸쓸하지만 아름답다, 고 말입니다.
끈적이는 여름밤, 뒤척이는 당신의 머리맡에 서늘한 바람으로 건너가 짧은 듯 긴 생의 한 자락 풀어헤치고도 싶지만 어차피 삶은 홀로 떠돌다 가는 길이기에 허공에 뜬 발길을 애써 묶어 놓습니다. 부디 평안하시길.
이제는 운명에 순응하려 한다.
약해졌다기보단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Amor Fa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