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서사

2017.6.29.

by 백경


아침이 눈앞에 내려앉는 시간이 계절의 변화와 함께 갈수록 당겨진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에 눈을 뜨는 것이 일상이 돼버린 지 십수 년이라 변스러울 것도 없지만 이즈음 새벽의 내 정서는 오래전과는 다르다. 새벽의 적막이 주는 알 수 없는 생동과 거기에서 말미암은 흐릿한 결의와 위안이 그것이다.

블라인드를 걷고 창을 열면 오늘 내 앞에 펼쳐질 하루의 검은 실루엣이 희미하게 보인다. 그와 동시에 뿜어지는 흙과 나무와 바람의 냄새는 뭐라 형용하기 힘든 생동의 힘으로 다가온다. 한껏 제대로 들이켜면 생존의 향기가 거침없이 콧속으로, 가슴으로 메어온다. 밤새 어둠 속을 질척거리며 방황하던 영혼과 육신도 자연스레 깨어난다. 새들보다 먼저 일어난 나는 잠들어 있는 새들의 기상을 기다린다. 어둠 속 새들은 우짖지도 않는다.

검은 베일이 벗어지듯 어둠이 저 너머로 사라지고 잠깐 사이에 하루의 이마가 훤하게 드러나는 것을 목격한다. 일찍 눈 뜬 새들의 지저귐이 가까이에서 들린다. 어제와는 또 다른 하루의 개방을 천하에 알리려는 듯 높고 맑은 소리로 재재거리며 이 가지로, 저 가지로 혹은 허공으로, 땅으로 부산하게 움직인다.

천상으로 떠나간 늙은 개는 함께했던 숱한 그 새벽과 나를 기억할까. 품에 안긴 채 함께 느꼈던 새벽의 신묘함을 잊지 않았을까. 늙은 개가 떠난 후 혼자 맞는 새벽이 얼마간은 너무 허전하고 허망했다.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마냥 뭉클했고 예의 눈가는 젖고 말았다. 지금도 매한가지이나 새벽의 그윽함과 꿈틀대는 호흡이 던져주는 위로에 쓸쓸하지 않을 수 있다.






그때의 새벽을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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