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니까

2008.1.26.

by 백경


계절 탓이기도 하겠지만...

내 마음 머무는 곳들이 참 쓸쓸하다.

렌즈를 통해 내게로 들어온 세상도 거의가 쓸쓸하다.



2008.01.19. 캐논 400d



곳곳에 휘휘하기까지 한 마음이 묻어난 사진들을 들추며 타고나기를 고적하다 했다던 어느 역술인의 말을 얼토당토않다 치부했던 옛 기억이 떠오른다. 그들의 말처럼 쓸쓸함도 운명이라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사는 것이 가벼울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운명을 믿지도, 그렇다고 아무것도 아니라 단정 짓지도 못하며 살았다. 인간이면 누구나 느끼는 쓸쓸함을 운명이라며 그 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도 우스운 일일 테고, 설령 나의 아픔이 다른 이들의 아픔에 견주어 크다 하더라도 그것만을 붙든 채 일생을 메마르게 하는 것은 정말이지 청승궂은 일이다.


그러나 나는 때때로 지지리 청승스럽다, 세월도 잊은 채. 부러 큰 소리로 웃거나 말수가 많은 이를 보게 되면 가슴 한 귀퉁이가 아릿해진다.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들 마음 어느 언저리엔 찢어진 흔적이 있게 마련이다.


평소보다 말이 많고 가벼워질 때, 그때는 쓸쓸한 것이다. 정작 쓸쓸함으로 처절할 때는 울음 대신 웃음이 난다. 쓸쓸한 눈을 통해 들여다보는 세상 역시 쓸쓸하지만, 나는 그 쓸쓸함이 나쁘지 않다. 원래 생(生)은 온통 쓸쓸하니까.






십여 년이 흐른 지금, 묵직한 둔기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운명에게 항복의 제스처를 취하는 중이다. 머지않아 내가 운명의 뒤통수를 후려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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