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3.7.
오전 일찍 안과를 가기 위해 서둘러 집안일을 끝내고 현관을 나섰다. 꽃샘추위를 온몸으로 느끼며 버스를 기다려 탔다. 어제가 예약일이었으나 갑자기 떨어진 기온에 나가기가 겁이 나서 미뤘더니 어제보다 더 춥기만 했다. 한 달 동안 눈꺼풀이 퉁퉁 붓고 내려앉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 안약을 넣었더랬다. 그런데도 안구의 습기는 바닥이란다.
재작년인가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해서 작년부터 다시 시작한 안구건조증의 치료는 이 병원에선 보통 10차까지 진행된다는데 이제야 겨우 7차로 넘어갔다. 갈수록 심해지는 비문증 때문에 초음파 검사도 받았다. 날아다니는 것들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했다. 왼쪽 망막은 구멍이 뚫려 있어서 땜질하느라 레이저 치료도 받아야 했다. 그냥 두면 망막박리가 일어난다나.
양쪽 시신경이 조금씩 함몰되었고 백내장과 황반 변색이 진행되고 있다고 의사샘이 말했다. 일 년에 한 차례씩 꼭 정기검진 받을 것을 강권한다. 돋보기 맞춤을 위해 처방도 받았다. 더는 참을 만하지 않았기에 하릴없는 일이었다. 주말에 안경점에 들러 생애 첫 돋보기를 맞출까 한다.
한 달치 안약과 먹는 약을 받아 들고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데 앞이 어른거리며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검사와 치료로 인해 서너 시간은 눈부심과 함께 그런 증상이 있다고 들었다. 당황스럽긴 했다. 처음 시력을 잃고 며칠간 우울해했던 늙은 개 생각이 났다. 얼마나 두려웠을까. 늙은 개가 떠난 지 딱 한 달이 되는 날이다. 와중에 또 그립고 슬프다.
새삼 늙는 게 서러웠는지, 서글펐는지 희미한 찬바람 속을 걸을 때는 살찐 눈물 두어 방울이 눈가를 적셨다. 늙는다는 건, 나날이 조화가 깨지는 몸의 온갖 반응들과 대적하는 것이다. 부조화에 따른 숱한 저항과 타협하며 다시 내 몸과 적절히 어우러지게 하는 과정이 곧 늙음의 시간인 듯만 싶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쉽지는 않을 터이나 이제는 그래야만 하는 시절이다. 내 몸 구석구석 새겨진 오랜 시간의 흐름, 쓸쓸하지만 아름답게 맞으리라 기대했지만 솔직히 만만하진 않다. 그럼에도 따뜻하고 상냥할 봄날을 또 기다린다. 결코 순환되지 않을 내 생의 모퉁이에서 다시 순환되어 오는 그 계절을 만나는 기쁨. 비록 그것이 더없는 찰나일지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눈의 불편함은 더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