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23
몇 날이 흘렀는지 알지 못하겠다. 계산이 싫다. 시간 위의 나는 매 순간 더디고 하루는 너무 긴데, 세월은 찰나 같다.
오랜만에 재봉틀의 먼지를 털고 이제는 작아져 입지 못하는 어린이 옷을 무섭게 날이 선 재단 가위로 대충 싹둑거려 재봉 바늘을 세 개씩이나 부러뜨리는 아슬한 두려움을 참아가며 두 마리 개가 겨우내 입고 따스하게 지낼 셔츠 여덟 개를 만들고 녀석들이 깔고 누울 쿠션의 커버도 새로 하나씩 만들었다.
내친김에 어린이가 갓난아기 때 덮던 이불의 낡은 커버를 벗겨내고 옷장 한구석에 처량하게 박혀 있던 남은 천을 잘라 긴 지퍼를 달고 아주 튼튼하게 잘 박아 새 커버도 만들었다. 그쯤에서 끝낼까 하다 아쉬운 마음에 내가 쓸 너덧 개의 쿠션 커버를 또 만들었다.
그리고 아직 바구니엔 못 입는 어린이 옷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큰 아이는 몇 날을 재봉틀 앞에만 앉아 있는 내가 조금 걱정이 되었는지 간간이 그만하라 종용하기도 했다. 아랑곳 않고 앉아서 틈나는 대로 박고 또 박았다. 하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나의 몰입은 다소 전투적이었다. 박다가 점심을 거르고 박다가 아이들을 맞이하고 박다가 저녁을 챙기고 잠시 또 박다가 어둠이 찾아오면, 그제야 그만두어야 했다. 소음만 아니었다면 아마 몇 날 밤을 꼬박 새우며 박았을지도 모른다.
낡아가며 여기저기 튿어진 마음속도 그렇듯 촘촘히 튼튼하게 박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아무렇게나 찢겨진 가슴속엔 이미 삶의 바늘땀이 하나둘 더 견고히 박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 나는 제법 낡아가지만 그만큼 단단해져 간다고 믿고 싶다. 마음속 분탕질이 번번이 나를 무너뜨려도 나는 또 세월을 딛고 일어설 테고...
점점 망가져가는 감정을 책과 글로 다잡고 싶었는데 그건 그리 쉽게 되지 않더라. 어쨌건 흘러간 몇 날 동안 고장난 감정을 추스르느라 애를 썼다. 거세게 일렁이던 내 속의 너울이 잠시 주춤하는 듯하나 언제 또 나를 삼켜버릴지 모르기에 매 순간 주시해야만 한다.
나는 삶의 정처를 잃고 꽤 오래 헤매고 있다. 내가 결정하고 선택한 장소 위를 걸으면서도 엉뚱한 장소를 찾아 방황하며 이도 저도 아닌 주변인이 되어 어느 한쪽에 깊숙이 스며들지 못한 채 흐르고 있다. 차라리 이런 사실조차도 알지 못하고 배회만 한다면 하나는 버릴 수 있었을 텐데 죄다 끌어안고 버거워한다.
혹독하게 추운 오늘, 어머니가 오신다. 그녀를 위해 쌀도 안치고 국도 끓여야 한다. 마음만 분주하다. 나도 다시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긴 방황을 끝내고 하나는 버리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