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견디는 것

2011.7.8.

by 백경


나는 어쩌면 참 이중적이다,
어머니에게조차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어려서부터 세상을 다 아는 듯한 착각을 하며 살았다. 내 속에 끓어대는 여러 욕구와 나름의 고난과 상처와 슬픔과 외로움 따위는 홀로 다 삭여야 하는 줄 알았다. 미련하게 홀로 견뎠다. 아마 그래서, 감당하기 힘든 것에 대한 포기'와 그다음'에 대한 결단이 빨랐는지 모른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생각이나 하는 인간인지, 아는 이도 없었을 테다.



온실 속 화초처럼 산다는 소릴 간혹 들었다. 어머니는 그 말을 당신의 자랑인 양 기꺼워하기도 했으나 내 가슴속은 더없이 망연하고 갑갑했었다. 눈으로 뵈는 것만을 믿는 이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들여다 봐주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자 무례한 기대였다.



스스로 나눌 수 있어야 했는데, 공유하려 하지 않았다. 기대고 싶은 사람도, 기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사실은 무진히 의지하고 싶었으리라. 어차피 인생은 혼자'라는 생각을 어린 그때도 어설프게 했던 듯싶다. 내 속을 누군가에게 위탁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어렵게 고통을 몰아내고 내 안의 들끓음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을 무렵에야 고고한 척 태연한 척 연연하지 않은 척, 오래 썩어가던 심장을 쓴웃음 지으며 다시 들여다보곤 했었다.



늘 무리와 함께해도 나는 철저히 혼자이기를 고집했다. 어리석었고, 오만했다.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데, 지금의 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입 밖으로 자주 아무 말이나 튀어나오고 점점 우악스럽게 변해가도 그건 잘 변하지 않나 보다. 지금은 외려, 그래서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어머니가 오늘 내려가셨다. 쓸쓸하다.






홀로 계신 엄마를 몇 해 동안 찾아보지 못했다. 빨리 회복하리라, 오늘도 주문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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