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 신상헌 대표의 강의를 듣고
'디지털시대의 현재와 미래'라는 화려한 타이틀과 함께 영상이 투영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2030년의 미래상을 영상이었다.
한 청년이 일어나자마자 스크린을 통해 오늘의 건강상태를(심장 박동수와 혈압)를 확인한다. 필요한 칼로리대로 추천요리가 등장한다. 토스트 기계 등이 자동으로 만든 간단한 식사를 먹으며 컴퓨터가 흛어주는 하루 스케줄을 들은 뒤 집을 나선다. 자동차는 자동운전을 통해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고 그렇게 하루가 시작된다. 과히 동반자가 필요없을만큼 화려한 삶이다.
영상이 끝난 뒤 오늘의 강연자인 현 네이버의 대표인 김상헌 씨가 등장했다. 잘나가는 IT 선두업체 사장치곤 특이한 약력을 가지신 분이다. 하버드로스쿨 출신에 판사경력 3년의 찰진 법관이었던 그가, 앞으로 도래할 디지털 시대에 대해 어떻게 예언할 지 흥미진진한 기대가 시작되는 찰나,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는
인문학이 21세기 중기의 디지털시대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인문학의 정수는 "고전"이라는 핵심 가설을 내세웠고,
"인간"을 아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올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실제로 인간의 물리적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1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대가 아무리 흘러도 보편적 욕구는 변하지 않으며,
인간의 욕구해소를 위해 소비하는 시간의 구성비도 어느 정도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
역사를 들여다보면 철학를 포함한 인류의 문화적 업적은 깊은 사색을 통해 이루어졌다. 결국엔 기술의 진보 속에서도 대전제인 인간에 대한 관심 즉 인문학적 사유를 잃지 말아야 하며 인문학의 정수는 "고전 작품" 속에 있다는 논리전개였다.
그의 대안으로 두 가지를 제안했다.
고전을 통해서 우리는
1.자신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2. 자신을 깨달았으면 주어진 환경을 박차고 나갈 수 있는 용기를 내어야 한다.
참 공감이 됐다. 생각해보면 잡스의 논점과 맞닿아 있으며, 요 근래 갔던 강의들의 공통된 주제이기도 했다.
김상헌대표님의 강의는 스티븐 잡스처럼 완벽한 퍼포먼스와 화려한 제스처가 있는 발표는 아니었지만,
법철학 전공자의 성향이 물씬 묻어나는 "사람냄새 나는" 강의였다.(실제로 공식적 강의를 한 것은 처음이시라고 했다)
회사차원에선 특별히 IT트렌드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만한 것이 없는 큰 의미없는 강의였지만 개인적으로 "힐링캠프"에 참여한 것 같이 인문학적 치료를 받는 시간이었다.
정말 그러하다.
아무리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도, 1990년대 1MB 컴퓨터에서 2012년도 8GB 맥미니까지 8000배나 기술 혁신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아무리 과학문명이 발달해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인간' 자신이다.
인간의 사유(thoughtfulness)능력은 아무도 모방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가 카톡과 애니팡에 집착할 수록 사유의 능력은 힘을 잃어 갈 것이다. 기술과학은 편안한 인간생활을 창조하여 육체적 무결핍을 가능케 해주지만, 그럴 수록 영혼은 핍절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런 시대에 뒤쳐져서도 안되지만 그 변화의 흐름속에서도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
그것이 고전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역사의 힌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