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에 떠나는 음악 무전여행

by 백권필




새벽 2시가 되자,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의 시그널 음악 ‘Paul Mauriat – Isadora’가 흘러나왔다. 그 소리에 책상 위에 엎드려 졸고 있던 나는 눈을 떴다. 그리고 스탠드가 있는 쪽으로 손을 뻗어 더듬거리며 스위치를 켰다. 그리고 반쯤 감긴 눈으로 노트북의 시커먼 화면을 응시했다.


- 애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23년 1월 21일 토요일 새벽 2시 ‘심야에 떠나는 음악 무전여행’을 진행하는 DJ 김주혁 인사드립니다.



‘누구라고? 김주혁? 배우 김주혁?’

나는 음성이 흘러나오는 곳을 둘러보았다. 나는 라디오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이상했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 음성이 나오는 방향을 바라보니 침대 쪽에서 불빛이 보였다. 다가가니 충전 중인 내 휴대폰이었다.



- 오늘부터 설 연휴가 시작되었네요. 벌써 고향으로 가신 분도 있을 테고, 이제 막 출발하려고 준비하시는 분도 있을 테고, 이번 설에도 고향에 못 가시는 분도 있겠죠. 올 설은 정말 특별한 설이네요. 3년 동안 세계를 꼼짝 못 하게 만든 코로나에서 벗어나 예전처럼 모든 가족이 만나서 제대로 즐기는 설입니다. 힘겨운 시기를 견딘 우리 모두에게 격려와 위로의 박수를 보냅니다. 지난 3년간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과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 준 시간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라디오라니?’

휴대폰을 들여다보니 라디오 앱이 작동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앱이었다. 휴대폰을 만져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종료를 하려 해도 종료가 되지 않았다. 라디오는 계속 흘러나왔다.



- 오늘은 설 연휴를 맞아 특별히 1부에서는 애청자분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신청곡을 들려드리고, 2부에서는 ‘음악이 있는 영화’를 준비하여 영화평론가 고스트님과 함께 진행하려고 합니다. 이 시간 끝까지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음악 무전여행을 떠나겠습니다. 첫 곡입니다. 푸른 하늘의 유영석이 부릅니다. ‘겨울 바다’.


겨울 바다로 가자

메워진 가슴을 열어보자

스치는 바람 불면

너의 슬픔 같이하자

너에게 있던

모든 괴로움들은

파도에 던져버려

잊어버리고

허탈한 마음으로

하늘을 보라

너무나 아름다운 곳을

겨울 바다로

그대와 달려가고파

파도가 숨 쉬는 곳에

끝없이 멀리

보이는 수평선까지

넘치는 기쁨을 안고

겨울 바다로

그대와 달려가고파

파도가 숨 쉬는 곳에

끝없이 멀리

보이는 수평선까지

넘치는 기쁨을 안고



나는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집중했더니 점차로 정신이 들면서 잠이 달아나 버렸다. 이왕에 이렇게 되었으니 다음 주까지 출판사에 보내야 하는 소설을 마무리하려고 노트북을 켰다.


- 잘 들으셨나요? 그룹 푸른 하늘의 ‘겨울 바다’였습니다. 누구나 겨울 바다를 가보고 싶어 하죠. 저 역시 겨울 바다에 가본 적이 있었습니다. 황량한 분위기와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 서 있으면 정말 정신이 번쩍 들게 됩니다. 그리고 내 안에 있는 불순한 모든 것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죠. 첫 곡 푸른 하늘의 ‘겨울 바다’는 청취자분이 신청한 노래였습니다. 신청하신 분의 사연을 읽어 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음악 무전여행’의 애청자입니다. 평소 DJ 김주혁 님을 형님으로 여기는 건장한 20대 후반의 남성입니다. 저는 10대 시절에 혹독한 사춘기를 보냈습니다. 부모님의 이혼과 경제적 위기로 힘든 중고생 시절을 거쳐왔습니다. 담배도 피우고 싸움도 하고, 하여튼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했습니다. 그러다 고2 때 겨울방학에 친구들과 함께 겨울 바다를 보러 밤늦은 열차를 타고 새벽에 강릉에 갔습니다. 해가 나올 때까지 바닷가를 걷는데 갑자기 정신이 번쩍 나더라고요. 고3이라는 현실 자각과 미래에 대한 앞날이 두려워졌습니다. 그때 떠오르는 일출을 보며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저 빛나는 해처럼 나도 빛나고 싶다는 생각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할 일이 너무 많더라고요. 늦었지만 공부해서 전문대에 진학하고 군대도 다녀오고 지금은 컴퓨터 관련 직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오늘따라 그때의 겨울 바다가 그리워 이렇게 사연을 보내고 노래도 신청합니다.


- 아이디 ‘쾌남 조자룡’ 님의 사연이었습니다. 여러분의 겨울 바다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지 궁금하네요. 인터넷으로 댓글이 올라오네요. 아이디 ‘울프’ 님은 ‘사연이 너무 안타깝네요. 힘내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아이디 ‘머나먼 나라’ 님은 ‘사연을 듣고 저의 중고생 시절이 떠올랐어요. 그때는 뭐가 그렇게 불만이 많았던지....’ 아이디 ‘영원한 청년’님은 ‘30년 전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때는 낭만이 있었는데....’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이 글을 남겨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사연을 소개하겠습니다. 아이디 ‘높이 날자 훨훨’ 님이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저는 올해 졸업을 앞둔 대학생으로 취준생입니다. 3년 간 코로나로 계획했던 많은 일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우울하고 걱정이 많습니다. 영어 공부며 자격증 취득 그리고 자소서와 면접 준비 등 해야 할 일이 산더미여서 이번 설은 그다지 즐겁지 않네요. 고향에 내려가면 친척들이 이것저것 물어볼 텐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부담이 되어서 솔직히 가고 싶지 않아요. 그래도 저를 기다리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가야겠죠. 김주혁 님은 이런 경험 있으셨나요? 주혁 님의 조언 부탁드립니다.


- 사연을 들으니 저도 마음이 아프네요. 한창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을 텐데 코로나로 제약이 생겨 많이 준비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사연자분이 제게 이런 경험이 없었는지 물어보시고 조언을 부탁드렸는데 적당한지 모르겠네요.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문득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대학 입시 준비하는데, 연기자셨던 아버지가 엄청나게 반대하셨어요. 대학을 졸업 후, 단역을 거치면서 배우 생활을 시작했는데 저는 아버지의 후광으로 성공하고 싶지 않아서 더 치열하게 연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사연자분이 지금은 움츠리고 위축되겠지만, 반드시 빛나는 인생이 사연자분께 찾아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힘내세요. 사연자분처럼 미래에 대한 진로와 취업에 대해 고민하시는 많은 ‘음악 무전여행’ 애청자분께 보내드립니다. ‘러브홀릭스’의 ‘Butterfly’.


어리석은 세상은

너를 몰라

누에 속에 감춰진

너를 못 봐

나는 알아 내겐 보여

그토록 찬란한

너의 날개


겁내지 마

할 수 있어

뜨겁게 꿈틀거리는

날개를 펴

날아올라 세상 위로


태양처럼

빛을 내는 그대여

그 세상이

거칠게 막아서도

빛나는 사람아

난 너를 사랑해

널 세상이

볼 수 있게

날아 저 멀리


꺾여버린 꽃처럼

아플 때도

쓰러진 나무처럼

초라해도

너를 믿어 나를 믿어

우리는 서로를

믿고 있어


심장의

소리를 느껴봐

힘겹게 접어놓았던

날개를 펴

날아올라 세상 위로


벅차도록

아름다운 그대여

이 세상이

차갑게 등을 보여도

눈부신 사람아

난 너를 사랑해

널 세상이

볼 수 있게

날아 저 멀리


태양처럼 빛을 내는

그대여

이 세상이

거칠게 막아서도

빛나는 사람아

난 너를 사랑해

널 세상이

볼 수 있게

날아 저 멀리


- 잘 들으셨나요? 우리 모두 나비처럼 날개를 펴고 훨훨 날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사연을 소개하겠습니다. 아이디 ‘운영’을 쓰시는 분이 보내셨습니다. 마음이 아픈 내용이네요.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떠나보낸 내용입니다.


저는 대전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교사 30대 여성입니다. 요즘은 새벽마다 주혁 님의 음성을 들으며 잠이 들곤 해요. 저는 매년 1월이 되면 불면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해요.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랑하는 오빠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죠.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마음은 공허합니다. 오빠와는 과일가게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큰 키에 서글서글한 얼굴과 친절한 말투를 가진 오빠에 첫눈에 반해 제가 먼저 전화번호를 물어봤어요. 그렇게 저와 오빠는 연인이 되었어요. 그런데 저는 초등학교 교사였고 오빠는 과일가게 점원이었기에 우리 부모님은 오빠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어요. 그런 사실을 알고 오빠도 저를 밀어내려고 했어요. 그럴수록 제가 더 매달렸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일을 마치고 저녁 늦게 친구와 술을 마시고 집에 가던 오빠는 택시를 탔어요. 그런데 오빠를 태운 택시가 무단 횡단하는 행인을 피하려다 전봇대에 부딪쳤고 오빠는 머리를 크게 다쳐서 병원으로 이송하던 중에 사망했어요. 설을 며칠 남기고 일어난 일이었어요. 그렇게 오빠는 나를 떠났어요. 그 후 1년 간은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일에 몰두하는 낮은 견딜 수 있었지만 밤은 견디기 어려웠어요. 현재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약을 먹고 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주혁 님의 라디오를 듣게 되었고 노래를 들으며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떠나간 오빠가 생각나면 생각나는 노래 양하영 님의 '가슴앓이'를 신청합니다.

- 그래요, 당사자가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을 갑자기 보내야만 하는 심정은 그 누구도 헤아리기 어렵죠. 그래도 다행히 지금은 치료도 받고 잠도 자고 음악으로 위로를 받았다고 하니 다행이네요. 신청하신 노래 양하영 님의 '가슴앓이'를 듣고 2부에서 뵙겠습니다.

밤 별들이 내려와

창문 틈에 머물고

너의 맘이 다가와

따뜻하게 나를 안으면

예전부터 내 곁에

있은 듯한 네 모습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네게 주고 싶었는데


골목길을 돌아서

뛰어가는 네 그림자

동그랗게 내버려진

나의 사랑이여

아 어쩌란 말이냐

흩어진 이 마음을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

아 어쩌란 말이냐

흩어진 이 마음을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


그 큰 두 눈에

하나 가득 눈물 고이면

세상 모든 슬픔이

내 가슴에 와닿았고

내가 웃는 그 모습에

세상 기쁨 담길 때

내 가슴에 환한 빛이

따뜻하게 비쳤는데


안녕하며 돌아서

뛰어가는 네 뒷모습

동그랗게 내버려진

나의 사랑이여

아 어쩌란 말이냐

흩어진 이 마음을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

아 어쩌란 말이냐

흩어진 이 마음을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


아 어쩌란 말이냐

흩어진 이 마음을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

아 어쩌란 말이냐

흩어진 이 마음을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



노래가 끝나갈 쯤에 나도 한때 가슴앓이를 한 적이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대학에 입학 후 만화 동아리에서 그녀를 만났다. 얼굴이 보고 싶으면 만화 작업을 핑계로 만나자 했고, 목소리가 듣고 싶으면 집에 가는 길에 그녀에게 뻔한 내일 일정을 전화로 물어보곤 했다. 주위의 동아리 사람들이 눈치를 챌 즈음에 나는 그녀에게 고백을 했다. 그녀는 좋은 친구로 지내자고 대답했다. 보기 좋게 차인 것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순수했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 누구의 아내이고 누구의 엄마겠지.



- 여러분은 지금 새벽 2시에 떠나는 음악 무전여행을 듣고 계십니다. 2부를 시작하겠습니다. 2부는 영화평론가 고스트님과 진행하는 '음악이 있는 영화'입니다. 어서 오세요.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고스트님!

- 네, 반갑습니다. 김주혁 님! 그리고 '음악 무전여행'을 청취하고 계시는 애청자 여러분도 새해에는 더 행복하고 건강하세요.

- 감사합니다. 올 설에는 고향에 가시나요? 작년에는 코로나로 못 가셨죠?

- 네, 그렇습니다. 올해는 고향 서산에 갑니다. 하하하.

- 오늘 '음악이 있는 영화'에서 소개할 영화는 무엇인가요?

- 오늘 소개할 영화는 2003년 개봉한 곽재용 감독, 조승우와 손예진이 주연으로 참여한 '클래식'입니다. 이 영화는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에서 가슴 통증 유발하는 로맨스 영화 국내편 9위를 차지했습니다.

-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는 뭔가요?

- 아! 제가 자주 듣는 영화 팟캐스트입니다. 영화 '클래식'은 운명적 만남, 삼각관계, 오해와 엇갈림, 희생과 헌신, 이루지 못한 사랑 등등 멜로 영화의 클리셰가 모두 들어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죠. 특히 20대 초반의 조승우와 손예진 그리고 조인성의 신인 시절의 모습이 잘 담겨 있습니다. 엄마와 딸 역할을 함께 연기가 손예진 씨는 이 작품 이후 멜로퀸에 등극하면서 톱배우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조승우 씨도 연기로 대중에게 인정받기 시작한 작품이기도 하죠. 김주혁 님은 배우 손예진 씨와 함께 연기하신 적이 있죠?

- 네. 2008년 '아내가 결혼했다'와 2016년 '비밀은 없다'에서 함께 연기를 했습니다. 손예진 씨는 아주 예쁘고 연기도 잘하는 배우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음악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 이 영화에 나오는 음악에는 모두가 기억하는 음악이 있죠? 전주만 들어도 '아하'하고 생각날 것입니다. 먼저 들어보시죠? 자탄풍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



너에게 난 해 질 녘 노을처럼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우~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나에게 넌 내 외롭던 지난 시간을

환하게 비춰주던 햇살이 되고

조그맣던 너의 하얀 손위에

빛나는 보석처럼 영원의 약속이 되어


너에게 난 해 질 녘 노을처럼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우~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나에게 넌 초록의 슬픈 노래로

내 작은 가슴속에 이렇게 남아

반짝이던 너의 예쁜 눈망울에

수많은 별이 되어 영원토록 빛나고 싶어


너에게 난 해 질 녘 노을처럼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우~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너에게 난 해 질 녘 노을처럼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우~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 이 음악이군요. 손예진 씨가 빗속을 달려가는 장면에 나오죠?

- 네, 맞습니다. 조인성 씨와 손예진 씨가 함께 빗속을 달려가는 장면에도 나옵니다. 손예진 씨는 이 장면을 찍기 위해 무려 일곱 시간 동안이나 비를 맞으며 촬영했다고 합니다. 평소 추위를 많이 타는 손예진 씨가 고생을 많이 했는데, 장면이 잘 나와서 크게 만족했다고 합니다. 이 두 장면은 서로가 사랑의 감정을 확인하는 장면으로 굉장히 낭만적이죠. 그런데 실제로는 감기에 딱 걸리기 좋죠. 하하하.

- 저는 개인적으로 조승우 씨와 손예진 씨의 마지막 만남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실명한 조승우 씨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눈이 보이는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과 그 사실을 알고 눈물을 흘리는 손예진 씨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애잔한 마음이 들게 합니다.

- 그렇습니다. 이 장면은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는 애틋한 사랑으로 끝난다는 것을 암시하죠. 그리고 이 장면은 1991년 최수종, 하희라가 출연한 영화 '별이 빛나는 밤에'를 오마주한 장면이라고 합니다. 이 장면에 흐르는 배경 음악은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인데, 이 노래의 가사는 시인 류근의 시라고 합니다.

- 그럼. 노래 듣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죠.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들어보시죠.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 새와 작별하듯

그대 떠나보내고

돌아와 술잔 앞에 앉으면

눈물 나누나...


그대 보내고 아주

지는 별빛 바라볼 때

눈에 흘러내리는

못다 한 말들 그 아픈 사랑

지울 수 있을까


어느 하루 비라도

추억처럼

흩날리는 거리에서

쓸쓸한 사람 되어

고개 숙이면

그대 목소리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어느 하루 바람이

젖은 어깨

스치며 지나가고

내 지친 시간들이

창에 어리면

그대 미워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제 우리 다시는

사랑으로

세상에 오지 말기

그립던 말들도

묻어 버리기

못다 한 사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이 노래는 손예진 씨가 월남전에 참전하는 조승우 씨를 배웅하는 기차역 장면에도 나옵니다. 노래가 하모니카 음률로 시작하는데 마치 사람의 마음을 긁는 듯한 느낌을 주어 사랑의 아픔을 드러내면서도 이 두 사람의 비극적인 사랑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죠. 이 영화의 원작은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입니다. 감독 스스로 ‘소나기’에 나오는 소녀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으로 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영화 초반에 나오는 많은 장면이 소설 ‘소나기’와 유사하죠. 특히 소나기를 맞고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에서 어, 이거 소설 ‘소나기’인데 하고 생각하게 되죠.

- 그렇군요. 그리고 이 영화에 반복되어 흐르는 선율이 애틋한 느낌을 주는데 어떤 음악인가요?

- 이 음악은 유영석 씨가 작사 작곡한 ‘사랑하면 할수록’입니다. 여러 장면에서 편곡되어 나오다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가수 한성민이 부른 곡이 등장합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지만 끝이 아니라는 것을 믿고 싶다는 내용으로 영화의 전체 내용을 포함하는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그럼 노래를 들어보겠습니다. 한성민의 ‘사랑하면 할수록’.


노을 지는 언덕 너머

그대 날 바라보고 있죠

차마 말하지 못한

내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나요


왠지 모르게 우리는

우연처럼 지내왔지만

무지개문 지나

천국에 가도

나의 마음 변함없죠


사랑하면 할수록

그대 그리워 가슴 아파도

이것만을 믿어요

끝이 아니란 걸


이제야 난 깨달았죠

사랑은 숨길 수 없음을

우연처럼 쉽게 다가온 그대

이젠 운명이 된 거죠


사랑하면 할수록

멀어짐이 두렵기만 해도

이것만을 믿어요

끝이 아니란 걸

끝이 아니란 걸



- 오늘 이렇게 나와 주셔서 영화와 음악에 대한 재미있는 말씀 감사드립니다. 다음 시간에 만나 뵙겠습니다.

- 저도 즐거웠습니다. 다음에는 더 재미있고 알찬 내용으로 준비해서 찾아오겠습니다.

- 지금까지 ‘음악이 있는 영화’ 고스트님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희가 준비한 음악 무전여행도 끝내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남은 설 연휴, 가족과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내일 이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저는 DJ 김주혁이었습니다. 끝 곡은 시인과 촌장의 ‘사랑일기’입니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나르는
새들의 날개 죽지 위에
첫차를 타고 일터로 가는
인부들의 힘센 팔뚝 위에


광장을 차고 오르는
비둘기들의 높은 노래 위에
바람 속을 달려 나가는
저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에


사랑해요라고 쓴다
사랑해요라고 쓴다


피곤한 얼굴로 돌아오는
나그네의 저 지친 어깨 위에
시장 어귀에 엄마품에서
잠든 아가의 마른 이마 위에


공원길에서 돌아오시는
내 아버지의 주름진 황혼 위에

아무도 없는 땅에 홀로 서있는
친구의 굳센 미소 위에


사랑해요 라고 쓴다
사랑해요 라고 쓴다


수없이 밟고 지나는 길에 자라는
민들레 잎사귀에
가고 오지 않는 아름다움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소녀의 겨울 밤차 유리창에도
끝도 없이 흘러만 가는
저 사람들의 고독한 뒷모습에


사랑해요 라고 쓴다
사랑해요 라고 쓴다
사랑해요 라고 쓴다
사랑해요 라고 쓴다



노랫소리가 끝나자 다시 내 방은 고요해졌다. 휴대폰의 불빛도 꺼졌다. 나도 정신이 흐릿해지면서 다시 잠이 든 것 같았다.

다음날 오전에 일어난 나는 어제 들었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검색해 보았다. ‘심야에 떠나는 음악 무전여행’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어느 방송사에도 없었다.

'내가 헛것을 들었나. 오늘 새벽에 확인해봐야겠어.'

나는 책상에 앉아 충전 중인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혹시 하는 생각으로 새벽 2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휴대폰의 시계가 02시가 되었다. 그때였다. 충전 중인 휴대폰에 불빛이 켜지고 알 수 없는 라디오 앱이 작동되면서 어제 들었던 라디오 프로그램의 시그널 음악이 흘러나왔다. 내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끝>




https://www.youtube.com/watch?v=G6qEBnVSSZE

https://www.youtube.com/watch?v=WCH8lSKBCm0

https://www.youtube.com/watch?v=ryJwOagJnhY

https://www.youtube.com/watch?v=5ysdHjaeGGU

https://www.youtube.com/watch?v=IwZtD0XB7JQ

https://www.youtube.com/watch?v=MbVGyLvv_lI

https://www.youtube.com/watch?v=Ee_yTLvNj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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