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 10일 전, 2053년 3월 19일 20시 34분
미국의 심장전문의 마이클 크루즈 자택에서 사망하는 사건 발생.
사건 발생 7일 전, 2053년 3월 22일, 16시 49분
독일의 심장전문의 아돌프 폰 빌헬름 병원 개인 연구실에서 사망하는 사건 발생.
사건 발생 4일 전, 2053년 3월 25일 2시 35분
인터폴 형사 인천국제공항 입국.
형사는 검사실에서 나와 옷을 갈아입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미소를 띤 김 박사는 모니터 화면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수술결과도 좋고, 아직까지 특별한 증상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제가 살았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급성 심근경색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약 50%가 됩니다. 조금만 늦어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제는 좀 쉬면서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물론 직업상 어려우시겠지만 말이죠?"
"네. 그렇네요. 노력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 박사는 6개월 뒤에 오라며 진료를 마쳤다. 형사는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11시 16분.
그는 진료실에서 나와 간호사의 설명을 듣고 원무과로 가서 진료비를 납부하고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에 올라탄 형사는 시동을 켜고 의자에 기대어 잠시 눈을 감았다. 그는 3개월 전 급성 심근경색으로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머리를 흔들었다. 눈을 뜨고 계기판을 보니 차량의 배터리가 20% 정도 남은 것을 보고 충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는 차를 출발시켜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전기차 충전소에 도착한 형사는 자신의 전기차를 충전했다. 전기차 충전계기판에는 5분이면 완충된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그는 휴대폰을 꺼냈다.
11시 35분.
휴대폰에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형사과장의 메시지가 왔다.
- 탁형사. 진료가 끝났으면 빨리 회의실로 들어와. 긴급이야.(10:57)
- 탁형사. 얼른. 모두 모였어.(11:14)
형사는 포털사이트 ‘내이버’를 보다가 상단의 기사를 클릭했다.
서울시 쓰레기 매립장 처리 용량 한계에 이르자, 경기도와 협약
이성계 기자 입력 2053. 3. 25. 09:39
서울시는 포화상태에 이른 쓰레기 매립장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어 새로운 쓰레기 매립장 건설을 위해 경기도와 협약을 맺었다. 새로운 쓰레기 매립장 부지로 경기도 가평으로 선정되었는데, 선정된 지역의 주민들은 반발하면서도 이주비용을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보상하라며 서울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근 각 지자체는 늘어나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시설의 용량에 한계를 느끼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각 지자체는 협약을 맺어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이에 따른 지역주민들과의 갈등이 시작되고 있다. 이를 해결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여기까지 읽고 있는데 충전이 완료되었다는 소리가 났다.
벽시계는 11시 52분을 가리켰다.
서울종로경찰서 회의실로 형사는 들어왔다. 경찰서장, 정보과장, 형사과장, 강력계 팀장 3명, 선글라스를 낀 사람이 모여있었다. 정보과장이 서류를 넘기면서 말했다.
"이렇게 우리가 모인 이유는 인터폴을 통해 수사 공조가 요청되었기 때문입니다. 연쇄살인 용의자 션 킴의 체포를 위해 인터폴은 적색수배를 내렸습니다. 관련 자세한 내용은 인터폴에서 나오신 로라 심이 설명하겠습니다."
선글라스 낀 사람이 말했다.
"안녕하세요. 인터폴 로라 심입니다.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핵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연쇄살인 용의자는 미국인 마취전문의 션 킴입니다. 3월 19일에 미국인 의사 마이클 크루즈가 사망했고, 3월 22일에 독일인 의사 아돌프 폰 빌헬름이 사망했는데 이 둘의 용의자로 미국인 의사 션 킴이 특정되었습니다. 두 명의 사인은 약물 중독인데 검출된 약물은 ‘누클리어러(nuclearer)’로 마취과에서만 취급하는 약물이며 최근 이 약물을 용의자가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는 미리 사망자와 만날 약속을 잡고 만났으며 만난 뒤 7시간 이내로 출국했으며 어제 한국으로 입국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검정 가죽 점퍼를 입은 사람이 손을 들고 말했다.
"형사과장 장동수입니다. ‘누클리어러’는 어떤 약물입니까?"
"‘누클리어러’는 강력하면서도 마취 효과가 매우 우수한 수술용 약물인데 과다사용하면 죽음에 이를 수 있습니다."
"형사 탁재우입니다. 이 사건이 연쇄살인으로 생각하는 이유와 션 킴이 용의자인 이유가 무엇인가요?"
"첫째, 죽은 의사들 모두 직접 사인이 ‘누클리어러’라는 약물을 이용한 범죄수법이 동일하다는 점과 션 킴이 취급하는 약물이죠. 둘째, 죽은 의사들의 공통점은 모두 심장전문의로 이 분야의 최고 실력자이고 션 킴은 이들과 1년간 교류를 했으며 최근 만날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셋째, 션 킴은 죽은 의사들이 만난 마지막 사람 중에 포함된다는 점입니다."
"그럼, 용의자는 한국에 와서 누구를 살해하려는 것입니까?"
강력계 1팀장 윤철형이 물었다.
"한국의 심장전문의로 최고 실력자이면서 세계 최고인 김준호 박사입니다. 이미 강력 1팀과 2팀 요원이 병원과 자택에 가서 잠복중입니다."
정보과장이 말했다.
"왜, 김 박사가 첫 번째가 아니었을까요?"
탁형사가 말했다.
"그건, 인터폴도 모릅니다. 아마도 살해 날짜를 잡는 과정이 맞지 않아 순위가 밀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번 사건은 병가가 끝나고 복귀하는 탁형사는 인터폴 로라 심과 공조하여 처리하게."
경찰서장이 말했다.
사건발생 당일 2053년 3월 29일
10시 35분 27초
김 박사는 션 킴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는다. 김 박사는 바로 탁형사와 로라에게 알렸다.
12시 48분 16초
서울대병원 인근 카페 ‘돌하루방’ 주변에 경찰 특공대 1개 소대가 배치되었고, 카페 안에는 탁형사와 로라 심, 강력 3팀 4명이 카페 손님으로 위장하고 잠복했다.
13시 57분 21초
형사는 선글라스를 통해 출입구를 바라보며 상황을 주시하고, 로라는 형사의 맞은 편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다.
14시 00분 27초
선글라스를 끼고 손에는 선물용 종이가방을 들고 있었으며 키는 180cm의 건장한 남자가 들어 왔다. 김 박사는 손을 들어 흔들었다. 남자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김 박사를 발견하고 다가갔다.
14시 01분 01초
김 박사와 남자는 안부를 물으며 가벼운 담소를 나눴다. 김 박사는 긴장했는지 연신 손을 바지에 문질렀다.
14시 04분 34초
김 박사는 손을 들고 종업원을 불렀다. 종업원이 다가오자 주문했다. 김 박사는 종업원에게 한 톤을 높여 말했다.
"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이고요, 이분은 에스프레소입니다."
이 광경을 형사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14시 05분 20초
형사는 천천히 일어나고, 로라도 일어나 김 박사 테이블로 다가갔다. 형사가 재빨리 남자를 제압하며 미란다 고지를 하며 손에 수갑을 채우려 하자, 남자는 형사를 밀치고 출입구 쪽으로 달아났다. 로라는 총을 꺼내며 경고했다. 남자는 무시하고 출입문을 박차고 나갔다. 밖을 나온 남자는 지하철로 향하는 길로 질주했다. 하지만 남자는 날아온 총성과 함께 쓰러졌다. 뒤쫓아온 형사와 로라는 쓰러진 남자를 살펴보았다. 복부에는 피가 나오고 신음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서울대병원으로 급히 이송했지만 과다출혈로 사망하고 말았다. 카페에 있던 종이가방에서 나온 것은 초콜릿으로 성분검사 결과 ‘누클리어러’ 약물이 검출되었다. 남자의 옷에 있던 여권을 통해 신원은 미국인 션 킴으로 밝혀졌고 그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나온 물건으로는 ‘누클리어러’ 약병과 일본으로 출국하는 비행기 탑승권과 일기장이 있었다. 형사는 션 킴의 일기장을 읽기 시작했다.
2051년 2월 19일
세상은 이제 쓰레기 처리를 둘러싼 갈등이 심각하다. 쓰레기도 불평등이 존재한다. 부유층은 돈으로 쓰레기를 빈곤층에게 떠넘기고, 빈곤층은 쓰레기를 처리하는 대신 돈을 받는다. 돈 많은 도시는 쓰레기를 돈 없는 도시로 떠넘기고, 돈 없는 도시는 돈을 받고 쓰레기를 처리한다. 부자 나라는 쓰레기는 가난한 나라로 돈을 주고 수출하고, 가난한 나라는 돈을 받고 쓰레기를 수입한다. 모아진 쓰레기는 재활용되고 소각되고 매장되고 결국은 바다에 버려진다.
2051년 3월 4일
세계인구는 현재 100억 명이 넘는다. 다양한 사회보장제도와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사망률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그만큼 인류가 사용하는 자원은 많아지고 쓰레기 또한 증가하고 있다.
2051년 3월 27일
쓰레기를 처리를 위한 다양한 규제와 기술이 있지만, 쓰레기 처리 용량과 비용은 계속 증가한다. 그 원인의 근본은 어디부터 시작되는가?
2051년 4월 16일
인간이 죽는 사망원인으로 가장 높은 것은 심혈관질환으로 30% 정도이다.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도 모르고, 그 원인도 명확하지 않다. 심혈관질환 중 가장 위험한 것은 ‘급성 심근경색’이다. ‘급성 심근경색’이 일어난 지 2시간이 지나면 심장이 멈춰 사망에 이르게 된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죽는 것과 살아나서 다른 질병으로 고통받는 것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2051년 4월 29일
쓰레기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재활용되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이다. 이것은 해양환경에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며 결국 인간에게도 영향을 준다. 인간이 인간에게 위협을 가하는 꼴이다.
2051년 5월 11일
지금 발생하는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 현상 그리고 쓰레기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 때문이다. 인간의 활동은 반드시 자원을 사용하고 그 결과로 쓰레기가 발생한다. 예전에는 쓰레기가 자연으로 돌아갔지만, 이제는 쓰레기가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쓰레기는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2051년 6월 1일
삶에 겪는 다양한 질병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치료와 죽음뿐이다. 치료는 우리를 하나의 질병에서 해방시키지만, 죽음은 우리를 모든 질병으로부터 해방시킨다. 축복과도 같은 죽음이 우리를 찾아왔는데 의학이라는 이름으로 쫓아내는 행위는 환자와 인류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2051년 7월 8일
내가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급성 심근경색’을 치료하는 것이다. 그대로 두면 환자는 모든 질병에서 해방될 수 있다. 그를 치료하는 의사를 용서할 수가 없다. 자연스럽게 찾아온 죽음으로 인간은 모든 질병에서 벗어나고 인류의 수는 줄어들고 쓰레기 발생도 줄어든다. 한 사람의 죽음은 인류를 구하는 것이다.
2051년 8월 11일
결단을 내려야 한다. 누구에게도 부탁할 수도 없다. 자연스럽게 찾아온 죽음을 쫓아내는 사람에게 벌을 내려야 한다.
여기서 일기는 끝났다. 형사는 일기장을 덮고 옆에 놓았다.
"미친 의사로군."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경찰서를 나와 어두워진 길을 걷기 시작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