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대령은 의장실의 문 옆에 설치한 방문객 대기실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는 대기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대기실은 4평 크기로 출입문을 중심으로 양쪽 벽에 기다란 의자가 놓여있었다. 출입문 반대편 벽의 상단 중앙에는 국가연합을 상징하는 문장(紋章)이 걸려 있었다. 전체적인 벽의 색감은 파스텔톤의 초록색이었다.
그는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았다. 40대 초반의 여자로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청바지에 맨투맨 티를 입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자리에는 지퍼가 열린 백팩이 뉘어져 있었고, 그녀는 무릎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열심히 자판을 두드렸다. 그는 그런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생각이 날 듯하면서 그녀가 누구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을 비볐다. 그녀는 강 대령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어 그를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출입문이 열리고 의장의 비서가 들어와 말했다.
“강현준 대령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들어오십시오.”
강 대령은 옆에 놓인 모자를 집어 들어 머리에 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군복 옷매무새를 다듬고 걸음을 옮겨 대기실을 나와 의장실로 들어갔다.
의장실에 들어온 그는 의장실이 생각보다 작다고 생각했다. 방금 전에 있던 대기실의 두 배 정도였다. 물론 옆문을 통해 이어지는 공간이 있겠지만 의장이 집무하는 공간으로는 작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용 책상 위에는 명패가 있고 대형 모니터가 있으며 인터폰도 있었다. 책상 앞에는 일인용 의자가 있었으며 왼쪽 벽면에는 100인치 크기의 TV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 벽면에는 역대 의장의 사진 5개가 걸려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강현준 대령님! 갑자기 긴급한 사안이 생겨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의장님! 특별히 할 일도 없는데 괜찮습니다!”
존 의장은 강 대령에게 악수를 건네며 말을 건넸다. 그리고 앞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강 대령은 의자에 앉았다. 자신의 의자에 앉은 존 의장은 책상에 놓인 모니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강현준 대령님께서는 대한민국의 육군사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시고 일선 기갑부대에 배치되어 근무하셨네요. 이후 중남미 반군 진압 작전에 국가연합군으로 참전하셔서 작전명 ‘폭풍 속으로’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셨군요. 그리고 국가연합군의 기갑부대에서 훈련교관으로도 근무하셨네요. 그런데 지금은 대한민국의 신병 훈련소 부대를 맡고 계시는군요.”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능력이 있으신 분께서 신병이나 훈련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존 의장은 몸을 앞으로 내밀며 강 대령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강 대령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다가 달라진 의장의 태도에 긴장했다.
“우리는 지금 우주를 개척하는 시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우주를 항해하는 기술은 날로 발전하여 우리 태양계의 끝에 가는 기간은 2달이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아직 새로운 개척지를 건설할 정도는 아니지요. 자원이 고갈된 지구에 필요한 것을 다른 행성에서 채굴하여 이를 지구로 운반하는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면 외계인과 조우하거나 충돌할 경우가 생길 것입니다. 아직 그런 경우는 없었지만요.”
여기까지 말한 의장은 잠시 숨을 멈추었다.
“그래서 우주 개척시대에 걸맞은 국가연합군의 위상과 전략과 전투 능력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은 우주에서 작전을 펼 수 있는 군을 만들겠다는 말인가요?”
“빙고! 역시 명석하신 강 대령께서 단박에 알아맞히시는군요.”
“그것은 엄청난 예산과 인력이 드는 일이라 많은 시간이 들겠군요.”
“그렇죠. 그래서 지금부터 그 준비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국가연합군은 국가연합에 저항하는 반군을 진압하고 전초기지를 건설하고 치안유지를 해왔습니다. 앞으로는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야 하는 상황까지를 고려한다면 대기권 밖 즉 우주 공간에서 작전을 펼 수 있는 군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 말씀을 제게 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보다 더 능력 있는 사람이 많을 텐데.”
“현재 국가연합군 우주 전투 능력은 지상군이 우주선을 타고 목표 지점으로 이동하여 작전을 수행하는 정도입니다. 우주 공간에서 작전을 펼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것이 가능한 부대를 창설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맡아줄 최적의 적임자는 바로 강현준 대령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적임자라는 생각은 의장님 개인적인 의견인가요? 아니면 다른 사람의 의견입니까?”
“이 의견은 제 의견이기도 하지만 세인트 장군의 추천이 있었습니다.”
세인트 장군. 그는 5년 전 중남미 지역에서 일어난 반군 진압 작전의 국가연합군 총사령관이었다. 영국 출신으로 뛰어난 지략을 지녔으며 영어권 지역에서 신망이 두터운 군인이었다. '폭풍 속으로' 작전을 세우고 지휘했다. 당시 강 대령은 이 작전에 한국군 자격으로 참전하여 가장 우수한 전공을 세웠다. 전사자 없이 작전 고지를 탈환하여 반군 진압에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작전이 끝난 후 강 대령은 세인트 장군의 추천으로 국가연합군의 기갑부대의 훈련교관으로 근무하였다. 그런데 세인트 장군이 퇴역하자 그도 훈련교관에서 물러나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다.
“세인트 장군님이 저를 추천하셨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기갑부대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통솔력 그리고 무엇보다 부대원을 아끼는 마음이 이 일의 최적의 적임자라고 하셨습니다. 물론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제가 이 부대를 창설하는 과정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어디까지입니까?”
“모든 것입니다. 인사권과 예산편성권 포함 모두 가능합니다. 다만, 5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당신이 원하는 대로 진행하고 완성할 수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맡으시겠습니까? 강현준 대령님!”
의자에 앉아 있는 강 대령은 생각에 잠겼다.
“이틀의 시간을 주시기 바랍니다. 제 마음이 결정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강 대령! 우리는 강 대령이 필요합니다. 맡아주시는 방향으로 결정하시길 부탁드립니다.”
강 대령은 의자에서 일어나서 의장실을 나가려다가 뒤돌아보며 말했다.
“부대 이름은 무엇입니까?”
“'우주기갑부대'입니다.”
강 대령은 미소를 지으며 의장을 나갔다. 존 의장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인터폰을 눌러 대기실에 있는 사람을 들어오라고 말했다. 대기실에서 나온 여자는 긴 복도를 따라 걸어가는 강 대령을 힐끗 보았다.
6개월 전.
“의장님! 탐사대의 출발 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 오후에 발사 예정입니다.”
“그런가. 내일 출발하는 저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겨야 한다니, 참으로 인류의 운명도 얄궂군.”
창밖을 바라보며 존 메튜 의장은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저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겨야 한다는 것이?”
비서는 뒤에서 의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의장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우리 태양계에 있는 행성들의 자원은 모두 사용했네. 이제는 태양계를 벗어나 새로운 행성의 자원을 끌어다 쓰고 있는 상황이야. 그나마 우주항해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이루어져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는 것보다 자원을 지구로 운반하는 것이 비용면에서 효율적이었지만 이제는 그것도 결국엔 한계에 달하겠지. 그래서 우리는 다른 행성으로 이주를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네.”
“그럼, 이번 탐사대의 목적은 자원 확보가 아니라 이주할 행성을 찾는 것입니까?”
“물론, 저들은 자원 확보를 위한 탐사 활동을 한다네. 그러면서 이주 가능한 행성을 찾는 것도 그들의 임무지. 그래서 저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겨야 한다고 한 것이었네. 이제 말하는데 이번이 세 번째 탐사네.”
“저는 늘 출발하는 자원 탐사대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미안하네. 이 사안은 비밀리에 진행될 수밖에 없었네. 자원고갈에 따른 행성 이주 문제는 인류를 불안하게 만들고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네. 이주할 행성이 정해지면 그때 발표할 생각이었지.”
“네, 그렇군요.”
존 의장은 창밖에 있는 숲을 바라보았다. 그가 보고 있는 숲은 지구에 남은 마지막 숲이었다. 그런데 지금 의장이 바라보는 숲은 자연적인 숲이 아니다. 적절한 온도와 빛 그리고 물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장치와 투명 유리로 둘러싼 건물에 들어 있는 인공적인 숲이었다.
지구에는 더 이상 숲이 존재하지 않는다.
지속된 온난화 현상으로 지구의 온도가 2도 올라갔다.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가뭄, 폭염, 기상이변 등이 발생했고,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여 저지대에 위치한 많은 도시가 물에 잠겼다. 지구의 동식물이 서식하던 숲은 사막화되었고 바다는 수온 상승으로 수중 생태계가 교란되었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줄어들고 식량이 부족해졌으며 바다에서는 어획량이 줄었다. 그때마다 인류는 과학기술을 동원하여 문제를 해결하여 지구의 온도가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인류가 거주할 공간이 부족해지자 그나마 남아 있던 숲은 주거지로 만들어졌고, 농작지로 변하였다.
가장 큰 문제점은 지구의 자원이 고갈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인류는 태양계에 있는 행성에서 필요한 자원을 채굴하여 지구로 운반하였다. 하지만 의학의 발전으로 장수하는 인류가 늘어나자 다른 행성에서 조달한 자원도 바닥을 드러냈다. 인류는 태양계 밖에 있는 행성에서 자원을 채굴하여 운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운반하는 기간이 점점 길어졌다. 그래서 외계 태양계로 이주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번 탐사대의 목적은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외계 태양계에 있는 최적의 행성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인류가 더 이상 지구에만 머물 수는 없었다.
“이번 탐사대는 언제쯤 돌아올까요?”
“최소 5년은 걸릴 거야. 지구와 가장 비슷한 조건을 갖춘 행성을 찾아야 하니까.”
“혹시 외계인을 만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우리는 태양계에서 외계인을 만난 적은 없었네. 이번 탐사지역은 4.2광년 정도 떨어진 켄타우로스 자리의 프록시마 주변 행성이라네. 아마 이번 탐사에서는 외계인의 존재가 확인될 수도 있겠지. 그런데 우리가 만난 외계인이 선한 존재일지 두려운 존재일지 알 수가 없네.”
잠시 말을 멈춘 의장은 생각에 잠겼다.
“의장님! 어디 편찮으십니까?”
“아닐세. 괜찮네.”
존 의장은 몸을 돌려 비서를 쳐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전 국가연합군 총사령관 세인트 장군을 수소문해주게.”
“네, 의장님!”
비서는 의장실에서 나갔다. 홀로 남은 의장은 자신의 의자에 앉아 혼잣말을 했다.
“혹시 모를 외계인과의 전쟁을 대비하여 국가연합군에 특수부대가 있어야겠군.”
다음 날, 탐사대원을 태운 10대의 탐사선은 차례로 하늘로 올라갔다.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독일, 한국, 프랑스, 호주, 브라질, 인도에서 탐사선은 우주로 향했다.
2개월 후.
존 의장은 집무실에서 세인트 전 총사령관을 만났다.
“저를 찾으셨다고요, 의장님!”
“네, 상의드릴 일이 있어서 장군님을 수소문했습니다.”
“퇴역한 군인에게 무슨 볼 일이 있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군요.”
“우리는 이제 본격적인 우주 개척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태양계를 넘어 외계 태양계를 개척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확인되지 않았던 외계 지적 생물체를 만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습니다.”
“외계인과 전쟁이라~, 전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당장 지구에 외계인의 침공이 있을 때 우리 국가연합군은 막아낼 수 있을까요?”
“적이 어떤 능력과 장비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초반에는 피해를 입겠지만 곧 반격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현재 국가연합군에서 가장 취약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국가연합군은 행성 내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최강일 것입니다. 다만, 우주공간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경험이 없어 어떻게 전략을 짜고 운용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장군께서 이 부분을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퇴역한 제가 무슨 권한과 능력이 있겠습니까? 다만, 적임자를 추천하겠습니다. 한국군 출신으로 기갑부대를 운용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사람이라면 의장님이 생각하시는 부대를 완성할 수 있을 겁니다.”
“누구죠?”
“국가연합군 기갑부대 훈련교관으로 근무했던 강현준 대령입니다.”
“강현준 대령이라.”
“그리고 또 한 명을 추천합니다. 이름은 레이나 설리번이고 국가연합군의 무기연구소 수석 연구원입니다. 그녀라면 강현준 대령을 도와 부대를 완성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 둘에게 제가 추천했다는 말을 하면 아마도 모두 승낙할 것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런데 강현준 대령과 레이나 연구원은 서로 아는 사이겠죠?”
“그렇습니다. 그 둘은 5년 전, 국가연합군 기갑부대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강 대령은 훈련교관으로, 레이나는 기술교관으로 함께 근무했습니다.”
“아하! 그렇군요. 제가 연락을 해보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제가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사령관님!”
세인트는 의장실을 나왔다. 그는 긴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우주기갑부대 창설 6개월 전.
“지금 어디까지 이동했으며 예상 이동경로는 어디인가?”
“태양계 집입 후 목성을 지나고 있으며 예상 이동경로는 지구입니다.”
국가연합 천문관측소 중앙통제실 연구원들은 3주 전에 발견된 미확인 비행물체의 이동경로를 확인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행성 관측소와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 천문관측소 소장은 미확인 비행물체의 이동경로에 대한 보고를 듣고 자리를 벗어나 소장실로 들어갔다. 그는 책상에 앉아 인터폰을 눌렀다.
“의장실로 바로 연결하시오.”
5초 후, 수화기에서 음성이 들렸다.
“의장실로 연결되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의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존 메튜 의장입니다.”
“국가연합 천문관측소 소장입니다. 발견된 미확인 비행물체는 목성을 지나 지구로 이동하는 중입니다.”
지구로 날아오는 미확인 비행물체는 우주정거장과 여러 행성 관측소에서 발견되어 시시각각으로 보고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미확인 비행물체는 지구에 도착하여 유럽지역에 떨어졌다. 떨어진 지점으로 미확인 비행물체를 수거하기 위해 국가연합 소속의 천문우주국과 국가연합군을 비롯하여 관련 기관이 출동하였다. 이를 보도하는 각국의 언론은 다양한 가설과 억측으로 미확인 비행물체에 대한 기사를 내보냈다. 마침내 미확인 비행물체에 대한 국가연합의 공식적인 내용이 발표되었다.
- 친애하는 지구 시민 여러분!
10일 전 프랑스의 알프스 산자락에 불시착한 미확인 비행물체는 외계인의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미확인 비행물체 안에는 5년 전에 떠났던 탐사대원 중 한 명이 있었는데, 프랑스인 샤를 빅터 씨로 밝혀졌습니다. 현재 신체 건강 상태는 양호하나 탈수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 치료 중입니다.
빅터 씨에 의하면 도착한 행성에서 탐사활동을 벌이던 중 외계인의 공격을 받아 탐사대원 중 일부는 사망하고 일부는 붙잡혀 외계인의 행성으로 끌려갔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외계인은 붙잡아 온 대원들을 상대로 여러 가지 그림을 보여주며 실험을 하였고, 1년이 지나자 빅터 씨에게 프랑스어로 자신들은 그레인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험 대상 탐사 대원 중에는 미국인과 한국인도 있었는지 영어와 한국어로도 말했다고 합니다. 그레인은 두 발로 직립보행을 하고 두 손이 있는데 손가락은 네 개이며, 엉덩이에는 1미터 길이의 꼬리가 달려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다양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항상 헬멧을 쓰고 있어서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빅터를 비롯한 탐사대원은 그곳에 수용되어 지내고 있었는데 그레인에 대항하는 반군의 도움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국가연합은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고자 정찰부대를 사고 지점으로 보낼 예정입니다. 지구 시민 여러분께서는 안심하시고 일상의 생활을 유지하시면 됩니다. 앞으로도 국가연합은 새로운 내용이 나오는 대로 지구 시민 여러분께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존 메튜 의장은 수행원들과 함께 셔틀우주선 정거장으로 이동하는 헬기에 타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생각에 잠긴 듯 창밖을 바라보았다.
헬기가 착륙하자, 일행은 신속히 내려 셔틀우주선으로 옮겨 탔다. 셔틀우주선은 하늘로 날아올랐고 날아오른 셔틀우주선은 달을 향해 가고 있었다.
“10분 후, 달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탑승객께서는 자리에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존 의장과 수행원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의자에 앉아 벨트를 맸다. 셔틀우주선은 달에 조성된 정거장을 향해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셔틀우주선은 착륙장에 내려앉았고, 지하로 이동하였다. 의장 일행은 대기하고 있던 군 수송선으로 이동했다. 군 수송선에서 레이나 설리번 연구원이 이들을 맞이했다.
“의장님! 갑자기 이곳을 방문한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강 대령을 만나면 그때 말하겠소.”
군 수송선은 북쪽으로 날아갔다. 이동하는 동안 수송선 안은 침묵이 흘렀다.
이동하는 동안 아래 풍경은 버려진 건물들이 계속 이어졌다. 건물들은 대부분 저장 창고였고 아파트처럼 생긴 건물은 노동자의 숙소였다. 인류가 가장 먼저 자원을 채취한 행성은 달이었다. 달에는 우주선의 연료가 되는 물질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었는데, 군사 시설을 제외한 지역에 많은 곳에 채굴을 위한 시설과 건물이 들어섰다. 버려진 건물들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한동안 검은 땅이 이어졌다. 이윽고 군기지가 나타났다. 수송선은 군기지의 격납고로 들어갔다. 수송선이 바닥에 내려앉자, 건물 내부로 이어지는 문과 수송선의 문을 연결하는 관이 설치되었다.
“이제 이동하셔도 됩니다.”
레이나가 말했다.
의장 일행은 자신의 소지품을 들고 출입문쪽으로 이동했다. 복도를 따라 의장 일행은 레이나의 안내를 받으며 중앙통제실로 이동했다. 중앙통제실에 있던 강현준 대령은 들어오는 의장을 보고 말했다.
“의장님! 방문하기로 예정된 날짜는 다음 주로 알고 있는데......”
“급하게 되었소, 강 대령!”
자리에 앉자마자, 의장은 강 대령에게 말했다.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요?”
“최근 돌아온 탐사대원의 말에 의하면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할 것이라는 말을 했소.”
“뭐라고요?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한다고요?”
“그래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정찰부대를 곧 파견하려고 하오. 기갑부대 준비는 어떻소? 지난번 보고에 의하면 최종 테스트만 남았다고 들었소.”
“네, 그렇습니다. 다음 주에 방문하시면 보여드릴 것이 바로 최종 테스트입니다.”
“오늘 가능하오?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면 오늘도 가능하지 않겠소.”
강 대령은 옆에 있는 레이나를 쳐다보았다. 레이나는 고개를 저었다.
“적의 침공은 예고 없이 시작되므로 마음 놓고 있는 이 순간이 오히려 좋은 기회가 아니겠소, 강 대령.”
“물론 의장님의 말씀도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만, 아직 저희는 전투 훈련이 부족합니다. 훈련이 부족한 군인을 전장에 내보내는 것은 지휘관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신 부대원에게 사안의 중대함을 알려 훈련의 집중력을 높이겠습니다.”
“흠흠. 미안하오, 강 대령. 내가 너무 흥분했소.”
강 대령의 말을 들은 의장의 얼굴에는 실망의 눈빛이 가득했다. 레이나는 실망한 의장의 얼굴을 읽었다.
“의장님! 이왕 이렇게 오신 김에 보고 받으셨던 내용과 관련된 것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럽시다, 그럼.”
의장은 레이나를 따라 연구실로 이동했다.
연구실 안에 들어서자, 존 메튜 의장은 2미터 정도의 높이로 서있는 우주복 형태를 보았다. 우주복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흡사 갑옷을 두른 모습이었다.
“저것이 기갑전투병이 입는 우주복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배틀슈트(BattleSuit)로 전투복입니다. 우주공간에서도 활동할 수 있도록 기존의 우주복을 개량하였습니다. 등에는 추진 장치와 생명 연장 장치가 달려있으며 다리와 팔뚝에 다양한 무기와 장비를 부착할 수 있습니다. 연료와 공기를 완충하면 12시간을 버틸 수 있습니다. 부대원끼리 공통 주파수를 이용해 근거리 통신이 가능하고 배틀캐리어(BattleCarrier)와는 위치추적장치를 통해 근방 30km 이내에 있으면 낙오되더라도 찾을 수 있습니다. 개인별로 배틀건(BattleGun)과 배틀로켓(BattleRocket)을 기본 무기로 지니며 본인이 선호하는 무기를 더 소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많이 장착하면 무게 때문에 움직임이 느려집니다.”
“배틀건의 성능이 어떻게 됩니까?”
“배틀건의 유효사거리는 700m이며 조준경을 쓰면 1km도 가능합니다. 대인용이며 두께 15cm 정도는 관통할 수 있으며 한 번에 500발을 장전할 수 있습니다.”
“배틀로켓은 어떤가요?”
“배틀로켓은 배틀건에 장착하여 사용합니다. 유효사거리는 1km이며 대함선용으로 소형 함선 격추가 가능하며 2발을 휴대할 수 있습니다. 다음 연구실로 가시면 실물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갑전투병은 무엇을 타고 이동합니까?”
“배틀캐리어를 타고 이동합니다. 조종사를 포함 승선 인원이 6명으로 비행과 주행이 모두 가능합니다. 이동 거리는 1,000km이며 유효거리 500m 기관포 1문을 가지고 있는데 조종사가 사용합니다. 배틀캐리어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일행은 연구실 복도를 따라가면서 창밖에 계류하고 있는 거대한 함선을 보았다.
“저것은 뭡니까?”
“저것은 배틀쉽(BattleShip)이라고 하는데 기갑부대용 우주전함입니다. 배틀캐리어 5대와 무기와 물자를 싣고 있으며 인원은 전투병과 함대병 포함 70명 정도 태우는데 최대 수용 인원은 100명입니다. 출항하면 1달 정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레이나의 설명을 들은 존 의장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존 의장은 배틀슈트, 배틀쉽, 배틀캐리어, 배틀건 그리고 배틀로켓를 보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 테스트가 기대됩니다. 어서 보고 싶군요.”
우주기갑부대 창설 1년 후.
“소장님! 알 수 없는 비행물체가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모니터를 보고 있던 요원이 말했다.
“화면으로 연결하게.”
관측소 소장은 침착하게 말했다.
관측소 통제실의 대형화면에는 알 수 없는 비행물체 다수가 나타났다.
화면에 나타난 비행물체는 지구 화물 수송선의 모양은 아니었다. 기다란 몸체에 중간부분은 약간 솟아 있었다. 그리고 몸체 양쪽에는 둥근 방패 모양이 5개씩 붙어 있었다. 관측 소장에겐 생소한 비행체였다.
“지구에서 만들어진 것인가?”
“저희가 가진 비행체 목록에는 없는 것입니다.”
모니터를 보는 다른 요원이 말했다.
“화면에 보이는 비행물체에 관한 내용을 토성에 주둔하고 있는 국가연합군에 보고하게.”
토성에 주둔하고 있는 국가연합군은 해왕성 관측소에서 보내온 미확인 비행물체에 관한 정보를 받고 이를 확인하고자 우주 함대를 내보냈다. 국가연합군 우주 함대는 다가오는 미확인 비행물체에 통신을 시도했다. 그러나 미확인 비행물체로부터 응답이 없었다. 대신 미확인 비행물체의 함포 사격을 받았다. 함포 사격을 받은 함대 중 1대가 파괴되었다. 즉시 국가연합군의 함대도 미확인 비행물체에게 함포를 발사하였다. 그런데 국가연합군의 함선의 함포 성능은 미확인 함선의 표면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가까이 다가온 미확인 비행물체에서 소형 비행정이 나와 국가연합군 함선을 공격하였다. 전투 시작 30분 만에 토성에 주둔하고 있던 국가연합군의 우주 함대는 초토화되었다.
국가연합 중앙회의실에 존 의장을 비롯하여 국가연합 위원들이 모였다.
“토성에서 일어난 일들을 알고 있으시죠?”
“토성에 있는 국가연합군의 우주함대를 전멸시킨 함대는 무엇이었습니까?”
“네, 함대의 정체는 그레인 행성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레인 행성에서 탈출한 샤를 빅터 씨가 확인해주었습니다.”
“토성에 주둔하고 있던 우주 함대는 우리 국가연합군의 지닌 위력 중에서 중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그레인의 우주 함대는 상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적할 만한 우주 함대가 있소?”
“화성에 주둔하고 있는 우주 함대는 토성에 있던 함대보다 강력한 화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소형 비행정이 나와 함선을 공격한다고 하던데 우리도 그만한 전력이 있소?”
“화성에 있는 우주 함대는 소형 비행정을 탑재하고 있는 함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가연합군은 화성에서 다시 방어선을 구축했다. 이번에는 토성에 있던 함대보다 함포 성능이 뛰어난 우주 함대로 배치했다. 그레인의 함대가 다가오자 국가연합군 우주 함대는 함포를 집중하여 그레인의 함선 1대를 파괴되었다. 그레인 함대는 국가연합군 함선을 향해 함포 사격을 했다. 그리고 함선에서 소형 비행정을 내보내 국가연합군의 함선을 공격하였다. 이에 맞서 국가연합군의 함선에서도 소형 비행정을 내보냈지만 성능과 움직임에서 차이가 났다. 전투 시작 1시간 만에 화성에서의 전투에서 국가연합군 우주 함대는 괴멸되었다.
화성에 치러진 전투에서도 승리한 그레인 우주 함대는 곧바로 지구로 향했다. 지구에 도착한 그레인은 지구 근방에 함대를 주둔하고 전투원을 태운 수송선을 지구로 떨어뜨렸다. 떨어진 수십 대의 수송선은 유럽 지역으로 날아가 전 유럽을 무차별적인 공격을 하였다. 이 광경은 생생하게 전 세계로 전달되었고 이를 지켜본 인류는 충격에 빠지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곧바로 유럽 주변 지역의 국가에서 전투기가 날아가 그레인을 공격했다. 하지만 그레인의 방어에 공격에 나선 전투기가 파괴되자 인류는 낙담하였다.
그레인이 지구를 침공한 지 5일이 지났다. 그레인은 프랑스어와 영어와 한국어로 자신들은 외계 태양계에서 온 그레인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자신들이 지구에 온 목적은 지구가 소유한 자원을 빌리러 온 것이라며 자원을 내어주면 조용히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저들의 속셈이 무엇이오?”
“지구에 있는 자원을 빌린다고 하잖소.”
“지구에 있는 자원 중에서 무엇을 얼마나 원한다는 것이오? 그 한계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샤를 빅터 씨에 의하면 그레인은 자원을 얻기 위해 주변 행성을 식민지로 삼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식민지 행성에서는 그레인에게 저항하는 반군이 생겨났고, 샤를 빅터 씨도 반군의 도움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자원을 내어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군요. 결국 지구를 식민지로 삼겠다는 의도군요.”
“반드시 쫓아내야겠군요. 존 의장! 우주기갑부대는 뭐 하고 있는 거요? 이런 일을 대비하기 위한 부대가 아니오?”
“섣불리 덤빌 수 없습니다. 치밀한 전략을 짜야 저들을 물리칠 수는 없습니다. 힘보다는 저들의 약점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저들의 약점이 무엇이오?”
“병력과 물자입니다. 현재 저들은 사단 수준의 병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능이 우수한 무기를 지닌 부대라도 대규모의 병력을 대항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국가의 병력을 투입하여 물리쳐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저들은 우주 함선에 있는 병력을 지상으로 투입할 것입니다. 그때를 노려 우주기갑부대가 그레인 우주 함대를 공격합니다.”
“가능하겠소? 만일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어찌하겠소?”
“그런 일은 없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좋소! 해봅시다.”
“저들을 몰아냅시다.”
국가연합군은 아메리카 지역과 아시아 지역에 있는 지상군과 공군을 유럽 지역으로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국가연합군은 그레인이 주둔하고 있는 곳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레인의 무기에 요격되어 파괴되는 것도 있지만 그들이 주둔하고 있는 시설에 명중하는 미사일이 더 많았다. 이어서 지상군이 그레인의 주둔지를 둘러싸며 천천히 전진했다.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그레인이었지만 지속적으로 날아오는 미사일과 계속되는 지상군과의 전투에서 많은 손실을 입었다. 결국, 그레인은 지구 대기권 밖에 주둔하고 있는 우주 함선에서 남은 전투원과 함선용 소형 비행정을 지구로 추가 투입했다. 그레인과 국가연합군은 다시 치열한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월면 국가연합군 우주기갑부대기지.
우주기갑부대의 기지에서 우주 함대 배틀쉽 10대가 계류장에 정박하고 있었다. 가장 왼쪽에 있는 배틀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어서 다음 배틀쉽이 움직였다. 나머지 배틀쉽도 출발했다.
저 멀리 그레인의 우주 함선 9대가 보였다. 그레인의 함선이 사정거리에 들어오자 배틀쉽은 멈추었다. 배틀쉽의 함포가 움직였다. 배틀쉽 10대는 그레인 함선 1대에 집중하여 함포를 발사했다. 포화에 휩싸인 그레인의 함선은 불꽃을 내며 폭발했다. 그레인 함선들은 배틀쉽을 향해 함포를 쏘았다. 배틀쉽들은 함포를 피하고 다음 함선을 향해 함포를 발사하였다. 배틀쉽은 함포를 발사하며 뒤로 물러나 사정거리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배틀쉽에서 수십 대의 배틀캐리어가 나와 그레인 함선으로 날아갔다.
그레인의 함선은 날아오는 배틀캐리어를 향해 함포를 발사했다. 함포에 맞은 배틀캐리어는 파괴되기도 했고, 그렇지 않은 배틀캐리어는 그레인의 우주 함선으로 돌진했다. 파괴되어 폭발 직전의 배틀캐리어에서는 기갑전투병이 나와 그레인의 함선을 향해 날아갔다. 배틀캐리어가 그레인 함선 갑판에 도달하자 배틀캐리어의 아래쪽 문이 열리고 기갑전투병은 그레인의 함선으로 떨어졌다. 그레인의 함선에 떨어진 기갑전투병은 배틀로켓과 배틀건을 이용해 함선에 달린 함포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 배틀캐리어는 그레인 함선에서 떨어져 배회하였다. 그레인 함선의 함포를 모두 파괴한 기갑전투병들은 배틀캐리어로 무전을 보냈다. 주위에 배회하던 배틀캐리어는 그레인 함선으로 다가가 기갑전투병을 태우고 배틀쉽 쪽으로 날아갔다. 함포가 모두 파괴된 함선을 향해 배틀쉽은 집중 사격을 하였다. 파괴되어 폭발하는 그레인의 우주 함선이 늘어났다. 아직 포격을 맞지 않은 그레인의 함선 2대는 달아나기 시작했다. 배틀쉽은 추격하지 않고 새로운 배틀캐리어를 내보냈다. 배틀캐리어는 날아가면서 우주 공간에 떠 있는 기갑전투병을 태우고 배틀쉽으로 돌아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