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실종 사건

by 백권필


오늘은 회사에 도착한 택배 물건을 확인하러 초조한 마음으로 회사로 나섰다. 어제 낮에 택배 물건이 예상 배송일보다 당겨져서 19~20시 사이에 배송된다는 문자를 받았고, 최종적으로 배송이 완료되었다는 문자를 받았었다. 회사에 도착하자 마자 나는 회사내 택배 상자를 보관하는 장소로 갔다. 그런데 택배 상자들을 확인했지만 내 택배 상자만 없었다. 오 마이 갓!





새로운 태풍이 발생해 이동 진로 방향이 우리나라를 거쳐가고 위력은 10년 전 태풍 ‘매미’보다 강하다는 기상소식을 며칠동안 들었다. 더구나 태풍이 내일 새벽 제주도에 초근접한다는 기상청의 발표가 있자,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다음과 안내했다.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내일 출근 시간은 1시간 늦춥니다.”

나는 택배를 받고 갈까 생각했지만, 비도 오고 바람이 심상치 않게 불자 택배는 내일 아침에 가서 확인해야지 하며 부랴부랴 짐을 챙겨 퇴근했다. 얼마 후, 배송이 완료되었다는 택배 관련 문자가 왔다.



[Web발신]

[BGP택배_배송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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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상품명 : 성인 폴로 티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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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왜 배송지를 집으로 하지 않았느냐고 핀잔을 주었다. 아! 기다렸다가 받아왔어야 했나. 그때 나는 왠지 모를 불안한 마음과 싸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택배 상자가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 것이었다.






나는 택배 상자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받는 사람의 이름을 확인했다. 이것은 김부장님꺼, 이것은 기획부꺼, 그리고 이것은 박차장꺼. 아무리 확인해도 내 택배 상자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어떻게 하지. 일단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겠어. 혹시 다른 사람이 잘못 가져갔을 수도 있잖아. 그런데 가져가는 것도 말이 안돼. 나도 택배 찾을 때 이름을 확인하는데.’

컴퓨터에 있는 사내용 메신저를 켜고 문구를 작성했다.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제가 어제 택배를 받았는데 아침에 확인하니 택배 보관함에서 제 것이 사라졌습니다.

혹시 보신 분이 계시면 연락주세요.


보내려고 하는 순간 나는 멈칫했다. 내가 잘못 본 것일 수도 있겠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택배 보관함으로 다시 갔다.

택배 보관함의 택배들은 처음 본 상태 그대로였다. 그래도 하나하나 꼼꼼히 택배를 살펴보았다. 역시 내 것은 없었다. 자리로 돌아온 나는 아직 출근하지 않은 사장님과 전무님 그리고 상무님을 제외하고 전직원에게 작성한 메세지를 보냈다. 그리고 택배 분실 사고를 아내에게 카톡으로 보냈다.





아침부터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누굴까. 도대체 누가 남의 택배 상자에 손을 대지? 회사내 사람들이 모두 용의자이지만 외부 사람일 수도 있으니 어서 사라진 택배가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최후의 방법은 CCTV를 확인하는 것뿐이다.

업무가 시작되었지만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전화를 받는 내 목소리가 거칠어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모르게 2시간이 흘렀다.

그러는 사이에 몇몇 친분이 있는 동료가 지나가면서 택배 찾았냐고 묻기도 했다. 도저히 업무에 집중을 할 수가 없어서 5층 휴게실로 향했다. 회사 휴게실은 5층 야외 테라스에 있다. 가는 길에 다시 한 번 택배 보관함에 들렀다. 그런데 못 보던 택배 상자가 눈에 띄었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택배 송장에 붙은 내용을 확인하니 내 택배였다.

‘어라, 이게 무슨 일이지. 어디 있다가 이제 나타났지. 처음에 내가 잘못 봤나. 그러면 나 혼자 생쇼를 벌인거야. 미치겠군. 그래도 찾았으니 다행이네.’

나는 다시 돌아온 택배 상자를 들고 내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메세지를 켜고 찾았다는 내용을 작성하고 보냈다.


다행히 택배를 찾았어요.

마음으로 성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찾았어요?”

옆 자리 동료가 물어왔다.

“네, 찾았어요.”

나는 택배 상자를 들어보였다.

“아, 그거였구나! 그런데 내가 택배 확인하러 갔을 때는 그거 없었는데.”

“정말요?”

옆 자리 동료는 자신에게 올 택배가 있어 택배 보관함에 가서 확인했는데 그때 내 택배는 못 봤다고 했다. 아아, 그렇지 내가 생쇼한 것은 아니었구나. 분명히 사라졌던 택배가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2시간 사이에 내 택배를 가져갔던 누군가가 다시 돌려놓은 것이었다.

‘도대체 누가? 왜? 어떻게?’

아내에게 택배를 찾았다는 카톡을 보냈다. 아내는 다행이라며 어서 빨리 모든 배송지를 집으로 바꾸라고 했다.






점심시간.

휴게실에 나를 포함한 6인회가 모였다. 6인회는 한 달에 한 번 트레킹을 하는 모임이다. 1년전에 살이 찌기 시작해서 다이어트를 하려고 친한 홍보부 김부장과 함께 산행을 시작했는데 평소 친분이 있는 동료 직원이 참여하면서 6인회가 결성되었다. 6인회에는 홍보부 김부장, 감찰부 주부장, 영업1팀 정팀장, 기획부 권부장, 영업3팀 한차장 그리고 영업1팀 차장인 내가 있다.


“택배 찾았어요!”

의자에 앉으며 내가 말했다.

“택배가 뭐였는데?”

김부장이 마시고 있던 머그컵에서 입을 떼며 말했다.

나는 택배 상자를 찍은 사진을 단톡방에 올렸다. 한차장, 정팀장, 권부장, 주부장이 핸드폰을 들여보았다.

“이거 의류회사 상자네요.”

“특이한 택배 상자인데.”

“이 택배 상자 내가 출근할 봤는데.”

김부장이 말했다.

“언제요?”

내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한 9시 20분쯤인가, 처리할 일이 있어 좀 일찍 회사에 출근했는데 택배 보관함쪽을 보며 갔어. 상자가 특이해서 눈이 띄었거든.”

우리 회사의 택배 보관함은 1층 사무실 출입구 안쪽에 있어서 회사 직원 모두 접근이 가능하다.

“내가 회사에 도착했을 때가 9시 50분이었는데 그러면 30분 사이에 택배가 사라졌네요. 그리고 택배 사라졌다는 매세지를 보내고 난 뒤, 2시간 사이에 택배가 다시 보관함으로 돌아왔네요.”

“찾았으니 다행이에요.”

한차장이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김부장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오늘 휴게실에 둔 내 요플레가 없어졌어. 더 웃긴 건 말이야, 수저는 그대로 있더라구.”

“저도 그런 적이 있어요. 영업3팀에서 받은 음료수를 휴게실 냉장고에 두었는데 다음날 먹으려고 냉장고를 꺼냈는데 없어졌어요.”

권부장이 말했다.

“작년에 퇴직한 조과장은 손 씻고 와서 다른 사람의 수건으로 손을 닦더라구요. 그래서 왜 남의 수건 사용하냐고 하니까, 걸레인줄 알았다고 말하는데 황당하더라구요. 그리고 어떤 직원은 휴게실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서 먹어요. 그것도 주인이 있는데 거리낌 없이 먹더라구요. 그런데 주인이 찾으면 적반하장으로 그거 얼마한다고 핀잔을 주더라구요.”

한차장이 말했다.

“ 또 어떤 직원이 우유를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먹어서 우유 주인이 우유가져가지 말라는 메세지도 보냈잖아요.”

“그런데 이번 택배 사건은 좀 특이하네요. 보통은 물건을 실수로 가져가면 미안하다고 말하며 원래 장소에 놓거나 당사자에게 직접 전달하잖아요. 이번에는 아무 말도 없이 도로 가져다 놨으니 ….”

“그렇긴 하네.”

“누가 그랬을까요? 우리가 예상한 그사람 중에 있을까요?”

“먹는 것과 택배 물건은 차원이 다르잖아요. 이건 엄연히 절도예요.”

“그럼, CCTV 확인해봐요.”

정팀장이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퇴근 무렵에 CCTV 확인할까 생각했는데 이제 찾았으니 됐어요.”

“확인하자고! 궁금하잖아, 누군지!”

“확인한다고 해도 그사람에게 가서 물어볼 수도 없잖아.”

“CCTV 관리는 내가 하니까, 확인해보고 누군지 알려줄게.”

주부장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럼, 내일 결과나 알려줘요.”

“나도 궁금하네. 누굴까?”

“어이쿠야,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오후 근무 시작합시다.”

6인회는 마시던 음료수를 털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의 부서로 이동했다.




나는 누가 그런 일을 하는지도 궁금했지만, 그런 일을 하는 심리가 더 궁금했다. 같은 공간에서 서로 알고 지내는 관계인데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의 물건을 함부로 쓰는 까닭은 뭘까. 우리는 대개 잃어버린 물건이 소소한 것일 경우 돈 잃어버렸다고 여기며 기분만 상할 뿐 적극적으로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점을 노린 것일까.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찜찜한 기분이 들어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그런데 상대는 부적절한 행위가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몰랐다, 실수다, 쪼잔하다’로 대응하면 참 난감하다. 계속 얼굴보고 생활할 사이라 경찰에 신고하기도 애매하다. 그들은 이점을 노린 것일까. 아니면 그런 의식조차 없는 걸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다음날, 6인회는 5층 테라스에 모였다. CCTV를 보고 알려주겠다던 주부장은 묵묵부답으로 조용했다. 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누구예요?”

“내가 보긴 봤는데 분명하지 않아. 아침 시간 9시 20분부터 50분까지 택배 보관함에서 머뭇거린 사람은 2명. 그런데 한 명은 그냥 지나쳤고, 다른 한 명은 두 개를 들고 나왔어. 그런데 문제는 CCTV가 너무 먼 곳에서 잡고 있어서 무엇을 들고 있는지 분간을 할 수 없었어.”

“그럼, 택배 상자를 들고 간 사람은 누구예요?”

“영업2팀 이대리.”

“네? 영업2팀 이대리요?”

뜻밖의 인물이 언급되자, 좌중은 술렁였다.

“그럴 사람이 아닌데.”

“모르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고 하잖아.”

“왜? 그럴 이유가 없는데.”

“에이, 아니예요.”

6인회 멤버들은 영업2팀 이대리에 대한 한 마디씩 했다. CCTV를 통해 명쾌하게 밝혀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더 미궁으로 빠져버린 기분이었다. 나의 착각인가, 귀신의 장난인가. 택배 상자는 제자리로 돌아왔으니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되었다. CCTV에 나온 인물이 의외의 인물이어서 그랬는지 6인회 멤버들도 더 이상의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대화의 화제는 다른 것으로 넘어갔다. 오후 근무 시간이 다가오자 그들은 각자의 사무실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어제 택배 실종에 관한 CCTV에 관한 내용을 말했다. 이대리를 잘 모르는 아내는 100% 그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사실 혼란스럽다. 내가 겪어본 이대리는 그럴 성품을 지닌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라진 택배, 도움을 청한 메세지, 다시 돌아온 택배, CCTV에 찍힌 이대리, 명확하지 않은 화면. 드러난 사실만을 본다면 범인은 이대리이지만 여기에는 허점이 있다. 택배 보관함을 비추는 CCTV 화면이 하나라는 점이다. 그것도 문밖에서. 1층 사무실 안쪽은 보안상 CCTV가 없다. 1층 사무실 안쪽에서 가져갔다면 확인할 방법은 없다. 범인을 찾고자 한다면 반드시 경찰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원한 것은 사라진 택배를 찾는 것이지 범인을 잡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택배를 찾았으니 굳이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싶지 않았다. 알아낸들 무엇하랴? 한 공간에서 매일 얼굴을 볼 사람인데. 찜찜한 기분이 남았지만 그래도 해결되어 다행이었다. 다시는 택배 실종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제부터는 개인적인 택배는 회사가 아닌 집에서 받아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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