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말 가는 길

by 문예반장

갈대숲은 별난 세상이었다. 강언저리로 이어진 길 찾기가 막막하고 눈어림 거리보다 훨씬 멀었다. 꿈틀대는 생명체였다. 굽은 물길이 우리 발걸음을 되돌려놨으며 발목 위까지 푹 덮이는 개펄이 곳곳에 지뢰밭처럼 널렸다. 수백 마리 새떼가 느닷없이 튀어올라 흠칫하기를 여러 번, 우리는 어렵사리 모래톱 끝 반짝거리는 물가로 빠져나와 우뚝 섰다. 뿌듯하고 자랑스럽게...


긴 하루였다. 조각난 물살이 돛배처럼 일렁이고 뿌연 물안개가 강 건너 산자락을 감아 오른다. 산마루에 걸린 해가 수천 수만 색동 막대기로 내리꽃힌다. 물 위로, 모래 틈으로 장대비 쏟듯 떨어진다.

"바짓단이 홀딱 젖었네. 어떡해? 축축하겠다."

"끝말로 돌아가서 말리자. 근데요, 아저씨! 소설 속 갈대밭 연애질은 사기일 거야. 이런 데서 뒹굴고 껴안고, 말이 된다고 생각해?"

"먼발치 모습보다야 속이 너저분했지."

"그래, 겉만 번드레했어. 품위 제로 교양 빵, 우리 엄마처럼..."

"딸 걱정하는 엄마잖아. 세상 모든 어머니들은 다 그렇대."

는 자기 엄마를 달갑잖게 여기는 나를 달래고 그런 그를 나는 어지간히 못마땅해 한다.

해가 넘어갔다. 물 건너 암청색 희뿌연 능선이 요새처럼 견고하고 어둠내리는 산꼭대기 위에 성긴 별이 밝다. 끝말로 돌아가는 길, 걸음 폭을 줄였다. 다시 함께할 날이 언제일지 모른다. 천천히 오래오래 걷고 싶었다. 바깥문을 활짝 열어두고 쏟아지는 별빛을 온밤 내 긁어 모으련다.


<문혜리 가는 길, 1982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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