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삶의 단계
안녕하세요. 저는 수영을 배운 지 어언 8개월이 된 수영초보자입니다. 자유형부터 시작해 배형, 평영, 접영까지 배운 저는 지난 8개월 동안 수영에 미쳐 살았습니다. 모든 스케줄을 수영강습에 맞추었습니다. 휴일에는 다른 지역 수영장으로 원정을 가고, 심지어 아침에 강습을 받고 저녁에는 자유수영을 하러 가는 주 7일 수영인이었죠.
이 열정적인 모습 어딘가 매우 익숙한데요. 사실 수영을 접하기 전, 저의 주 스포츠 종목은 클라이밍이었습니다. 클라이밍을 얼마나 좋아했냐면 위 수영을 배울 때의 행태와 같이 클라이밍에 모든 제 스케줄을 맞추었습니다. 아르바이트도 클라이밍 강습 시간을 피해 구하고, 클라이밍 만화를 그리고, 클라이밍 잘하겠다고 헬스도 시작하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하루에 세 개의 영화를 섭렵하는 빡센 스케줄을 강행하면서도 클라이밍 원정을 가곤 했죠.(혼자...)
그러면서 깨닫게 된 게 있어요. 아마 모든 운동의 단계가 이러지 않을까요?
1. 배우는 내 모습, 개쪼다같이 어눌한 내 모습이 싫음 → 2. 그걸 극복하고 한 단계 나아가면 매우 기쁨과 동시에 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이 팍팍 돎 → 3. 그럼 이제 초보는 탈피함 → 4. 무난한 실력을 갖춤→ 5. 더 잘하고 싶은데 이제 그 윗단계로 가기가 너무 힘듦 → 6.운동 권태기 옴 -> 7.꾸준히 계속해서 상급자가 됨(사실 이 단계를 잘 몰라서 설명을 잘 못하겠어요.)
근데 아마 이 운동의 단계는 삶 어디에나 적용되는 진리가 아닐까 싶네요...⭐️
아무튼 현재 지금의 저의 상태는 운동 권태기 옴 단계입니다. 동네 체육문화센터의 똑같은 레일을 오로지 일자로 다니는 게 무척 지겨워진 것이죠. 마치 초점 없이 런닝머신을 달리는 기분... 얼마 전에 단연코 우리나라 호텔 수영장중 최고일 거 같은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에 있는 씨메르에 갔는데요. 일자로 다녀야 하는 레일이 아니라 제 맘대로 어디든지 쑤시고 다니는 것이 참 재밌더라고요. 앞사람 뒷사람 간격 안 맞춰도 되고...
아무튼 주 7일 다니던 수영을 거의 주 2회 꼴로 나가니 살찌는 기분도 드는 것이 영 찝찝하고, 어떻게 이 권태를 극복해 볼까 하다가 발견한 것이 '샥즈' 이어폰입니다. 골전도 이어폰이어서 귓구멍에 끼는 게 아니라 귀 위에 얹어서 사용하는 형태인데요. 20만 원이라는 가격이 어마무시하지만, 샥즈를 끼고 물에 들어가는 순간,..! 귀에서 헤이즈의 JULY가 나오는 순간! 몸이 반응하덥니다. '쉬지 마! 전력질주로 달려!' 보통 50미터 갔다 오면 한 템포 쉬고 가는데 노래가 바뀌는 순간마다 다시 전력질주하게 되더라고요.
*이어폰 당연히 내돈내산입니다.
사실 수영은 심미안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스포츠라고 생각하는데요. 빛에 반짝이는 물결과 그 파동이 예쁘기도 하고, 지상에 있을 때와는 다른 몸짓의 물속 사람들, 또 몸에 닿는 물의 촉감이 황홀하기도 해서 무언가 다른 운동과는 달리 색다른 느낌이 들어요. 아무래도 헬스장은 기계 디자인 자체가 투박할 수밖에 없고, 클라이밍도 멀리서 보면 알록달록 홀드가 예뻐 보일 수 있지만 가까이 보면 초크 천지라... 물론 수영장의 심미안적인 부분도 익숙해지면 배경으로 치부되는 것은 똑같긴 한데요. 헌데, 좋아하는 노래와 만나니 물과 친해지며 느꼈던 그 황홀함이 다시 고대로 살아나는 거 있죠! ㅠ_ㅠ)//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노래가 나오면 그냥 가게 돼요, 반사적으로! 굳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운동량이 늡니다.
사실 클라이밍장에 가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노래 바꾸는 일입니다... 저는 사시사철 노래 찾아 듣는 음악충이기도 하고, 수영할 때 가장 아쉬웠던 게 BGM이 없는 것이었는데, 샥즈 이어폰이 생겼으니 다시 열심히 수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특허 2800개의 골전도 이어폰을 만든 샥즈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