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주 간, 아니 지난 몇 달 간 나는 격정의 시간을 보냈다.
토네이도를 닮은 내 정신은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이 없으면
숨을 쉴 수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온갖 잡기한 상황과 맞닥뜨리며
내 자신을 가해했다.
사랑하려고 하는 마음, 사랑받지 않으려는 마음이
공존한 여러 갈래들.
하지만 이런 혼란한 삶에도 퓨어의 결정체,
순수함의 결정체인 작고 소중한 마음을 마주할 수 있는
짧은 순간이 있다.
10시 출근인 나는 9:50분에 사무실 앞 공동현관문에 도착한다.
그곳엔 항상 할머니의 손을 잡은 꼬마 아이가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어찌나 성실한지 지난 8개월 동안 단 한번도 그를 못 본 적이 없다.
매일 보는 탓에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고,
어느날부터 저 멀리서 꼬마가 나를 보면
공동현관문 키 번호를 누르고 있다.
나보고 들어가라고.,.
에스코트 받는 기분이 들어,
날 챙겨주는 모습에 기분이 참 몽글몽글했다.
그는 그 후부터 내가 올때마다 공동현관 출입문을 열어주었다.
어느날은 꼬마에게 "항상 고마워, 좋은 하루 보내." 인사했다.
그는 "누나도 좋은 하루 보내요!"하며
내가 타는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힐 때까지
손을 흔들며 나를 바라봐주었다.
오늘은 꼬마가 좋아할 법한 젤리를 편의점에서 사들고 걸어갔다.
그는 놀라 함박웃음은 짓지 못했지만
선물을 받은 설레는 마음은 감출 수 없어보였다.
이 험난하고 잔인한 세상에서
내 존재만으로도 행복한 풍경이 연출되는
이 짧은 순간은 내게 너무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