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항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곤 하지.
지난 며칠간 위에 탈이 났었다.
원인은 토요일 낮 12시부터 밤 10시까지 달려서였다. 뛰었다는 말이 아니라, 아귀찜과 막걸리, 케이크, 스테이크, 과자, 컵라면을 먹고 끝냈어야 했는데, 너무 심심한 나머지 빵과 맥주, 감자튀김, 치킨너겟을 먹어버리고 소화도 시키기 전에 자버렸기 때문이다. 누구는 이 얘기를 듣고 체하라고 아주 고사를 지냈다고 혼냈다.
심심하면 청소를 하던가, 운동을 하던가, 책을 읽던가, 넷플릭스를 보라고
그렇게 난 일요일 새벽, 끔찍한 두통에 깨서 미식거리는 위를 부여잡고 토하기 시작했고, '위에 탈이 났다! 당분간 음식을 못 먹겠구나!'라고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배는 고프니까 일요일에 계란죽을 끓여먹었다.
다음 날 월요일, 좀 나아진 거 같아서 아침으로 김치볶음밥을 먹고 카페에 갔는데 속이 미식거리고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카페 언니는 집에 가서 쉬라고 얘기했지만 '내가 아무리 백수처럼 보여도, 난 작가다! 난 남들처럼 월요일부터 일하는 작가다!'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뻐팅겼다. 하지만 위에 탈이 나면 그렇다. 앓아누울 정도는 아닌데, 컨디션이 매우 저조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결국 나는 병원에 가 약을 처방받고 집에 가서 뻗고 말았다.
븅딱 왜 김치볶음밥을 처묵냐??먹긴
화요일, 죽을 먹었지만 여전히 속이 좋지 않았다. 설상가상 배고픔도 밀려왔다. 원체 죽을 좋아하지 않아 몇 술 뜨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사실 나는 죽을 싫어한다. 본죽에서 사오건 누가 만들어주건 죽은 x나 맛이 없다. 희끄무레하고 뭉근한 질감이 싫다. 돈 아깝고, 시간 아깝고, 내 혀가 아깝다.
이 날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를 보면서 쉬었다. (고요의 바다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하루 종일 누워있어서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거의 쓰러지다시피 배고픔에 허덕이며 생각보다 쉽게 잠들어서 놀랐다. 내가 진짜 아팠나 보네!
수요일, 이제 뭔가 괜찮은 거 같아 백반집에 가서 대구지리탕을 먹었다. 내 위가 음식과 싸우는 걸 느낄 수 있었지만 견딜만했다. '힘내라! 내 위여~!' 응원을 해주니 가라앉기 시작했다. 저녁에 뭘 와구와구 처먹은 거 같은데 기억이 안 나는군. 아무튼 다 나은 기분이었다.
오늘 목요일. 내가 지난주부터 이모에게 김밥을 해달라고 요청했었는데 탈이 나서 먹지 못할 줄 알았던 김밥을 두 줄이나 먹을 수 있었다. 그래도 나은지 얼마 안 돼서 양념게장은 안 먹고 왔는데,... 내가 월경증후군 호르몬을 만만히 봤다. 호르몬은 항상 배가 고프진 않지만 처먹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난 참지 못하고 불닭볶음면과 초코쿠키, 빵 등을 처먹고 말았다. (심지어 친구한테 전화해서 많이 처먹었다고 자랑함.) 한 시간이 지났을까 위가 다시 한번 처절하게 음식과 혈투를 벌이는 게 느껴졌다.
"이겨라! 짝. 이겨라! 짝."
나는 또 위를 응원했다. 그렇게 전쟁을 치르고 3시간이 지난 지금 조금 괜찮아졌다는 안도감을 느끼고서야 이 글을 쓴다. 내가 너무 한심해서 기록해놓고 또 한심한 짓거리를 하면 이 글 보고 '아 이때도 한심했는데, 지금도 한심하구나.' 다시 한번 또 책망하려 이 글을 쓴다. 김치찌개도 아니고, 나은 지 얼마나 됐다고 평소 무탈할 때 먹어도 매운 불닭볶음면을 먹냐?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다. 나는 정말 주식도 하지 말아야 되고, 맛있는 것을 먹을 자격도 없다.
LG에너지솔루션 욕심부리다가 하루 종일 끙끙댐.
그럼 B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