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편] 시작하는 너에게

마흔의 이모가 스물의 조카에게 쓴 편지

by November Vibe

사랑하는 조카야,
이모는 네가 태어났던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단다. 갓 태어난 아이 같지 않게 털이 복슬복슬 덮인 채로 세상에 처음 나와 자지러지게 울던 네 모습을 캠코더로 영상을 찍으며 신기해했던 그날. 작고 여린 네 손가락이 처음으로 나의 손가락을 꼭 쥐었던 그 순간부터, 이모는 네가 자라나는 모든 순간을 지켜보며 행복했단다. 그렇게 사랑스럽던 네가 이제 성인이 되었다니 믿기지가 않고, 이 험한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되는구나.


스무 살. 모든 것이 가능해 보이면서도 동시에 불안하고 두려운 나이일 거야. 이모도 그랬었어. 지난 20년간 끊임없는 두려움과 맞서 싸우고, 시행착오와 후회의 시간들을 겪으면서 너만은 같은 길을 걷지 않기를, 너만은 덜 후회하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너에게 글을 남겨본다.

이모가 가장 해 주고 싶은 얘기는 남들의 시선에 너무 얽매이지 않기를 바란다는 거야. 이모는 평생을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너무 신경 쓰느라 정작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놓쳐버린 적이 많았어. 타인의 시선의 얽매여 숨이 막힐 정도로 스스로를 가두고 평가를 해댔단다. 너만은 타인의 시선보다는 너의 목소리에 집중해서 네가 하고 싶은 것, 네가 꿈꾸는 것을 향해 당당하게 해 나아가길 바라.

두 번째로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기를 바라. 실수는 우리를 성장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선생님이야. 이모도 수많은 실수를 했고, 그 실수들이 있었기에 많은 것들을 배우고, 내가 하면 안 되는 것들에 대한 학습을 할 수 있었어. 가끔은 실수하는 모습을 들키기 싫어 도망칠 때도 많았는데, 그렇게 도망치고 나면 성장을 하지 못하고,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기더라.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 완벽하려고 애쓰지 말고, 실수를 통해 배우는 자세를 가지렴.

셋째로, 시간을 소중히 여기되, 조급해하지는 마. 네 또래에는 모든 것을 빨리 이루고 싶은 마음이 들 거야. 하지만 인생은 마라톤이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란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시간은 반드시 다 같지 않단다. 똑같은 노력을 해도 결실이 맺히는 때는 모두 다르고, 그때가 늦다고 해서 걱정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무조건 버티렴. 버티는 자가 승리하게 된단다.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해. 항상 준비된 자세로 살아간다면 기회는 늦더라도 반드시 너를 찾아올 거야.

넷째로,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렴. 진정한 친구 몇 명이 수백 명의 지인보다 더 값지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올 거야. 불필요한 관계에 너무 에너지를 쏟지 말고, 진짜 친구들과 가족들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을 아까워하지 마. 죽고 못 살 것 같던 친구들도 생활환경이나 수준이 바뀌면 물거품처럼 사라지기도 하니, 정말 소중한 친구들이 있다면 함께 성장해 나가는데 노력을 기울이길 바라.

다섯째로, 건강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렴. 젊을 때는 너의 건강한 몸이 무한하게 느껴져 아끼지 않고 막 써대겠지만, 건강은 절대적으로 유한하단다. 네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열심히 사는 건 좋은 일이지만 건강을 해쳐가면서까지 무언가를 위해 맹목적인 노력은 하지 않기를 바라. 인생의 마라톤을 좋은 성적으로 끝내기 위해서는 준비된 체력과 그 체력을 마라톤이 끝날 때까지 적절히 분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기억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네 감정에 솔직해지려고 노력하렴. 행복할 때는 마음껏 기뻐하고, 슬플 때는 충분히 슬퍼해도 좋아. 감정을 억누르거나 숨기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면 좋겠어.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고 살아야 건강한 정신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단다.

인생은 생각한 것보다 많이 짧더구나. 이모는 후회 없이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고, 최선을 다해 즐기며 살아왔는데도, 마흔을 넘기고 보니 후회되는 것들이 많다. 후회 없이 산다는 건 모든 선택이 완벽했다는 뜻이 아니라, 그 순간 최선을 다했다는 걸 의미하지만,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늘 최고의 결과를 보장해주지 않더구나. 네가 선택한 길이 때로는 험난할 수도 있고, 불안할 수도 있어. 하지만 네 자신을 믿고 네가 선택한 길이 최선이었다는 걸 믿고, 설사 그 결과가 네가 생각한 결과가 아니더라도 그 상황에서 담담히 현실을 받아들이고 당당하게 살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