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가며 빨라지는 시간만큼이나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력과 트렌드. 나도 한때는 20년 전부터 맥북썼다며 얼리 어답터라거나 컴퓨터로 하는 일은 뭐든 자신 있다고 자부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마흔이 넘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으로 뛰어든 후로 나는 매우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다.
혼자 프리랜서로 일하다 10년 만에 어린 친구들과 협업을 하게 되었다. 혼자 일할 때는 어떤 것이든 내가 편한 방법으로 일하면 됐었는데, 다른 사람들과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정도 그들이 사용하는 것들을 따라가 줘야 한다고 느끼고 사용하지 않던 태블릿뿐 아니라 노션, 챗gpt, 미드저니 등 처음 써 보는 ai 툴도 써보게 되었다. 컴퓨터와 스마트 폰이면 충분했는데 태블릿까지 쓰려니 뭔가 더 번잡하고 일을 복잡하게 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다들 들고 있는 태블릿들 사이에서 혼자 스마트폰을 쓰자니 나이에서 오는 자격지심까지 더해져 조금은 무리를 하게 되었다. 요즘 친구들은 회의 내용 정리나 일정 정리도 전부 노션으로 한다는 얘길 듣고, 유튜브 강의도 들어가며 사용해 보게 되었는데, 직관적인 캘린더, 워드, 엑셀과는 달리 뭔가 너무 복잡해 중도 포기하게 되었다. 사진도 넣고, 링크도 넣고, 다양한 기능들이 있다고 하는데, 그 기능들을 다 익혀서 쓰기에 내 머리는 너무 굳어 버린 것 같다.
점점 목을 조여 오는 노화에서 자유로워질 길은 없고, 주변을 둘러보면 심난한 그림들만 보일 뿐이다. 요즘 각종 커뮤니티나 언론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논란 중 하나인 키오스크만 봐도 닥쳐올 미래가 걱정된다. 이미 수많은 카페나 식당에서 키오스크 주문이 일상화되고 있고, 그런 기계의 사용이 익숙지 않은 어르신들이 키오스크 앞에서 진땀을 빼며 도움의 손길을 구하는 것은 평소에 주변에서도 자주 목격되는 장면이다. 다행히 나는 현재 키오스크 지옥에서는 문제없이 살아남았지만, 내가 그분들 나이가 되면 또 어떤 것들이 새롭게 나타나 나와 다른 이들의 진땀을 빼고, 조롱하게 될지 알 수 없는 미래가 두렵기만 하다.
젊은 세대들은 새로운 기술을 자유롭게 활용하며 업무 효율을 높이고 편리한 삶을 마음껏 누리고 있지만, 40대인 나는 익숙한 도구에 의지하며 버텨나가고 있다. 때로는 무력감과 소외감에 휩싸이기도 하지만, 가능한 선에서 새로운 것들을 익혀 사용해 보려고 노력 중이다. ai가 빠르게 진화하며 각종 분야에서 곡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하는 이 시대에 뭐든 배워놔야 그나마 숨 쉬고 살 수 있을 것이기에 나는 오늘도 각종 ai 툴들과 친구가 돼 보려 수없이 말을 걸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