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은 뉴진스
"와 너 수학여행 때 정말 짱이었어!"
"언제 그렇게 춤을 연습했데~ 진짜 멋지더라!"
"장기자랑 때 컴백홈 춤 진짜 반했어!"
중학교 2학년 말, 교실에서 돌린 나의 롤링페이퍼는 전부 수학여행 때 췄던 춤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어릴 적부터 꾸준히 대문자 I 성향이었던 나는 교실에서 항상 조용하고, 존재감 없는 아이였다.
밖에선 한없이 내성적이었고, 어디서도 절대 나서지 않는 나였지만, 내가 한없이 자유롭게 날 표현하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춤을 출 때였다.
처음 춤을 췄던 건 초등학교 1학년 즈음이었던 것 같다. 서점을 하다 망했던 우리 집에는 팝송 테이프와 LP판들이 많이 있었는데, 신나는 팝송을 들으며 몸을 흔들기 시작하다 춤의 매력에 빠졌던 것 같다. 그러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을 무렵 가수 현진영의 데뷔는 나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고 "현진영 Go 진영 Go"에 맞춰 춤을 추며 방송댄스의 맛을 들여버렸다. 그 후로 시대를 뒤흔든 서태지와 아이들과 듀스의 신곡이 나올 때마다 비디오테이프에 녹화를 하고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돌려보며 춤을 외우는 게 일상이 되었었다. 요즘처럼 방송댄스 학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방구석에서 비디오를 돌려보고 추는 것이었지만, 그 시간만은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춤을 완벽히 외우고 똑같이 따라 추게 된 순간의 희열은 춰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 없으리!
춤을 너무 좋아해 중학교 때는 잠깐 백업댄서가 되는 게 꿈인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시절 그 어린 나이에 백업댄서는 소위 노는 언니, 오빠들이나 할 수 있는 직업처럼 느껴졌고, 한없이 조용하고 일탈이라고는 해본 적 없던 내게는 그저 머나먼 별나라 이야기였다.
대학 때까지도 방구석에서 늘 춤을 추고는 했지만, 취업을 한 후로는 그런 시간을 갖는 게 쉽지 않았다.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다 하느라 진정 사랑하는 순간들은 누리지 못했다. 그렇게 십여 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러던 어느 날 유튜브에서 처음으로 방탄소년단의 "MIC Drop" 뮤직비디오를 보게 되었고, 내 동공은 지진이라도 난 듯 심하게 흔들렸다. 그 멋스러운 춤에 눈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십수 년 만에 다시 춤을 춰 보았다. 예전보다 더 많이 돌려보기는 했지만 결국 춤 전체를 외우는 데 성공했다. 며칠을 계속 다시 보기 하며 연습하는 동안 초등학생과 중학생이었던 조카들이 놀러 왔다 나의 춤추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한 녀석은 이모 춤 진짜 잘 춘다며 칭찬을 해 주었고, 한창 예민한 중2병 환자였던 조카는 나이를 지긋이 먹고 아이돌 춤을 따라 하는 이모를 차마 못 보겠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방을 나가버렸다. 그럼에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 후로도 "쩔어," "아이돌" 등 다른 곡들도 연습해서 춰 보았고, 어릴 적 느끼던 그 희열들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