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걸음마

by November Vibe

브런치 스토리의 존재를 알고도 한참을 나와는 관계가 없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라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건 좋아했지만, 글을 읽는 것과는 거리를 둔지 꽤 오래된 터라 여러모로 내가 머물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히 친해지게 된 지인이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꽤 올린 작가라는 걸 알게 되었다. 글과는 상관없이 자기 분야에서 당당히 잘해나가고 있는 사람이 글까지 써 작가로 불린다는 사실이 나에게 적잖은 자극이 되어 처음으로 브런치 스토리 사이트에 들어가 가입을 해 보았다. 가입을 하고 "안녕하세요 작가님"이라는 이메일을 받고 나니 글을 한 글자도 쓰지 않았음에도 내가 진짜 작가라도 된냥 반쯤은 어색하고 반쯤은 기분 좋은 설렘을 가지고 첫 글을 써 보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이것저것 잘 시도해 보는 성격이라 기왕 글을 쓰는 거 연재라는 것도 해 볼까 싶어 겁도 없이 덜컥 연재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떤 글을 쓸지 막막했지만, 요즘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기분들과 경험담을 담은 글로 시작해 보자 하고, 마흔에 겪은 다양한 경험담을 녹여 "시속 40킬로는 빠른 것 같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에세이를 시작했다. 첫 두 편은 꽤 잘 써졌는데, 매주 같은 날 연재하는 것이 보통 힘든 게 아님을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다. 드라마 작가들이 쪽대본을 써낼 때 얼마나 피가 말랐을지도 아주 조금은 공감이 되는 순간들이었다. 결국 소재도 고갈되고 매주 연재를 이어갈 자신이 없어 8회에서 연재를 마무리하기로 하고 마지막 글을 써 올렸다.


매우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쨌든 연재를 하고 끝냈다는 작은 만족감을 느낄 새도 없이 그다음 주에 또 울리는 연재일 알람글에 놀라 부랴부랴 설정에 들어가 보았다. 처음에 별생각 없이 10회 연재로 시작한 탓에 내 마음대로 8회에서 끝낼 수 없다는 걸 알고 놀랐다. 설정에서 8회로 계속 바꿔보았지만 바뀌지 않아 결국 에필로그로 한 회를 채워보고자 이 글을 쓰고 있다. 연재는 섣불리 시작하는 게 아니 다라는 걸 경험한 좋은 기회가 되었고, 또 섣불리라도 시작해 봐서 좋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또 하나 배워간다.


마흔이라는 나이는 나에게 많은 것을 빼앗았고, 불편함을 주었지만, 이렇게 처음으로 글을 쓰고, 배우는 기회를 주었다. 나이가 아무리 나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져도 나는 걸음마를 하고, 또 한 계단 오르고, 올라 계속 발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