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레이서

가속 지점이오니 준비하세요

by November Vibe

40대... 내게는 달나라처럼 아주 멀리 있는 이야기였다. 예전엔 어른들이 나이에 따른 시간 체감을 차량 속도계에 비유할 때, 그저 한 귀로 듣고 흘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몇 해 전, 내게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마흔의 문턱을 넘으면서, 나 역시 그 속도계 바늘 위에 올라타게 되었다.


삶은 롤러코스터처럼 우리를 시련의 길로 곤두박질치게 하기도 하며 때로는 성장의 길로 인도하기도 한다.

마흔의 문턱을 넘기 전엔 마흔이란 나이는 나와는 상관없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지만, 문득 그 나이를 맞이하고 보니 정신 차리기 힘들 정도로 새로운 일들이 다채롭게 소용돌이치며 빠른 속도로 다음 시속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마흔의 문을 지나면서 처음 겪는 다양한 일들을 겪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다가오는 건 노화로 인한 신체 변화였다. 너무 까매 다양한 색으로 색칠하던 머리색은 이제 보통의 물감으로는 물들이기도 힘든 하얀색 머리카락들이 늘어가고, 반평생을 근시로 안경과 컨택트 렌즈를 껴야만 멀리 볼 수 있었던 눈은, 이제 가까이에 있는 글씨들도 조금 멀리 떨어뜨려야 볼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모님의 효도템으로만 여겼던 다초점렌즈 안경을 이제는 직접 고려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는 게 가슴이 시리다. 이런 크고 작은 변화들이 이제는 세월의 흐름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임을 일깨워주었다.


신체적 변화뿐 아니라 관계의 변화도 마흔 이후 크게 다가왔다. 오랜 친구와의 불미스러운 사건은 예상치 못한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관계의 단절과 상실감마저 가져왔다. 친구의 강아지에게 물린 사건은 안타깝게도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다. 엄청난 전신 통증을 불러와 삶의 질을 끔찍할 정도로 떨어뜨렸고, 오랜 시간 의지했던 친구들과의 관계도 무너졌다. 엄청난 몸과 마음의 상처를 받았지만, 관계의 본질과 인간의 한계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며 경력을 쌓아갔던 시절은 인생에서 두 번 다시 맛보기 힘들 만큼 큰 기쁨과 성취감을 안겨주었지만, 무식할 정도로 지나쳤던 열정에 결국 몸과 마음이 고장 났고, 인생의 나락으로 가는 경험을 해야만 했다. 그 후로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수많은 도전을 해 나갔지만, 한우물을 파며 각자의 분야에서 나름의 전문가로 나이에 걸맞은 직급에 오른 수많은 또래 친구, 동료, 선후배들에 비해 아무것도 이루어 놓은 게 없는 빈털터리 신세인 마흔의 나를 마주하는 일은 꽤나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걸 마주하고서야 깨닫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과정에서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삶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불확실성과 함께 나아가는 여정이라는 점이다. 과거에 집착하거나 잃어버린 것에 대한 후회에만 머문다면 미래는 없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해 왔고, 요즘은 ai와 더불어 더욱더 빠르고 예상할 수 없이 변화하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삶을 살아온 내가 빛을 발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빠르게 변화하는 나, 도전과 변화에 익숙한 나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때라고 말이다.

나이를 먹으며 또 새로운 문제들이 계속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더 깊은 통찰력과 회복력을 키울 기회도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40대 문턱을 넘는 일은 예상치 못한 발 찧음과 도전의 연속이었지만, 이를 다루는 방법을 배워가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고 있다. 중년에 꽤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종종 "지금이 제일 편하고 좋다."라는 말을 들어보았다. 나에겐 그저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위치에 오르고, 경제적으로 살만한 사람들의 배부른 소리로 들릴 때도 많았지만, 그런 얘기는 젊은 시절은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포기하지 않고 살아본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얘기라는 걸 알기에 존중한다. 나 또한 그런 삶의 여유가 있는 중년이 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안전벨트 바짝 매고, 가속도가 붙어가는 나의 삶에 집중해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가는 좋은 시간으로 만들어 가고 싶다. 마흔 이후의 삶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 있음을 믿으며, 앞으로 더 많은 기회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여유 있는 중년의 시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