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몸에 주는 반응을 언제부터 인지하기 시작했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기억에 남는 최초의 순간은 남자 친구들이 생기고 나서다. 울고 나면 쌍꺼풀이 없어지고 눈이 부었다. 눈이 부었으니 인상이 살짝 달라져 순진하게 이렇게 못생긴 모습으로는 남자 친구를 만날 수가 없는데 하면서 눈에 수분이 빠져 눈이 붓는가 보다 하는 근거 없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울지 말아야지 이러면서. 그래도 그때는 울고 나면 눈이 부었구나, 마사지를 해주고 찬물을 얹고 하루 이틀 지나면 지나갔다.
살면서 다양한 장소와 다양한 순간에 정말 많이 울었다. 눈물도 과학적인 관점으로 세 가지 타입으로 나누는 듯한데 "울었다"라는 말은 보통 세 번째 타입, 정서에 의한 눈물을 흘리는 상황을 말하는 것일 거다. 숫자로 보면 많이도 울었지만 양으로 쳐도 기네스에 도전해 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감정적으로 복받친 때가 대부분이지만 자잘하게 쌓인 이런저런 스트레스 중 어느 하나가 트리거 되면 정확한 이유는 없어도 엉엉 울면서 감정적 독소를 배출하며 카라르시스를 느낄 때도 있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우는 이유를 제쳐놓는 다면 우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울고 싶은 상황이야 최소로 줄이고 싶은 생각이 많지만 울고 싶은데 울 수 없다는 전제로 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내 삶의 일부였다. 그러나 이렇게 눈이 점점 더 심하게 붓기 시작하면서 눈물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눈이 너무 부어서 다음날 있을 중요한 회사 및 개인적인 사회 이벤트를 취소 혹은 불참해야 했던 적이 여러 번이다. 얼굴이 흉측한 것이 일차적인 이유겠지만 그렇게 얼굴이 변했으니 눈치 빠른 사람들 눈에 너 어제 울었군 하는 티가 보이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 두 번째 이유고 혹시나 이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은 것이 세 번째 이유다.
나이가 들면서 달라진 점 중에 하나는 울고 난 뒤 몇 시간 후 혹은 자고 일어나면 눈이 부었는데 이제는 눈물 몇 방울 흘리자마자 바로 눈이 붓기 시작한다. 남편 처음 만났던 때에는 너무 울어서 눈이 부었고 얼굴이 흉측하니 나가지 않겠다고 말했을 때 티 안 난다는 전혀 도움 되지 않는 관심 없어 보이는 소리를 했다. 그렇게 몇 년 살다가 눈물 흘리자마자 눈이 붓는 변화와 많이 울면 눈이 안 보일 정도로 눈꺼풀이 눈을 다 가리는 상황이 되니 너 눈물 알레르기 아니냐? 했다. 내 몸에서 형성되어 분출하는 액체에 알레르기라고? 2% 정도 염분이 섞인 수분에? 눈만 붓는 것이 아니라 눈물을 훔치면서 얼굴 전체가 눈물 자국으로 덮일 때 피부도 일시적으로 가렵거나 하는 반응도 동반하기 시작했다. 부은 눈꺼풀 때문에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눈이 부은 적이 있어 사진으로도 찍어놓은 적이 있다. 우는 내 모습은 괴물이 따로 없구나. 이로쏘 나는 어른이라서가 아니라 눈물에 대한 반응이 심해서 울고 싶어도 울면 안 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건강한 눈물을 흘리는 눈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고 있다. 렌즈로 인해 심각하게 건조해진 안구로 인해 눈물 성분으로부터 보호되는 시스템이 깨졌는지도 모른다. 눈물의 성분이 도대체 뭐길래 내 몸에 이렇게 반응이 심하게 올까 하여 간단히 영문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눈물 타입, 성분 외에도 눈물의 효능과 병리학 등이 적혀 있다. 눈물 타입에 따라 성분이 다르고 감정으로 우는 눈물에 염분이 가장 많다고 한다. 감정의 독소가 염분이 되어 내 눈에 독이다. 울고 나면 몸 자체가 피로해지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고 -항상 왜 울고 나면 온몸이 쑤시고 아픈 걸까 여러 번 생각한 적이 있어 신기하다- 눈물로 인한 병리학 적 신드롬 및 어떤 경우는 신경 계통에 주는 영향 등도 언급하고 있다.
설날이라고 서울에서는 가족들이 모였을 텐데 눈이 부어서 안부도 못 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