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9-2. 이 걱정 또한 사라질까

by sinn Mar 11. 2025

올해부터 월말마다 가장 걱정되는 사항을 적어두고, 그다음 달에 한번 더 보고 있다. 1월도 2월도 사실 내 걱정은 대부분 오월이로 채워지고 있다. 그런데 2월 말에는 걱정거리를 적으면서 하나 놀라운 걸 발견했다. 바로 1월 말일에 고민했던 대부분의 일들이 2월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1월 말은 설 연휴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주로 오월이의 분리불안에 대해서 주로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2월에는 캣타워도 설치되고 오월이도 어느 정도 적응을 하여 공간을 좀 넓게 쓰면서 차츰 사라진 것 같다. 지금도 출근하는 날 보면 주로 가만히 누워있기는 하지만 그 누워있는 장소가 캣타워, 옷방, 안방, 원래 있던 스크래쳐 등 다양하니까 마음이 상대적으로 놓인다. 그래서 분리불안은, 많은 수의사들이 말하는 것처럼, 오월이가 아니라 내 문제였나 싶어졌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지금 하고 있는 걱정 또한 곧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은 사실 오월이의 양치가 가장 큰 문제다. 오월이가 칫솔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까진 성공했지만, 그다음에 진도를 많이 못 나가서 걱정이다. 지금은 한 끼 정도 습식을 하고 있어서 (오월이는 습식을 상당히 좋아한다) 양치를 꼭 해야 하는데 너무 거부를 한다. 지난번에 털 때문에 병원에 가서 나는 양치를 시켜야 한다는 굉장히 강한 충고를 들었고, 그래서 사실 지금 걱정이다. 물론 모질이나 턱드름도 고민이긴 하지만 부차적이다. 


하지만 좀 나아질 거란 희망도 있다. 2월 초만 하더라도 발톱 깎을 때마다 전쟁을 벌이는 수준이라서 그땐 그게 걱정이었지만, 지금은 사실 발톱은 쉽게 잘 깎는다. 그래서 3월이 넘어 4월이 되면 양치도 이 수준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와 희망을 품고 있다. 


한편으로, 오월이 덕분에 대부분의 큰 고민은 지나고 나면 별 게 아니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보다는, 뭔가 오월이와 내가 함께 있는 순간들이 모여서 해결해 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오월이 외에 드는 모든 걱정들도 내가 한 땀 한 땀 노력하다 보면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이전글 9-1. 오월이의 보송한 털을 위하여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