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고양이와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엄마가 싫어한다는 핑계와 거주가 불안정하다는 변명을 발판 삼아서 미루고 미루다가, 얼마 전에는 드디어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갑자기 SNS를 켰는데 온순하고 똥똥하게 생긴 아이가 눈에 확 들어왔고 나도 모르게 바로 입양 신청을 해버렸다. 아마 그날도 평소와 같이 마음만 찍어두었다면 이렇게 되진 않았겠지 싶다.
내 에너지와 시간이 아가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애초에 12개월령 이상을 찾고 있었는데, 아이는 당시 12개월이 갓 넘은 상태라고 했다. 5월 즈음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이 되고, 야산에서 지내다가 임보자님의 시골집에 드나들던 것이 인연이 되어, 겨울이 될 무렵에 임보자님이 데려와 기르기 시작하였다. 중성화와 예방접종, 검사 및 냥빨까지 임보자님이 다 해주셨기 때문에 나는 그저 지낼 수 있는 환경만 제공해 주면 되겠지 싶은 마음도 솔직히 좀 있었다.
그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입양의 과정에서의 복병은 엄마였다. 엄마와의 관계는 쓰자면 끝이 없기 때문에 간단히 설명하자면, 몇 년째 따로 살고 있는 내 집에 아직도 방을 틀어놓고 앉아계실 정도로 나에 대한 지분을 당당히 요구하시는 동시에, 내가 결혼을 안 해서 자기 마음을 이해 못 하니 낳아 기른 보람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이다. 내가 막상 입양을 한다고 하자 엄마는 울고 불며 섭섭함과 불만을 너무 많이 토로했고, 덕분에 지난 12월은 사회적 혼란함과 동시에 개인적인 감정 처리가 잘 안 되어서 연말 마무리와 입양 준비를 거의 하지 못했던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좀 황당했다. 몇 년 전에 옷방을 만들 때에도 시스템행거가 아니라 옷장을 마련하고 성능 좋은 청소기를 살 때부터 나는 고양이 입양을 하겠다고 했고, 몇 달 전에도 엄마가 다른 일로 섭섭하네 마네 할 때에도 고양이 키우겠다고 말했던 것이다. 엄마 혼자서 몇 년일 거라고 생각을 했다는데, 항상 그렇지만 좀 당황스럽다. 혼자 생각만 하지를 말던가. 솔직히 엄마가 말하는 과정에서도 몇 달이 금세 1년이 되고, 1년이 5년이 되는 것이 좀 어이없었다. 아마 5년 후에 입양한다고 했어도 그때도 난리였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든 날은 착실하게 흘러 약속된 입양의 날이 왔고, 그날 아이는 이동장 내에서 계속 울면서 우리 집에 왔다. 그게 불과 며칠 전이다.
이름을 여러 가지 생각해 봤는데, 임보자님이 붙여주신 오월이라는 이름보다 더 예쁜 이름을 못 찾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도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그냥 그대로 부르기로 했다. 이런 경우가 드문 편인 것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