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의 가장 고마운 점은, 무엇보다도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싼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만 해도 굉장히 많은 고민을 덜어준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나의 굉장한 시행착오가 있었고 그 점에서 고생을 시킨 것 같아 미안하다 (미안하지만 간식은 더 못 줘).
사료량
첫날에 계량을 잘못했다. 원래도 집에 있던 저울을 꺼내는 대신, 사료통에 딸려온 계량컵을 사용했다. 나중에 보니 거의 1.5배 정도 더 준 듯하다. 그렇게 많이 줬는데도 계속 울길래 친해질 겸 간식도 주고 사료도 더 줬는데 이것이 큰 잘못이었다. 애초에 80-85g을 먹는다는 아이에게 100g을 준 셈이었다.
다음날이 되어서야 저울이 생각나서 (이건 예전에 내가 다이어트한답시고 사놨던 것인데, 현재는 파스타 만들 때나 쓰기 때문에 존재감이 좀 없긴 했다) 꺼내서 재보니 전날에 너무 많이 준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전날 밤에 '멍냥보감'에서 찾은 양대로 주겠다고 용량을 맞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또 실수를 하고야 만다.
오월이는 하루에 네 번 밥을 먹는데, 이걸 보고 별생각 없이 건식사료를 한 끼니당 15g에 맞춰준 것이다. 사실 내가 봐도 너무 적어 보여서 나름 1g이라도 추가한 것이다.
둘째 날 마지막 끼니때 습식사료를 줘보려고 할 때서야 깨달았다. 5g이 너무 말도 안 되다 보니, '잠깐, 이거 그냥 4로 나눈 값이구나'를 그제야 알게 된 것이다. 그렇다 나는 바보였다. 즉, 건식사료의 기준에서는 14gX4=56g을 세 번에 나누어서 약 19g씩을 주었어야 했다.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전혀 모르겠다. 숫자에 강한 건 아니지만 나름 데이터 분석해서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인데.
어쨌든 의도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오월이는 첫째 날은 과식하고 둘째 날은 쫄쫄 굶게 되었으며, 셋째 날부터야 비로소 정량의 식사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이 과정의 한 가지 부수적인 효과가 있었는데 오월이보다는 나에게 좋은 것이었다, 바로 사료값.
사료의 종류
오월이 입양 전에 임보자님께 듣고서 당시에 먹고 있는 사료를 구매했었다. 하지만 입양 바로 전날에 아이가 더 이상 이 사료에 반응이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임보자님께서 먹던 남은 사료와 샘플도 챙겨주셔서 (무한한 감사), 남은 양이 많은 '밥이보약'으로 급여를 시작했다. 하지만 첫 끼니만 잘 먹었고 둘째 끼니부터 반응이 없었다. 이때 당황해서 바로 습식을 줬다 (그때는 잘 안 먹으면 큰일인 줄 알았고, 이렇게까지 밥을 좋아할지는 몰랐다). 하지만 양치를 위해 입 근처에 손만 가져다 대면 거부를 하는 편이라서, 바로 다시 습식을 끊고 건식만 주고 있다 (멍냥보감 조회는 바로 남은 습식을 처리하기 위해 조회하다가 본 것).
이미 산 사료 어떻게든 처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좀 있어서, 트릿을 위에 잘게 찢어주기도 하고 샘플사료도 섞어서 유도를 했었다. 하지만 반응률이 점점 떨어져서 거의 울다시피 하며 사료를 다시 사야 하나 (이미 뭘 너무 많이 샀고 통장은 비었다) 고민했는데, 둘째 날 급여량이 확 줄었다가 셋째 날 다시 주자 반응이 다시 좋아졌다. 애한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먹을 걸 좋아해서 이 방법이 잘 들어맞았던 것 같다. 정말 다행히 지금은 밥이보약으로 100% 급여하고 있고 (미안, 다 먹으면 다른 걸로 바꿔줄게) 샘플은 보이는 대로 신청하고 있다.
급여 간격
원래 친해지려면 기기를 사기보다는 직접 밥을 주는 게 좋다고 했지만 사실 사람이 하루에 네 끼를 챙기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모든 걸 떠나서, 6시간에 한번 밥을 주기 위해서는 수면 시간은 당연히 6시간 미만이 된다 (임보자님 대체 어떻게 하신 거죠...).
찾아보니 보통 1살 이상의 성묘는 급여 간격을 하루에 2-3번 한다고 한다. 그래서 양을 좀 늘리고 간격도 늘려보려고 시도를 했었다. 임보시절부터 6/12/18/24시에 밥을 먹어왔다고 들어 첫날에만 그렇게 주고 한 시간씩 늦춰서 7/14시에 주려고 했다. 12시 좀 넘어서 재택 하던 내가 내 밥만 차리자 난리가 나서 1차 실패 (공동주택에 살다 보니 소음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양을 좀 더 많이 줘서 오후 8시까지 기다려보려고 했으나 (즉 나도 그때까지 굶었다) 6시가 되니 어김없이 밥 달라고 하기에 2차 실패. 찾아보니 식탐이 많으면 그냥 성묘든 아니든 하루 4-5끼 주는 경우가 있었고, 그래야지 급여량도 조절이 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오월이보다는 나를 위해서 다시 지갑이 열렸다. 즉 다음 달에 사려던 자동급여기를 바로 주문했고 내 인생은 한결 편해졌다. 오월이는 임보자님 댁에서도 자동급여기를 사용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급식기 소리가 나자마자 뛰어가서 먹는 편이다. 게다가 다행히 20g을 먹는데 5-10분 정도 걸려서 급하게 먹는 편도 아니라서 많은 부분에서 무난하다. 다만 분명히 밥을 다 먹었는데도 내가 근처에 가면 급식기 앞을 서성이며 날 쳐다본다. 급식기가 온 날에 테스트 한번, 실수로 추가급여 한번 눌러버렸는데, 또 그래주길 바라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제 그걸 잘못 누를 일은 없다.
급여 장소
나는 '먹을 것 =부엌'이라고 생각해서 사료와 간식도 주방에 두고 급여기도 주방 근처에 두었었다. 하지만 내가 부엌 근처에만 가면 따라오기 때문에 굉장히 잘못된 판단이었다. 어젯밤에서야 비로소 공간을 나눠야겠다고 생각해서 오월이 앞에서 오월이가 먹을 것들만 하나씩 박스에 넣어서 다른 곳에 보관해 두었다. 하지만 본다고 아나. 아직도 내가 부엌에 가면 바로 와서 뒤에 있는 모습이 웃음도 나고 미안하기도 하다. 처음 며칠은 그 모습이 안쓰러워서 간식을 준 적이 두어 번 있는데 그것이 더 잘못된 것 같아서 지금은 꾹 참고 있다. 이렇게 한 달만 있으면 좀 나아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