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는 임보 때부터 잠을 따로 잤다고 한다. 임보자님께서 처음 며칠간은 오월이가 장소를 선택할 수 있게 분리 수면을 추천해 주셨다. 그때만 해도 별생각 없이 초반에만 그렇게 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틀이 지나고 삼일째가 되어 나는 영원한 분리 수면을 선언했다.
나는 원래 잠을 잘 못 자는 편이다. 잘 깨기도 하고 누가 옆에 있으면 설잠을 자고, 장소가 바뀌어도 못 잔다. 그러다 보니 오월이가 온 첫날에는 나도 편하지 않았다. 방 너머에서 오월이가 계속 울었던 것이다. 그날은 한 시간에 한 번씩 오월이가 울 때마다 나도 같이 깼다. 그때 고다 카페 아니었으면 나는 영원히 잠을 자지 못하는 운명에 처했을지도 모른다. 고다에는 생각보다 분리수면 하시는 분들이 많았고 요령도 많이들 써주셨다.
한번 방에 문 닫고 들어가면 고양이가 밖에서 무엇을 해도 나가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가 있었고, 나는 그 말을 지키기 위해 무진장 애를 썼다. 아이가 안쓰러운 게 제일 큰 이유면 좋았겠지만, 사실 다른 이유가 더 컸다. 바로 화장실. 나는 평소대로 별생각 없이 자기 전에 물을 좀 마시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던 것이다. 평소 같음 그냥 잤겠지만 막상 깨고 나니 요의가 왔고 화장실은 못 가니 나름의 괴로운 상태로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물론 아이도 서럽고 힘들었겠지만.
둘째 날은 애플뮤직에서 music for cats를 검색해서 나오는 음악을 틀어주고 화장실은 미리 갔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울음이 현저하게 줄었고 한 번만 울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날까지는 급여량도 왔다 갔다 하고 나도 파악이 덜 되어서 '애가 왜 이렇게 안 움직이나'싶었다. 사냥놀이를 해도 누워서 했었다. 하지만 셋째 날 밤, 오월이는 우다다를 시작했다. 이때는 우는 게 문제가 아니라 온 집안을 뛰어다녀서 이웃집에 굉장히 미안하고 걱정이 되어 잠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밤에 좀 많이 힘들었다. '고양이 밤에 재우려면'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서 나오는 거의 모든 글을 읽고 동영상을 봤다. 희망편은 고양이는 야행성이지만 적응할 수 있다는 것과, 절망편은 그래도 포기하고 내버려둔다는 후기였다. 어쨌든 도전은 해봐야지 싶었다.
넷째 날은 다행히 재택이어서 낮에 오가면서 계속 못 자게 깨웠다 (미안-). 그리고 한 시간 이상 놀았다. 피곤해서 안 놀려고 하면 간식 하나 집어서 놀게 하는 식으로. 그렇게 하고 노래도 틀고 불을 끄자, 우다다의 원인이 다른 데서 나왔다. 바로 공기청정기. 나는 에어가디언 제품을 쓰고 있는데, 이게 소리는 안 나는 대신 파란빛이 나온다. 게다가 거실 전면창에는 도심 불빛이 가득 들어오고 있었다. 이러니 오월이가 거실에서 잠을 잘 수 없었겠다고 뒤늦게서야 깨닫고 반성했다. 전날까지 '오월이가 왜 저럴까'싶었던 것 대부분이 내 부주의로 인한 결과였던 것이다. 금쪽상담소 보면 금쪽이보다 부모가 문제인 경우가 대다수인데 내가 바로 그럴 줄은. 바로 암막커튼을 치고 공청기도 꺼서 아예 어둡게 만들어줬다.
다섯째 날인 어제는 밤새 조용했다 (어제 오랜만에 약을 먹지 않고 잤으므로, 아마 울었으면 바로 깼을 것이다). 심지어 내가 컨디션 난조로 일찍 깼는데도 조용히 기다리거나 자고 있던 것 같다. 아침에 내가 좀 더 자고 싶은 마음에 (또 미안) 오전 급여시간만 약 20분 늦췄다. 그랬더니 평소에 날 깨우던 시간에도 조용히 기다리고 있어 고마웠다. 물론 이 과정도 내일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어쨌든 밤에 제발 자 주기만을 바라고 있다. 그래야 공동주택에서 같이 계속 살 수 있을테니.
한편 내가 맞춘 것도 있다.
일단 고양이는 루틴의 동물이기 때문에, 오월이의 최대한 혼란을 덜기 위해서 일정하게 움직인다. 아마 혼자 사는 사람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난 멋대로 산 지 좀 됐었다. 금요일 밤만 되면 새벽까지 자지 않고, 일요일 저녁엔 또 잠이 오지 않아 힘들어하고. 하지만 오월이 덕에 일단 잠자는 시간은 규칙적으로 맞추려고 한다.
두 번째, 퇴근 후에는 보통 식탁에서 컴퓨터를 켜놓고 뭔가 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애초에 계획했던 것과 다르게 계속 인터넷이나 보게 되었는데), 오월이가 혼란스러워해서 그냥 퇴근 후에도 컴퓨터를 킬 때에는 책상 앞에 앉아서 킨다. 덕분에 이런 글도 쓰게 된다.
세 번째는 일단 어제는 안 했지만, 운동. 요즘 실내자전거를 20분 정도하고 자는데, 어제는 정말 만사가 귀찮아서 안 하고 식탁에 앉아 고다나 보고 있었더니 오월이가 계속 나 한번 보고 자전거 한번 보는 걸 반복했다. 물론 귀엽기는 하지만, 헷갈려하는 것 같아 웬마하면 빼먹지 않고 운동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나는 핸드폰 중독자일정도로 매분 끼고 있었는데, 이것도 많이 줄었다 (사진을 못 찍는 게 아쉽지만). 첫날에 워낙 뭘 모르니까, 오월이가 무슨 반응을 하면 기다리라고 하면서 검색을 했었다. 그때 기다리던 게 싫었는지 오월이는 내가 핸드폰을 들고 근처로 가면 싫어한다. 그래서 사냥놀이를 하거나 빗질을 할 때에는 핸드폰이 없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원하지 않았던 디지털 디톡스의 시간이 된 셈이다.
이렇게 조금씩 서로에게 맞추다 보면, 더 오랫동안 서로 편하게 맞추어갈 영역이 생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