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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아있는 무대 Apr 24. 2020

떠나보냄과 남겨진 것

애도

교회에서 만나면 늘 먼저 인사해주시던 어른이 계셨다. 어찌나 활기가 넘치시는지 이분과 있으면 움츠렸던 어깨도 펴지고 씩씩해지는 기분이었다.

 '어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서 여러모로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신 분이라 향후 어른이 되면 유쾌하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활력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모델링이 되신 분이다.

항공전문학교에서 교편을 잡으시고 다양한 기술을 젊은이들에게 전수하셨었는데 교육현장에서도 늘 청년들을 격려하셨다고 장례식을 찾은 조문객들이 말씀하신다.


"교회에서만 멋진 분이 아니셨구나."

어젯밤, 13개월의 암투병을 끝으로 소천하셨다. 장례식장을 다녀와 이분을 떠올리며 애도한다.

교회 늘 왼쪽 자리에 앉으시며 예배가 끝나면 힘 있고 웃는 얼굴로 먼저 다가오셨던 어른.

따로 식사를 해본 적도 없고 대화를 나눠본 적 없지만 교회에서 오가며 나눈 몇 마디 말로 가까워진 마음에 이분을 떠나보내기란 진실로 어렵다.

당차고 밝은 사람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건 슬픈 일이다. 슬픔과 어둠이 가득한 세상에 밝은 미소로 환히 밝힌 분인데 말이다.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추스른다는 건 익숙해지기 어려운 마음이다. 친인척은 아니지만 그분이 내게 남기신 모습은 애틋하다. 든 자리는 티 안나도 난 자리는 티가 난다 했던가.


밝은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힘과 활기를 불어넣는 어른이 되겠다.

그분을 애도하며 내게 남겨진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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