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살아있는 무대 Sep 26. 2020

폭력은 아래로 흐른다.

가정폭력과 추석

가정폭력이라고는 부모님이 어쩌다 짜증내고 화내는 게 전부였던 내 삶이 특정한 누군가에게 부러운 삶이라고 여겨질 정도였음을 알게 된 건 상담 세계에 들어와 사람들과 깊은 대화를 하면서부터다.


그녀는 이제야 불안을 다스릴 수 있게 됐다고 했는 데 어릴 적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버지에게 주먹으로 맞아 기절했을 때 이야기를 말이다. 다른 그는 10대부터 어머니에게 금전적 지원을 하며 매 맞은 이야기를 해주는 등 부모에게서 신체, 정신, 언어 등으로 폭력을 받은 이가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된다.

작은 부부 싸움도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가 생기는 4~5살 아기들에겐 엄청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 어릴 때부터 규칙 없는 가정 분위기와 상과 벌에서 벌이 유독 강하게 작용하는 집안 분위기에서 자란 게 아니라 생존했다고 말하는 게 와 닿는다.

2030 청년들의 현재의 가정사를 듣는다. 과거에 폭력을 가한 아버지는 현재 가족에 속하지 못한다고 한다. 제거됐다. 금전적으로 질척거렸던 어머니는 끊겼다. 어머니와 연락을 끊지 않으면 본인 목숨이 끊길 것 같아서 말이다. 밥 한 끼는 사줄지언정 돈 한 푼 못 건네는 이야기도 듣는다.

버림받은 어른은 외로이 늙어가는 데 또 들어보면, 이들의 어린 시절도 폭력을 당해서 힘들었고 젊어서 받은 대로 가한 폭력으로 늙어서도 홀로 산다.

많은 사례를 경험하지만 공통적으로 폭력은 철저히 아래로 흐른다. 본인보다 약한 이에게 가하게 되고 당한 이는 자신보다 약한 이에게 가한다. 가장 끝자락에 있는 사람의 칼부림은 우리 사회 어느 곳에 피 튀길지 긴장이 된다. 혹은 조용히 홀로 사라지거나(...)

피해는 몸과 정신에 머물러있어 더 약한 이를 통로 삼아 계속해서 재생산되고 흐른다. 가정폭력피해 경험에서 회복과 치유자의 길을 걷는 동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면 슬프면서 아린 감동이 있다.

누구든 어릴 적 힘들었던 시간으로부터 회복의 시간을 통과하기를 권면한다. 내 안에 흘러져 왔던 폭력성을 배설하고 그 자리에 평화가 심기기를 기도한다.

정신 차려보니 추석 앞이다. 서로의 가정사가 뒤섞여 슬픔과 울분만 남게 되는 가족모임의 잔혹사의 흐름을 끊고 위로와 치유의 장이 열리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어린이가 마주할 삶의 경험도 어른들이 사는 세계도 가르치고 배우는 사제관계도 폭력은 멈추고 평화가 심기기를 기도한다.


작가의 이전글 미간이 좁혀지지 않도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