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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아있는 무대 Sep 24. 2020

미간이 좁혀지지 않도록

긴장에서 편안함으로.

상담이 끝나자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어깨의 긴장이 풀린 탓인지 숨어있던 목이 나타났다. 그리고 주름진 미간이 펴졌고 입가에 미소가 있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들어왔다가 가뿐하게 나간다.


상담실을 찾는 이의 마음은 화장실을 찾는 이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고 보는 게 내 관점이다.


마음에 쌓인 온갖 더러운 것들과 좋고 밝은 것들은 뒤섞이도록 두어선 안된다. 식탁에서 밥을 먹고 화장실에서 용변을 처리하듯 우리는 마음을 힘들게 만드는 것들을 비워내고 마음을 힘내게 하는 것들로 살아간다.


맛있는 음식이 차려진 식탁에서 변을 보지 않듯 우리의 관계와 마음 나누는 공간에서도 분리와 구별이 필요하다. 가족 내에서 많이 일어나는 현상인데, 편하게 대화를 나누다가 갑작스러운 조언을 가장한 공격에 상처 받거나 당황하기도 한다. 전투적이 대화와 삶을 나누는 대화는 '대화'라는 틀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어마어마한 차이를 두기 때문이다.


반대로 변을 보는 자리엔 홀로 화장실을 간다. 영양분으로 빼고 남은 것 중 더 이상 몸에 지니지 않아도 되는 것들은 비워내야 한다. 그래야 산다. 갖고 있으면 앞에 10만 원짜리 음식이 있어도 화장실로 뛰어갈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마음도 그러하다. 간직해야 할 마음과 비울 마음이 있다. 좋은 마음 나쁜 마음은 비워야 제대로 보인다. 10대 때 생긴 비울 마음이 50대 60대가   넘어서도 갖고 사는 사람이 많다. 나이가 들어도 어릴 적 기억으로 우울한 사람은 비워야 한다.


비우면 마음이 편해진다. 늘 비우고 늘 채우는 일상이 매일 일어나야 한다. 상담이 수많은 방법 중 하나일 것이라 믿는다. 당신의 미간은 편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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