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에 지루한 시간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퇴사를 하고 가장 많이 느낀 것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내게 필요했던 게 시간이었구나, 여유 있는 시간, 지루한 시간!”
그렇다, 내가 다음으로 건너뛰기 위해 가장 필요했던 건 바로 '시간'이었다, 비어있는 시간.
비슷한 시기에 퇴사한 남편의 말도 같았다.
남편은 한 회사를 8년 정도 쭈욱 다닌 참이었고,
그래서인지 퇴사하는 데에 나보다 엄청 큰 두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어렵게 퇴사에 성공(!)한 그는
얼마 전, 자신이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아마 우리가 제주도에 살게 된 일은 없었을 거라 말했다.
퇴사를 망설이고 다른 일을 시작하고 싶어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충고해준다.
“회사 다니면서 생각해봐, 무작정 나가서 어쩌려고, 뭘 할지 결정하고 나가도 늦지 않아”
남편도 이와 같은 말들로 붙잡는 상사 및 동료가 대부분이었다고,
그래서 너무 두려웠다고.
하지만 그러다간 퇴사라는 그때가, 새로운 걸 시작할 그때가, 영영 멀어져만 갈 수 있다.
내 (확고한) 결론은,
일단 무조건 그만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이 책 속에 있다.
이 책을 발견한 건, 내가 막연히 믿었던 생각이 과학적 뒷받침으로 힘을 얻는 순간,이었다.
작가는 역사적인 철학이나, 뇌과학에 빗대어 우리에게 쉼표, 지루한 시간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얘기한다.
다만, 문장이 그리 좋지는 않다.
중간에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도 있어 아쉽기도 했다.
두께가 그리 두껍지 않아 읽기 좋지만,
많지 않은 내용이 정리가 덜 된 듯한 면도 있다.
같은 말을 지나치게 반복한다,
반복은, 작가의 생각을 더 또렷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독자들을 지치게 한다.
특히 지루함과 명상의 차이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설득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지루함이 필요한 건 절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중략)
근면 성실과 교육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문화에서 오는 이득은 막대하다. 14년째 학생들을 가르치는 나는 한국의 교육 문화가 부럽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지나치면 좋지 않다.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고 일했기에 기술과 혁신의 최전선에 서는 나라가 됐지만, 지루함에 대한 인내력 부족과 바쁜 일상이 위험을 초래한 사례들도 있다. 비단 이건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인류 전반의 이야기일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보람찬 인생을 살기 위해 최대한 많은 계획으로 하루를 꽉 채운다. 하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의미와 충만함을 얻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지루함의 시간을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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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든 감정은 쓰임새가 있다. 원래 '나쁘'거나 '잘못된' 감정은 없다. 우리가 감정 자체, 또는 감정이 던지는 메시지를 외면하고 묵살할 때, 감정은 우리 삶의 부정적인 동인이 된다. (중략) 심리학자나 과학자는 지루함을 정의하고 그 특성을 확인하며 접근하지만, 철학자와 상담가는 우리가 지루함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삶에서 지루함의 역할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더 깊이 파헤친다. (이 책은 후자이다)
- 35
20세기 초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우리 인생을 차지한 모든 분주함과 활동이 사실 "존재를 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의미 있는 인생을 사는 방법을 잊었다.
주의를 분산시키는, 현대 사회의 수많은 요소들에 철저히 포위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루함은 인생에 잠시 쉼표를 찍고 탐구를 시작하는 공간이다. 지루함이 곧 인생의 작업실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우리 인생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뚝딱거리며 최대한 만족스럽게 만들 수 있는 장소이자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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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은 지루함이 어째서 그렇게 고통스러운지 콕 집어 얘기할 수 없다. 생각을 거치지 않은 무의식적인 반응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루함을 느끼자마자 무언가로 덮어 버리는 습관이 몸에 익은 탓에 자세히 조사할 기회를 가져 본 적도 없다. (**때문에 명상에서 강조하는 부분이 '알아차리기'이다)
무언가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면 그 대상을 어떻게 생각하고, 반대로 대상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지 못한다. 예를 들어 보자. 누구나 딱히 이유 없이 불안하거나 슬펐던 기억이 있다. 우리 마음 심연에 숨어 있는 무언가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알 수 없는 부정적인 기분이 무의식적인 생각을 자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 우리는 그 불쾌한 기분을 다른 것으로 덮거나 회피할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그러지 말고 세상을 창조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자. 숲에서 나무가 자랄 때, 나란히 있는 나무끼리는 경쟁이 아닌 나무 한 그루마다의 나무 다움을 키운다, 개별적인 창조물로 커가는 데 마음을 다한다.
경쟁에서 창조로 마음을 바꾸면 지루함을 경험하는 방식도 변한다. 지루함으로 인해 창조적 발상을 할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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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기분이 드는 이유는 지루함 그 자체 때문이 아니다.
지루함이라는 공간에서 온갖 해로운 느낌과 신념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중략) 우리는 온종일 바쁘게 산다. 머릿속에는 일, 학교, 장보기, 통신사에 전화하기, 그 외에도 오늘날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백 가지 일이 들어차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정신이 팔려 있다.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나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주의를 집중할 활동 사이에 틈이 생기면,
마음속 깊이 자리한 부정적 신념이 치고 들어온다. 그때 지루함의 공간 안에 숨겨진 우리의 편협한 신념을 낱낱이 탐구할 수 있다.
-53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음식, 물, 공기 그리고 "(인생의, 살아가는) 의미"
빈 출신의 정신과 의사로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토어 프랑클은 인간에게 두 가지 본능적 욕구가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생존 욕구, 두 번째는 생존의 목적을 찾으려는 욕구다.
우리가 지루함을 진저리 치도록 싫어하는 또 하나의 큰 이유는 인간이 생존을 위해 사투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기 때문이다. 싸워서 얻어 낸 삶이어야만 전적으로 몰입할 수 있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어빈 얄롬Irvin Yalom, 대표작 <나는 사랑의 처형자가 되기 싫다>도 인생에 의미가 없을수록 정신 문제를 더 많이 겪는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인생의 길잡이가 될 개인의 의미를 구축하는 일은 인간 존재에서 가장 중요한 측면 중 하나다.
-73
자각은 충만한 인생으로 가는 여정을 시작하는 열쇠다.
- 85
지루한 감정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낼 수는 없다.
하지만 지루함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가능하다. 생활 속에서 신경을 빼앗는 것들과 흥밋거리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88
주의 분산 행동과 불가피한 일을 구분하는 첫 단계는
자신이 지루해지는 시점을 파악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지루한 시간은 저녁이나 주말에 찾아온다. 나의 경우, 주로 침대에 눕기 한두 시간 전에 지루함을 피하려 딴짓을 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그런 시간과 조우하면 보통 어떤 식으로 지루함의 공간을 채우는지 적어 본다.
이제 멈추고 자신에게 묻는다.
'이게 꼭 필요한 일인가? 아니면 그저 지루함을 회피하는 것인가?'
덧붙여 어떤 일이 됐건,
'미리 앞당겨하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는 게 중요하다.
우습게도 우리는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사람이어서 시간을 절약했다고 생각하지만, 또 여유 시간이 생기자마자 다른 일을 해서 그 틈을 채운다. 여유 시간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다.
- 108
끊임없이 창작하고, 일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찾을 때,
번아웃burnout이 온다.
지루함은 우리에게 잠시 쉬고, 돌아보고, 인생의 큰 그림을 다시 바라볼 시간과 공간을 안겨 준다.
창조건, 소비건, 잠시 끊고 쉬어야 다시 시작했을 때 즐겁다. (**정말 그렇다, 정말)
신명 나는 활동이 계속 이어지면 결국 만족도가 떨어지는 게 그런 이유다.
의미 있는 것들과 잠깐 거리를 둠으로써
다시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한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 있다 보면, 그저 가게에 걸어가는 활동만으로도 기분이 한껏 좋아진다.
(중략)
인생에 지루함의 자리를 더 자주 마련해주면,
나를 둘러싼 세상이 예전보다 생명력 넘칠 것이다.
-133
"속도의 시대에, 나는 느리게 가기보다
더한 희열을 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주의가 산만한 시대에 집중하는 것보다 더 호사스러운 것은 없다.
끊임없는 이동의 시대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큼 시급한 일은 없다." - 피코 아이어Pico Ly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