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으로 본 사랑의 관한 이론
나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식상하다고 느꼈다.
엄청난 의미의 무엇을 한 단어 표현하는 것이,
온갖 맛있는 재료와 갖은 조미료를 모두 넣어서 오히려 맛을 망친 요리,같았다.
이 책은 지극히 감성적인 것이라 믿었던 "사랑"을 아주 이성적인 과학자의 실험과제로 삼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프랭크 탤리스는 차갑지 않게, 유머를 잃지 않은 스토리텔링으로
그 실험 내용을 들려준다.
(작가는 심리 치료자이자 임상심리학자, 소설가이다)
관계, 애착, 감정, 애정,
사랑에 빠지는 것, 사랑이 주는 고통, 가족, 친밀감, 성적 열망, 헌신, 우애적 사랑,
사랑이라는 단어에 많은 것들이
함축되어 있단 걸 다시 깨닫게 해 줬다.
그것들을 심리학과 뇌과학 등의 이론으로 재정의 내리는 것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고, 사랑을 새로운 시각, 그리고 좀 더 넓은 범주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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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프로이트는 모든 공생하는 감정은 자아와 세계의 경계가 아직 완성되지 않고 구멍이 숭숭 뚫려 있던 유년기의 기억에서 영향을 받는다고 보았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과 신비주의자들이 느끼는 황홀경은 자궁과 모유 수유를 의미한다. 어쩌면 우리는 항상 원상태로, 분리 공포를 알지 못했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건지도 모른다. 인간은 혼자 태어나 혼자 죽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이 꼭 맞는 것은 아니다. 누구도 혼자 태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사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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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감정이 일어나는 건 당연히 어떤 의미가 있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가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다. 감정은 모호하고 기만적이며 모순될 때가 많다. 감정이 항상 세계나 사람들이나 주변에 관해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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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말이 그녀에게 울림을 주도록 침묵했다. 그 침묵이 깊어지고 강압적으로 느껴지게 그대로 두었다. (중략) 침묵, 긴 침묵은 무척 불편할 수 있다. 침묵은 (무언가)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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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울증으로 인한 무감각은 다른 형태의 고통일 뿐이다. 기온이 떨어지면 물이 어는 것과 같다. 단테가 가장 밑바닥의 아홉 번째 지옥을 얼음의 황무지로 묘사한 것은 정확한 통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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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자인 게 잘못은 아니다. 완벽주의 성향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내면의 기준이 과도하게 높으면 일상의 다른 기능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도 있다. 완벽주의는 몇 가지 정신 장애와 연관되고, 특히 신경성 식욕부진증과 강박장애와 우울증에서 두드러진다. 완벽주의를 이해하는 관점은 다양하다. 한쪽 끝에는 완벽주의를 부모의 가혹한 비판에 대한 방어로 이해하는 정신 분석학이 있고, 반대편 끝에는 완벽주의를 뇌에서 아무런 동기 없이 발생하는 기호(예를 들어 물건을 줄 맞춰 정리하는 본능적인 욕구)로 이해하는 인지과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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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타가 느끼는 질투의 근원은 유아기의 유기 공포, 곧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선택되고 개인의 생애 초기에 학습에 의해 강화되는 원시적인 공포에 있었다. 궁극적으로 버려질까 봐 두려운 마음으로 인해 정신장애에 취약해진 것이다.
(중략)
아기가 언어를 습득하기 전에 많은 중요한 학습이 이루어지므로 일부 스키마는 완전히 비언어적이거나 비언어적 요소를 포함한다.
언어를 습득하기 전에는 몸에서 학습이 일어난다. 몸이 ‘기억’하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거나 과호흡이 일어나거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의 신체 증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흔히 “뼈저리게 느낀다” “육감이 든다”라고 표현하는 듯하다. 규정하기 어려운 자각이 뇌가 아니라 몸의 다른 여러 부위에 입력되는 듯하다.
스키마는 의식 아래로 영향을 미친다. 언어 이전의 스키마가 작동하며 유아기의 강렬하고 생생한 감정이 되살아난다. 질투와 같은 자극제가 ‘유기 스키마’를 가동시킬 수 있고, 그러면 원래 취약한 사람은 지독한 소외감에 시달린다. 인지를 거의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일어나는 반응이다. 심리치료의 주요 작업은 취약한 개인이 자신의 스키마를 알아채고 역기능적 가정과 해로운 핵심 신념을 바로잡아서 스키마 자체를 수정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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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우리는 특정 행동양식을 생애 초기에 학습하는데, 이렇게 학습된 행동양식이 기본으로 설정된다. 이런 행동양식은 우리의 자아 감각에 깊이 뿌리를 내려 중심을 이루는 스키마에서 나오는 데, 우리는 이런 스키마의 설정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완전히 방향 감각을 잃는다. 급진적인 정신과 의사 로널드 데이비드 랭이 존재론적 불안이라고 일컬은 현상을 체험하게 된다. 그러면 세계를 더 이상 그 자체로 타당하고 확고한 공간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자기를 잃어버리는 느낌에 빠지는 것이다.
자기 패배적 행동이 고통을 유발하는데도 지속하는 이유는, 대안의 다른 행동이 적어도 처음에는 더 큰 고통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역기능적 스키마는 낡은 신발과 같다. 더 이상 용도에 맞지 않지만 익숙해서 발이 아프지 않은 것이다.
174
타인의 복잡성을 온전히 이해하는 능력은 성숙의 척도이자 진실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데 필요한 조건이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에 발달의 초기 단계로 퇴행해서 불안한 마음을 계속 분열로 방어하는 사람이 있다. 좋은 것만 받아들이고 나쁜 것은 거부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랑에 빠진 남자는 현실을 왜곡하고 평범한 여자를 여신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183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우리의 모든 불안과 슬픔은 근원적인 죽음의 공포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 관점에 특히 영향을 받은 치료자들은 1940년대와 1950년대에 영향력을 키우던 프로이트 이후 학파인 실존주의 심료 치료자들이었다. 실존주의 심리치료는 의미 추구에 관심이 많다. 의미는 개인적이어야 한다. 우주는 본래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개인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329
우리는 우리가 결국 도달한 선택을 내릴 만큼만
자유롭다.
(…) 둘째 아들이 태어나면서 첫째를 키운 기억이 얼마나 많이 망각되었는지 깨달았다. 가장 슬픈 건 매일의 삶, 이를테면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일상을 거의 잊었다는 점이다. 작가와 철학자들은 사소해 보이는 일상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한다. 이들은 사람들이 언젠가는 인생을 되돌아보고 뒤늦게 사소한 일들이 모두 중요했다고 깨닫는 시점에 이른다고 말한다.
342
뇌에서 마음이 생기고, 모든 뇌 상태는 이전의 뇌 상태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는 스스로 선택하는 줄 알지만 사실은 불가피한 선택일 뿐이다. 우리는 결국 우리가 도달한 선택을 내릴 만큼만 자유롭다.
마지막으로, 가장 재미있어서
읽다 웃음을 터트린 부분은,
나는 부부치료에서 많은 부부를 만났다. 아내들의 가장 흔한 불만은, 남편이 어떤 기분인지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말수가 적고 정서 지능이 떨어지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아내들에게 남편이 처음 사귈 때는 어땠는지 물어보면 전혀 다른 얘기를 들려준다. 연애편지를 쓰고 전화하고 잠자리에서도 대화를 많이 하고 이따금 시를 읊거나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남자는 사랑에 빠지면 혀가 풀린다. 하지만 남자가 감성을 풍성하게 표현할 때 여자들은 남자의 그런 서정적 표현의 수명은 유전자의 생존이 보장받는 순간 까지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