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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구의식 Jan 31. 2023

어른이 되어도 아프면 눈물이 난다.

너무 아파서 울었다.


귀 안이 너무 가려웠다. 

새벽에 자다 깨면 잠결에도 귀가 가렵다. 

자꾸 손가락을 귓구멍에 넣게 됐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귀 안이 아팠다. 


병원에 갔더니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요즘엔 잘 안 아프다고, 예전에 아프던 건 역시 스트레스 때문이었다고, 남편과 어제인가 얘기했다. 

그런 방정맞은 얘길 하면, 꼭 이런 벌을 받게 되는 기분이다. 믿고 싶지 않은 미신들.  

치료는 마취를 하지만 그래도 좀 아프다고 했다. 

왕년에 여기저기 많이 아파본 나는, 

그런 거 이런 거 진짜 잘 참는 편이라고 간호사 선생님들에게 칭찬받은 적이 종종 있다. 

아프셨을 텐데 잘 참으시네요. 


귀 안의 염증을 칼로 째, 안에 물질을 짜내야 한다고 했다. 

악, 이런 고통은 또 새롭다. 

못 참고 소리를 질렀다. 창피하단 생각이 들 새도 없이 몸이 의사 선생님의 반대쪽으로 도망가고 있었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주욱 났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계속 흘렀다. 

울다 보니 인간이 이렇게 아플 수 있다는 게 너무 슬펐다. 

병원 대기 의자에 앉아 나는 서럽게 눈물을 죽죽 흘리고 왔다. 


아플 때마다 새삼 이보다 더한 고통이 있을까, 싶지만 

언제나 지금, 내 앞에 맞닥들인 고통은 

너무 크고 아프다. 너무 아팠었는데, 이번이 정말 아팠다. 

오래전 아팠던 기억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기분이 들었다. 

인생엔 어쩜 이렇게 아픈 것들이 많을까! 


주사를 처음 맞는 아기가 생각났다. 

얼마나 놀라고 서럽고,  

인생은 앞으로도 이렇게 아플 일이 많은 걸까, 겁에 질릴 마음. 

그래도 아픈 일만큼 즐거운 일도 많다고 말해주어야지. 


오후엔 지는 해 아래서 

스케이트보드를 탔다. 

기우뚱기우뚱 흔들리는 작은 나무 보드 위에 

두 발을 모두 올리면 

걷지 않아도 몸이 스르륵 앞으로 이동한다. 


그러다 넘어지면 또 엉엉 울겠지, 

어른이 되어도 아프면 눈물이 나더라. 


2021.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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