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게 죄 같다는 할머니
“네가 무슨 죄가 있어서…”
병원에서 대리수령한 약봉지를 건네는 나를 보며 눈물이 터진 할머니는 하염없이 울기 시작했다.
“아유!!~~ 또 왜 그러셔? 응? “
할머니 옆에 붙어 앉아 우는 할머니를 안고 다독거리지만 사실 나도 힘들다.
일주일에 두 번 복지관에 가서 대체식을 받아다 드리고 병원에 가셔야 하는 일이 있으면 늘 내가 대리로 간다. 고관절 수술 후 몸이 불편해진 할머니를 대신해 집안일을 살피고 목욕이나 미용 등을 도맡은 지도 4년이 넘었다.
할머니한테 안 가는 날에도 할머니 드릴 반찬을 만들거나 재택근무 업무 일을 정비하고 아이들 육아까지 해야 해서 더 힘들다.
아이들이 방학해 있는 요즘 같은 때엔 괜히 더 마음이 바쁘고 쉽게 지친다.
부모의 부재로 고아신세가 될 뻔 한 가엾은 손녀딸. 그 빈자리 채워주려 평생 애지중지 키운 손녀딸 마음을 모를 리 없는 할머니. 할머니는 누구보다 내 마음을 잘 안다. 그래서 나는 그 보답을 꼭 해야만 한다.
“지 몸이 부서지는 줄도 모르고 맨날 괜찮다고만 하고.. 어서 내가 떠나야 네가 편할 텐데 그게 마음대로 안되니까 괴로워~ 살아있는 게 죄 같아 “
“할머니… 그런 말이 어딨어. 할머니 없으면 나야말로 어디 의지해.. ”
이런 말을 주고받는 게 일상이 된 우리. 비관적인 말을 들을 때마다 정신적으로 더 힘들어지지만 그 마음 깊숙히 자리한 나에 대한 사랑이 헤아려져 여전히 할머니는 내게 의지되는 존재임을 확인시켜 드린다.
빨리 죽고 싶다던 할머니는 볼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려는 내게 “붙잡아둘 수도 없고… 안 갔으면 좋겠다 “ 며 속마음을 내비친다.
올해로 90세가 된 나의 할머니.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참담하기 그지없던 생애..
탄식이 절로 나오는 그 외롭고 가여웠던 삶. 할머니가 삶의 끝자락에서 만큼은 외롭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도 하루 두 번 정해진 시간 전화를 건다.
“할머니 밥이랑 약은 챙겨 먹었어? “
우리는 언제까지 이 사소한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
할머니와의 추억들이 잊히기 전에 이곳에 하나씩 기록해보려 한다. 차마 어디에 말하지 못했던 내 마음속 이야기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