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후를 걱정하는 것

by 지금


“나 죽으면 네 아빠 어떻게 살라나 몰라. 길거리나 전전하고 노숙자처럼 사는 건 아닌지…“

아픈 손가락이어서였을까? 할머니는 본인의 마지막보다 남겨질 아빠에 대해 더 걱정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평생 아들 뒷바라지하며 살아왔으니 그 걱정의 이유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 말은 항상 나를 숨 막히게 했다.


본인이 없으면 아빠가 딸인 내게 더 의존하지 않을까 걱정이라 말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늘 내게 되묻곤 했다. 약속할 수 없는 미래의 일이었지만 마치 내가 확답을 해주기를 바라는 듯 느껴졌다. 할머니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면서도 중요할 땐 늘 아빠가 먼저인 것 같다는 생각에 심술이나 미칠 지경이었다.

‘할머니가 없어도 내가 아빠를 책임질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듣고 싶은 건가?’

부담감이 마음을 짓눌러 미간이 찌푸려졌다.

‘육십 넘은 아들의 안위가 그렇게 걱정되는 걸까?’‘그럼 나는? 할머니가 떠난 후에 나는?‘

혼자 넘겨짚으며 마음속에서 서운함이 폭발했다.


“물론 힘들겠지. 그래도 아빠 잘할 거야~ 왜 그렇게만 생각해. 아빠가 들으면 기분 나쁘겠다. “

본인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고 거리를 전전하는 신세가 될 거라는 그 말도 바로잡아주고 싶었다. 그 말은 틀렸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든 건 누굴까? 지나친 사랑의 결과물 아닐까. 자식이 무서워 아무 말도 못 하고 원하는 대로 아니 때로는 원하지 않아도 알아서 모든 걸 해줬던 할머니에게도 책임이 있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쓸데없고 부질없으며 건방지기까지 한 생각들이었다.


그런 생각도 잠시, 슬픈 얼굴을 계속 마주하느니 거짓 약속이라도 하는 게 마음 편할 거 같았다.


할머니한테 하는 만큼 잘할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내가 설마 아빠를 모른척하겠냐며 아빠에겐 내가 있으니 걱정 말라고 다독였다.

내게 미안해하면서도 안도하는듯한 할머니를 보며 양가감정이 들었다. 안쓰러운 동시에 미웠다.


나를 힘들게 키워주신 것에 감사하며 그 사랑은 평생 갚아도 갚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내게 상처를 준 아빠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도 아빠를 위해서가 아닌 할머니를 위해서였으니 앞으로도 그냥 그러면 되는 거였다. 누가 등 떠민 것도 아니고 오로지 내 마음이 그러라고 시켜서 이제껏 잘해왔는데… 나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나는 걸까.

나는 지금 내 마음 편하자고 억지 효도를 하고 있는 걸까?


할머니 없으면 내가 무너질 거 같다고, 나는 어쩌냐고 물으니 이내 참았던 눈물을 쏟으며 자신은 잊고 행복하게 살란다.

“그러지 말어. 너는 신랑도 있고 토끼 같은 새끼들도 있으니까 나는 잊어버리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아야 돼. 꼭 그래야 돼 “


할머니는 사실 아빠의 안위에만 관심 있던 것이 아니라 진짜로 사랑하는 손녀가 걱정돼서, 내가 행복하지 않을까 봐 걱정되었던 것이다.

그칠 줄 모르는 할머니의 눈물은 나의 치사한 생각들이 사랑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오해였음을 알게 해 주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의 조용한 몸부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