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가면 꼭 안쪽 깊숙한 모서리 자리를 사수하고 밝은 조명이 있는 곳보다는 침침한 곳을 더 선호한다. 낮에 돌아다니기보다는 밤산책을 좋아하고 왁자지껄 한 번화가를 가느니 차라리 외딴섬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들을 때도 불을 끄고 듣는 걸 좋아하고 눈물이 날 땐 이불속에 얼굴을 파묻고 소리 없이 울어야 한다. 어딜 가든 옷은 항상 무채색 계열로 깔맞춤. 여기에 모자와 검정 마스크까지 장착한다.
행색이나 행동이나 어딘가 비밀이 많아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범죄 전력이 있다거나 누구에게 쫓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이유 없이 어딘가에 자꾸 숨고 싶을 뿐.
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내 ‘마음’을 드러내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세상 속에, 사람 속에 속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지만 가능한 ‘조용히’ 살고 싶어 자꾸만 어딘가에 숨어 들어간다.
브런치스토리. 이곳에 오게 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이곳이 나의 대무나 숲이 되어주기를 바랐다. 조용히 살고 싶지만 내 속은 너무 시끄러우니까, 소리칠 곳이 필요하긴 하니까. 한 발짝 뒤에 숨어서 나를 드러내고 싶었나 보다.
오늘은 샤워 후 수증기로 뿌옇게 김이 서린 거울 앞에 한참을 서있었다. 안갯속에 갇힌 듯한 느낌도, 김이 서려 한 겹 모자이크 처리된 거울 속의 나도 제법 맘에 들었다. 뿌연 안개가 기운 없이 축 처진 어깨와 슬픈 얼굴을 가려주어 다행이었다. 나는 또 숨어서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