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따사로운 햇살도 짜증스럽고, 새들의 노랫소리가 그저 소음으로만 들리는 날.
내 심사가 단단히 꼬인 날 말이다.
못났다~ 못났어. 무엇이 그렇게 내 마음을 건드린 걸까.
세상 만물을 삐뚤어진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는 그런 날에는 말도 행동도 모두 조심해야 한다.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하거나, 본심과 다르게 행동할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다는 건 아마도 그 마음이 진짜 내 마음이 아니기 때문일 거다.
기분대로 말하고 행동했다가 후회한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 이불 킥하고 싶은 흑역사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마음 수양을 위해 노력한다. 정제되지 않은 말을 내뱉지 않으려 침묵하는 연습을 하는데 이 또한 쉽지가 않다. 말하는 것보다 침묵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는 중이다.
호흡을 가다듬고 차분히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려도 안된다면?. 그럴 때는 좀 치사하지만 순수한 아이의 마음에 기대서 내 마음을 씻어본다.
아이가 깨어 있다면 엄마 좀 안아달라고 말하거나 잠들어있다면 조용히 잠든 아이의 등에 머리를 기대 본다. 작지만 넓은 아이의 품이 얼마나 포근하고 따뜻한지 차갑게 식어가는 내 마음을 데워준다. 근심은 다 내려놓으라는 듯이 나를 다독이는 아이 품 속에서 다시 깨끗이 정화되는 나의 마음.
아이는 모르게 하고 싶다. 엄마의 병든 마음을, 엄마의 모난 모습을. 그래서 나는 언제 들켜도 창피하지 않을 건강한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계속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