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디 안 가.

by 지금


코로나 때부터 이어진 대체식 배분. 코로나 상황도 상황이었지만 그 시기 할머니의 고관절 수술이 맞물려 거동이 불편해지자 더이상 복지관 경로식당 이용이 불가해졌다. 그 이후 복지관에서는 집에서도 끼니를 챙기실 수 있도록 일주일에 두번 일회용밥과 간편 조리식 등을 배분했다. 한 가지 문제는 배달까지는 어려워 가족 누군가는 꼭 복지관으로 밥을 타러 가야 한다는 것. 아이도 돌봐야 하고, 재택근무 업무도 해야 해서 버거울 때가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두 번씩 정해진 날짜, 정해진 시간에 대체식을 타러 다닌 시간이 4년이 넘었다.


그런데 얼마 전 담당 선생님께서 곧 대체식 배분이 종료될 거 같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여러 가지 문제로 진작 종료 이야기가 나왔지만 거동이 어려우신 어르신들의 끼니가 걱정돼 계속 끌어왔다고 했다. 대체식 종료 후에는 일주일에 두 번 간단한 반찬을 집으로 배달해 줄 테니 직접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잘된 일이었다. 나도 쫓기듯 생활하지 않아도 되고, 지원이 아예 끊어지는 것도 아니니 그저 감사하다고만 생각했다. 할머니 역시 그렇게 되면 나의 힘을 덜어줄 수 있으니 잘됐다며 좋아했다.


그리고 오늘 마지막 대체식을 수령했다. 내가 건넨 장바구니를 받아 든 할머니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당황스러워 왜 우시냐 물었더니 "이제 자주 못 보겠네" 그러신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반찬 지원으로 바뀌면 복지관에서 직접 배달을 해주니 내가 이제 자주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할머니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아니. 내가 어디 가? 변하는 건 없어 할머니. 바쁘면 요일을 조정할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일주일에 두 번은 꼭 올 거라니까? 왜 그렇게 우는 거야. 마음 불편하게."

"몇 년 동안 이렇게 해왔는데 끝이라고 생각하니까... 이제 너도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일도 편하게 하고 애들도 좀 더 신경 써. 그동안 너무 고마웠어"


"아니야. 나 약속 잘 지키는 거 알잖아. 지금처럼 할머니 보러 올 거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



무슨 마지막 말을 하는 사람처럼 연신 고맙고 미안했다 말하는 할머니.

할머니의 마음을 안다. 항상 나에게 많이 미안해하는 것을... 내 짐을 덜어주고 싶어 하면서도 손녀와의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서러운 그 마음을.


아마 또 그 생각을 하며 불 꺼진 방에서 혼자 울고 있겠지? 나도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운다. 우울을 벗 삼아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을 그 모습이 눈에 선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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