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일
外面自是等閑物(외면자시등한물)
中心別有淸新馥(중심별유청신복)
겉으로는 그저 보잘것없는 물건이지만
그 안에는 맑고 산뜻한 향기가 있지
- 조수삼(趙秀三, 1762~1849), 《추재시고(秋齋詩稿)》
어제의 환한 달, 오늘의 청명한 하늘을 보며 마음이 흐뭇해지는 오늘입니다. 제가 묵는 숙소 둘레에는 밭과 나지막한 산이 둘러싸여 있어 마치 숲속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짙은 보랏빛 나팔꽃과 노란 호박 꽃잎이 묘하게 색상의 대조를 이루고 있고 검은 나비 호랑나비, 주홍빛 나비, 노란 나비, 흰 나비들이 맥문동과 수시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 시는 조선 후기 중인(中人)인 추재 조수삼(1762~1849)의 <국화 베개[국침(菊枕)]>입니다. 10대들과 이 시를 함께 읽은 이유는 외관상으로는 일상의 흔하디 흔한 평범한 베개이지만 이것을 베고 누워 보면 국화의 은은한 향기가 퍼져 나오듯 우리 10대들도 외양(겉모습)을 가꾸는 데 치중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은은한 향기로 채우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입니다.
케냐 출신으로 환경 단체 ‘그린벨트 운동(Greenbelt movement)’을 창설한 여성 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왕가리 마타이는 아프리카 전역에 나무 심기 운동을 이끌었습니다. 그녀의 그린벨트 운동의 네 가지 핵심 가치는 첫째, 환경에 대한 사랑 둘째, 지구 자원에 대한 감사와 존중 셋째, 자강과 자기 발전 넷째, 헌신하려는 마음과 자발적 활동입니다.(왕가리 마타이, 《지구를 가꾼다는 것에 대하여》)
이러한 삶의 자세가 자신과 사물을 사랑하는 애물(愛物:만물을 사랑함)의 정신이며 애물을 통해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하고 고민하고 성찰해보는 자기 사랑과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10대들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각하는 삶을 통해 자신의 향기도 채우고 타인에게도 그 향기를 전파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