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일
莫笞牛牛可憐(막태우우가련) 소를 매질하지 마라, 소는 불쌍하니
牛雖爾牛不必笞(우수이우불필태) 아무리 네 소지만 꼭 때려야 되느냐?
牛於汝何負(우어여하부) 소가 네게 무엇을 저버렸다고
乃反嗔牛爲(내반진우위) 걸핏하면 소를 꾸짖는 거냐
負重行萬里(부중행만리) 무거운 짐 지고 만 리 길을 다녀
代爾兩肩疲(대이량견피) 네 어깨 뻐근함을 대신해 주고
喘舌耕甫田(췌설경보전) 숨을 헐떡이며 넓은 밭을 갈아
使汝口腹滋(사여구복자) 너의 배를 불려준다
此尙供爾厚(차상공이후) 이만해도 네게 주는 게 많은데
爾復喜跨騎(이부희과기) 너는 또 걸핏하면 올라타는구나
橫笛汝自樂(횡적여자락) 너는 피리 불며 즐겁다가도
牛倦行遲遲(우권행지지) 소가 힘들어 천천히 가면
行遲又益嗔(행지우익진) 꾸물댄다고 또 꾸짖어 대며
屢以捶鞭施(누이추편시) 몇번이고 매질을 하지
莫笞牛牛可憐(막태우우가련) 소를 매질하지 마라, 소는 불쌍하니
一朝牛死爾何資(일조우사이하자) 하루아침에 소가 죽는다면 너는 어이하리
牛童牛童爾苦癡(우동우동이고치) 소 치는 아이야 넌 참 어리석다
如非鐵牛安可支(여비철우안가지) 소 몸이 무쇠가 아닌데 어찌 배겨 내겠느냐?
- 이규보, <막태우행(莫笞牛行)>
오늘은 9월 4일 이 땅에 떨어진 교권 회복을 위해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이 한마음을 내는 날입니다. 부디 무탈하게 평화적으로 집회를 마치고 오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후방으로 밀려나 함께 하지 못하는 마음 무겁고 송구할 따름입니다. 아울러 한 편의 글을 올리는 것조차 회의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따지고 보면 결국 자본과 힘의 논리에 밀리지 않기 위해 연대하고 단합하며 제 목소리를 내는 일은 그 어떤 가치보다 소중하며 지구 생명의 공동체를 자비와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릇된 것을 바른 것으로 되잡기 위한 굵직하며 정의로운 행동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고려 중기 재상을 지낸 이규보의 <소를 매질하지 마라[막태우행(莫笞牛行)]> 이란 시를 함께 읽어 보았습니다. 옛날 시골에는 집안에 외양간을 두어 소를 마치 한 가족처럼 대하고 도살장으로 소를 보낼 때에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것처럼 소와 주인의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아 함께 슬퍼하였습니다. 오늘날에도 반려동물은 인간의 정서를 매만져주고 배신하지 않는 성향 때문에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전직 환경변호사이자 현직 목축업자이기도 한 니콜렛 한 니먼은 그의 저서 《소고기를 위한 변론》에서 기후 온난화의 주범으로 오해받고 있는 소의 사육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들려줍니다. 소가 풀을 먹은 다음 되새김질을 할 때 트림을 하게 되는데 이 트림으로 인해 메탄가스 방출이 기후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이는 사실과 무관하며 공장식 축산과 가공,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큰 영향을 차지하며 소를 자연 상태에서 방목하며 키운다면 메탄가스는 자연 상태에서 몇 시간 이내에 소멸되며 전혀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는 주장을 과학적 근거와 사례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연 상태에서 방목을 하게 되면 소가 흙을 밟음으로서 흙의 성질을 고르게 해주고 이들의 배설물이 흙 속 미생물에 의해 퇴화되고 발효되면 흙 속의 영양분, 무기질을 풍부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탄소를 가두어 두는 역할[탄소격리], 초원과 소 양쪽 모두에게 상생의 역할을 하는 이점이 있음을 깨우쳐 주고 있습니다.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피부에 영양분을 공급해서 피부를 윤기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소는 살아서도 여러 가지 이점을 제공하지만 죽어서도 고기를 비롯하여 힘줄과 이외의 여러 부위들을 인간 생활에 필요한 제품으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하니 이만큼 사람과 생태에 유익한 동물이 어디 있을까요? 소는 살아서는 인간에게 친구이자 반려동물로서 정서적으로도 풍부한 감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미워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지요.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의 인품은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판가름 납니다. 우리 아이들도 소의 입장에서 생명을 생각하였고 반려동물도 벗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아끼고 사랑하자고 말합니다. 말을 할 수 없는 동물은 아무 죄가 없으며 폭력은 나쁜 것이라고도 이야기 합니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배려하고 존중받는 아름답고 살기 좋은 생명 공동체의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표현은 흔한 말이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10대들의 생명에 대한 배려와 책무를 잘 드러낸 명문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