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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삶을 위한 한시 읽기

37일

by 은은


禮義廉恥(예의염치) 예의염치는

人之四綱(인지사강) 사람의 네 가지 벼릿줄이 되는 것이니

人無四綱(인무사강) 사람에게 네 가지 벼릿줄이 없으면

豈有孝行(기유효행) 어찌 효도하는 행실이 있을 수 있으랴

當食可食(당식가식) 먹을 것을 먹고

非食勿食(비식물식) 먹지 아니할 것은 먹지 아니하며

非義勿受(비의물수) 의가 아니면 받지 말고

非禮勿行(비례물행) 예가 아니면 행하지 말라

- 이황(李滉, 1502~1571), <계염의(戒廉義)>


날이 어두울수록 노란 호박잎이 더욱 도드라지게 보이는 오늘은 구월의 첫날입니다. 벌써 한 해의 삼분의 이가 훌쩍 지났습니다. 어제는 슈퍼 블루문이 뜬다고 해서 많은 분들이 기대를 모으고 지나간 시간을 정리하며 다가올 명절과 한 해의 소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족과 친구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가졌으리라 생각됩니다. 아쉽게도 이곳 함안은 날이 흘려 달은 보지 못하고 구름 속 환희 뜬 달만 상상하였습니다.


일찍이 맹자는 “사람은 부끄러움이 없어서는 안 된다. 부끄러움이 없는 것을 부끄러워하면 부끄러울 일이 없을 것이다.”《맹자》, 「진심상(盡心上)고 하며 사람으로서 부끄러워해야 할 일에 부끄러워하는 일의 중요성을 간파하였습니다. 예절과 의리, 청렴과 부끄러움에 관한 교육은 먼저 가정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옛 선인들은 쇄소응대(灑掃應對)라고 하여 마당에 비질하고 물 뿌리며 응대하는 일이 사람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요즘은 가정 경제를 꾸려가기 위해서는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형편이다 보니 가정교육 특히, 밥상머리 교육(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면서 대화와 소통을 통해 유대감을 형성하는 동시에 인성을 키워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밥상에서 지혜·인내심·배려·규율의 기본을 가르쳤습니다)이 뒷전으로 밀리는 일이 많게 되었습니다.


부모님 출근 시간과 아이들 등교 시간이 다르며 퇴근 시간과 하교 시간 또한 다릅니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아이가 태어나서 채 1년이 되지 않았는데도 형편상 어린이집에 보육을 맡겨야 하는 경우가 많고, 좀 더 자라면 어린이집 혹은 유치원에 자식 교육을 맡기게 됩니다. 예의염치를 익히기 위한 가정교육이 일차적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 가정에서 이뤄져야 할 교육까지 떠맡게 되어버렸습니다.


바쁘고 힘들더라도 자녀교육 특히, 밥상머리 교육만큼은 일차적으로 가정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이어서 학교, 지역사회가 합심하여 지원하고 보완해주어야 합니다. 국가에서는 가정에서 밥상머리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일주일에 1~2회 정도라도 출근 시간을 늦추어 준다든지 혹은 퇴근 시간을 당겨준다든지 하는 법적·제도적 보완을 다른 시책들보다 우선 사항으로 고려해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밥상머리 교육에 대한 홍보와 국민들의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 또한 선행되어야 합니다. 여기 밥상머리 교육의 필요성과 효과 및 ‘교육부 밥상머리 교육 실천지침 10가지’에 관한 좋은 글이 있어 인용해 봅니다.


지역이나 시대를 초월하여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은 유대감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해왔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음식을 먹으며 하루 일과를 공유하고, 서로의 감정에 공감하는 소통의 장이 바로 식사자리이다. 밥상머리 교육은 이런 대화와 공감을 통해 기본적인 예절교육·인성교육·사회성 교육 등을 수행하고, 그 속에서 가족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한다.(밥상머리 교육의 필요성)


가족식사 시간의 대화는 언어습득과 언어구사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하버드대 캐서린 스노우 박사팀의 연구로 밝혀진 바 있다. 또한 콜럼비아대 약물오남용 예방센터(CASA)는 A, B학점을 받는 학생이 C학점 이하를 받는 학생에 비해 주당 가족식사 횟수가 현저히 높았고, 가족과 자주 식사를 하는 청소년들에 비해 그렇지 않은 청소년의 흡연율이 4배, 음주율이 2배, 약물 사용비율이 2.5배 높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신시내티 아동병원의 블레이크 보우덴 박사 역시 가족과 식사를 하는 아동이나 청소년은 약물중독·우울·부적응의 가능성이 낮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가족식사를 통해 예절·공손·나눔·절제·배려를 학습할 수 있고, 균형적인 식습관이 형성되며, 가족 사이의 강한 유대감과 행복감이 생긴다고 입을 모은다.(밥상머리 교육의 효과)


<교육부 밥상머리 교육 실천지침 10가지>

1. 일주일에 두 번 이상 ‘가족식사의 날’을 가진다.

2.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에 함께 모여 식사한다.

3. 가족이 모두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먹고, 정리한다.

4. TV는 끄고, 전화는 나중에 한다.

5.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천천히 먹는다.

6. 하루 일과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7. 식사 중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식의 열린 질문을 던진다.

8. 식사할 때는 부정적인 말을 피하고, 공감과 칭찬을 많이 한다.

9. 가족식사 대화중에는 누구의 말도 중간에 끊지 않고, 끝까지 경청한다.

10. 식사는 행복하고 즐겁게 한다.

<교보생명 공식블로그 : 가족, 꿈, 사랑, http://kyobolifeblog.co.kr/2476>, 2017. 4. 20. 검색


밥상머리는 ‘대화와 공감’을 통한 소통의 장입니다. 가족과의 식사 시간을 통한 대화는 여섯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됩니다. 첫째, 언어습득과 언어 구사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둘째, 가족 식사 횟수가 높을수록 학력이 향상됩니다. 셋째, 흡연·음주·우울·학교 부적응 등의 비행 확률이 현저히 낮아집니다. 넷째, 가족 식사를 통해 예절·공손·나눔·절제·배려를 학습할 수 있게 됩니다. 다섯째, 균형 잡힌 식습관이 형성됩니다. 여섯째, 가족 사이의 강한 유대감과 행복감이 생깁니다. 이런 모든 효과는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부모와 자녀간에 눈과 눈을 맞추며 대화를 나누는 소통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이해와 배려, 공감을 받고 있다는 안정감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가족간의 식사를 통해 생태교육의 장을 마련하고 먹거리의 중요성, 기후위기 문제, 생명존중의 문제, 내가 먹는 것이 내 몸과 마음을 형성하므로 먹는 것을 가릴 줄 알아야 한다는 식생활 교육, 예의, 염치, 절제, 생명 사랑의 교육이 매일 매일 밥상머리에서 이뤄진다면 우리가 사는 지구 공동체를 조금 더 아끼고 사랑하고 배려하게 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퇴계 이황의 말처럼 “먹을 것은 먹고 먹지 말아야 할 것은 먹지 않으며 생명에 대한 예의가 아니면 베풀지도 행하지도 않는 것이 삼라만상에 대한 예의염치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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