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비, 10대와 생태적 삶을 노래하다
이번 시간에는 지난 시간에 이어 상촌 신흠의 글들을 계속 살펴보고자 합니다. <시골살이[촌속(村俗)>라는 시입니다.
村俗雖云野(촌속수운야) 시골살이 촌스럽다 말들 하지만
方之市朝優(방지시조우) 도회지 생활보다 낫고말고요
逢年是爲樂(봉년시위락) 풍년 들면 그게 곧 즐거움이요
食力復何羞(식력부하수) 일군 대로 먹고사니 부끄럼 없네
事簡元無累(사간원무루) 하는 일 간소하여 얽매임 없고
心閑少所求(심한소소구) 마음이 넉넉하여 욕심도 적소
靑門有瓜地(청문유과지) 문밖에 오이밭 일궈 놨으니
我與爾將儔(아여이장주) 나는야 옛사람과 함께 할테야
- 신흠, <촌속(村俗)>
이 시를 읽고 나니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저는 자기 소유든 남에게 빌려서 썼든 간에 남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땅을 일구어 그곳에서 난 먹거리(벼, 보리, 밀, 각종 채소와 과일)를 자기 삶에 필요한 물품을 스스로 구하고 만족[자급자족(自給自足)]해하는 삶이 떠올랐습니다.
요즘처럼 문명화된 시대에 땅을 일구는 일은 사람이 아닌 기계가 다 한다고 해도 과언(誇言: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기계로 농사를 지으면 빨리 지을 수 있고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지만 과연 자연의 흐름과 속도에 순응하는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기계를 대여하거나 사는 데 든 비용을 갚아나가느라 그것에 얽매이게 되지는 않을까요?
문명화된 시대의 속도가 아닌 나만의 속도로 땅을 일구고 수확하는 기쁨은 내면의 풍요와 노동의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지 않고 새소리, 물소리, 흙 속의 살아 있는 생명들을 보듬으면서 손수 땅을 일구는 삶이야말로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다른 직업 활동을 깎아내리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도하는 삶, 나 아닌 다른 것(타인, 흙, 동식물, 바위, 바다, 계곡 등)을 보살피고 친절을 베풀며 사랑하는 일은 그 어떤 가치 활동에 비할 바 없이 소중한 일입니다.
기후 위기는 에너지 위기, 삶의 터전의 상실, 종 다양성의 상실이기도 하고 먹거리의 상실을 불러옵니다. 꼭 시골이 아니더라도 가정에서 혹은 빌딩의 옥상에서 학교와 직장에서도 조그마한 여유 공간이 있다면 우리는 도시 텃밭 가꾸기를 실천할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수직으로 된 식물 가꾸기 시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우리가 여러 사람들의 삶의 지혜를 모은다면 도시 농업에 관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떠올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을 가꾸고 돌볼 줄 알 때, 수확한 생산물을 이웃과 함께 나눌 줄 알 때 우리의 생태적 삶과 지혜는 더욱 성숙되리라 생각됩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이 시의 제목처럼 일군 대로 먹고 살 줄 아는 마음의 넉넉한 품과 생태적 삶의 기술을 함께 넓히고 키워 나가보는 건 어떨까요?
10대 생각
· 앞으로 욕심 없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물건을 살 때도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만 사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 자기 삶에 필요한 물품을 스스로 구하고 만족할 줄 아는 삶의 모습이란 어떤 것일까 하고 떠올려 보게 되었다.
· 시골은 도시와 기술 발달 면에서 완전히 차이가 나지만 기술만이 발달했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꺠달았다. 앞으로는 시골에서 좋은 공기 맡으며 살고 싶다.
· 돈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작은 행복에도 즐거워할 수 있는 삶과 너무 큰 행복을 바라지 않고, 내 옆에 있는 사소한 행복에도 웃으며 욕심을 버리며 살고 싶다.
· 작은 것이라도 부끄럼 없이 살아가고 고마워 할줄 아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남의 것에 질투하지 않고 초라한 삶이라도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이 욕심 없는 삶이라 생각된다. 나 스스로 무언가 해낼 수 있는 게 있다면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 욕심 없는 삶이란 꾸준히 노력하고 오직 성과에만 목매지 않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자급자족할 수 있는 일에는 우선 지금 학생으로서 해야 하는 일인 공부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고 실천해 보려고 한다.
· 나도 무엇이든 나의 삶에 필요한 물품을 스스로 구하고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기계를 대여하거나 사는데 비용을 써버리는 바람에 그것에 얽매이게 되는 삶을 살지는 않을 것이다.
· 나 혼자 나의 힘으로 해내는 삶을 살 줄 알고 주어진 삶에 만족하라는 깨우침을 준 글을 읽게 되어 감사하다.
· 시에서는 화자가 다른 이의 손을 빌리지 않고 모든 것을 혼자하고 있었는데, 현재의 나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자급자족하며 살아갈 방도가 없다는 것이니 한 편으로는 부끄럽게 느껴졌다. 또, 시인은 스스로 했으니 부끄러움과 얽매일 일이 없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얽매여 있는 걸까? 생각해 보니 바로 가족에게 얽매여 있는 삶을 살고 있었다. 앞으로는 가족들에게 너무 많이 의존하기보다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넓혀가고, 이들을 더욱 소중히 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욕심없는 삶이란 어떤 삶을 말하는 걸까요?
2. 10대로서 여러분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일에는 무엇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