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일
玄天墮寒露 (현천타한로 ) 하늘에서 찬 이슬 떨어져
滴在青荷葉 (적재청하엽 ) 푸른 연잎에 방울졌네
水性本無定 ( 수성본무정 ) 물은 본래 일정한 모습이 없는데
荷枝喜傾則 ( 하지희경측 ) 연잎은 차고 기우러짐 좋아하네
團明雖可愛 ( 단명수가애 ) 등글고 맑은 물방울 사랑스러우나
散漫還易失 ( 산만환이실 ) 흩어지면 도리어 잃기 쉽구나
從君坐三夜 ( 종군좌삼야 ) 그대와 사흘 밤을 앉아
請問安心法 ( 청문안심법 ) 마음을 편히 하는 법을 묻고자 하누나
- 류성룡(柳成龍, 1542~1607), <우연히 읊다[우영(偶詠)]>
오늘 아이들과 함께 양산 회복교육을 다녀왔습니다. 일제 시대 때 지어진 수원인 법기수원지(法基水源池)와 영축산(靈鷲山) 남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으며 합천 해인사(법보사찰), 순천 송광사(승보사찰)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삼보사찰로 불리고 있는 양산 통도사(通度寺)를 다녀왔습니다. 법기수원지는 1927~1932년 일제강점기 때 우리 백성들의 노역으로 만들어진 가슴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수령이 140년된 반송(盤松)이 곁을 지키며 영령들을 말없이 품어주고 위로해주고 있습니다.
통도사는 초입길에 무풍한송로(舞風寒松路)가 각자의 사연을 안고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맞이해주고 있었습니다. 길이는 1.6km로 천천히 걸으면 20분 정도가 걸리는데 시원스레 뻗은 적송(赤松)들이 마치 용이 하늘을 향해 승천을 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절로 고개를 들어 보게 되는 멋진 풍광과 위용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통도사는 오랜 세월을 자랑하듯 목조 건물들이 많이 눈에 띄었고 스님들께서 선정(禪定, 반야(般若)의 지혜를 얻고 성불하기 위해 마음을 닦는 수행)중이시라 조심스레 대웅전과 관음전, 산신전 등을 둘러보고 교육원 아이들의 회복과 치유, 성찰과 성장을 기원하고 왔습니다.
류성룡의 호는 서애(西厓)이고, 시호(諡號, 왕이나 사대부들이 죽은 뒤에 그 공덕을 찬양하여 추증하는 호, 는 문충(文忠)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직전 군관인 이순신(李舜臣, 1545-1598)을 천거하여 선조로 하여금 전라좌수사로 임명하도록 하였으며 이순신으로 하여금 임진왜란 당시 열세였던 조선의 전세를 역전시키는 데 공을 세웠고, 임진왜란에 4도 도제찰사, 영의정으로 어려운 조선 조정을 총 지휘하였습니다. 노랑해전과 같은 날인 정인홍, 이이첨 등의 북인의 상소로 인해 영의정에서 관직삭탈을 당하게 됩니다.다. 안동으로 내려가 선조의 부름에도 올라가지 않고 임진왜란 때 겪은 후회와 교훈을 후세에 남기기 위해 《징비록(懲毖錄)》을 저술하였다. 이 책은 국보 제132호입니다. 죽을 때까지 청렴하고 정직한 삶을 살았던 청백리(淸白吏이면서 ‘조선의 5대 명재상(名宰相)’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이순신과는 어려서부터 같은 동네에서 함께 자란 절친한 사이로서 후견인 역할을 하였으며 이순신의 형 이요신과 친구사이기도 합니다.(위키백과 참조)
위 시는 제가 '깨어 있음'을 떠올리며 늘 마음 속에 애송하는 경계의 말입니다. 지은이를 몰랐었는데 오늘 네이버 검색을 하며 새로이 알게 되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songpoet/222457403887) 지면을 빌어 블로그 주인이신 송명호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푸른 연잎에 방울지는 모습과 또르르 방울이 떨어지는 장면, 연잎에서 떨어질듯 말듯 하는 물방울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을 엿봄과 동시에 맑고 경쾌한 느낌을 불러일으킵니다. 애정하는 사물은 도리어 잃기도 쉬워서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꼭 우리네 삶의 모습을 담고 있어 공감을 자아내는 시이기도 합니다. 덜어내어야 채울 수 있다는 노자의 가르침도 연상됩니다. 푸른 연잎과 물방울의 모습도 좋아하지만 마지막 두 구가 개인적으로 인상깊게 여기는 부분이기도 하며 저의 평생의 화두이기도 합니다.
"그대와 함께 사흘 밤을 앉아/마음을 편히 하는 법을 묻고자 하노라"
여러분은 누구를 스승으로 또는 멘토로 삼아 자신의 마음을 편히 하고자 하는지요? 또 마음을 편히 하려면 어떤 삶의 가치를 중심에 두고서 살아가야 할까요? 마음을 편히 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어?/아!하는 새로이 깨닫게 된 내용과 발이 닳도록 실천하려는 정성이 일치된 삶이 기후, 문명, 생태적 위기의 시대에 요구되는 참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