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가 자욱한 교육원 아침입니다. 저희 교육원에는 흡연으로 인해 출석정지를 받고 입교한 학생이 있습니다. 첫날은 괜찮은가 싶었는데 이튿날이 되자 금단증상 때문인지 돌발행동을 합니다. 교육활동 중에 혼자 앞서가고 표정은 시무룩하며 학교로 돌아가서 자퇴를 하고 싶다는 등의 협박 아닌 협박을 거침없이 합니다. 교육원의 규칙을 내세우며 짐짓 모른체 위탁 기간 동안 끌고가는 것이 맞는 것인지 집에 잠시 다녀오라며 숨쉴 구멍을 주며 달래고 어르는 것이 나은 것인지 잘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어제 아이를 데리러 온 어머님의 아이에 대한 실망과 교육원에 대한 원망이 담긴 표정이 잊히질 않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조선 중기 대학자이자 오천원 권에도 나와 있는 율곡 이이의 글을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사람의 타고난 외모는 요즘 성형수술로 일정부분 고칠 수 있지요. 타고난 체력 또한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현재의 몸 상태보다 나아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외형적 조건 외에 우리가 가꿔야 하는 것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요?
율곡은 바로 ‘우리의 지혜와 인품을 가꿔야 하지 않느냐’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지혜와 인품을 가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또 훌륭한 인품이라는 것을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요?
유가의 경전 중 《대학(大學)》에는 명명덕(明明德)이란 말이 있습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밝은 성품인 덕을 다시 밝힌다는 뜻입니다. 본래의 밝은 덕을 왜 다시 밝히는 걸까요? 또 본래의 밝은 덕을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우리 동양에서는 사람이 태어날 때는 하늘이 부여해 준 천품(天稟:날 때부터 갖추고 태어난 기질과 성품)이 때가 없이 순수하고 밝았다고 믿어 왔습니다. 자라면서 세상의 때가 묻게 되고 좋은 일보다는 안 좋은 일을 빨리 습득하고 흉내를 내게 됩니다. 그래서 밝은 성품을 다시 회복하자는 뜻으로 명명덕이라고 하였습니다. 명명덕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꾸어 묻겠습니다. 우리는 왜 공부해야 할까요?
그 답은 여러분 각자가 가지고 있을 거지만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앞에서 율곡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 훌륭한 지혜와 인품을 가지기 위해서겠지요. 그럼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자는 “예절로서 자신을 바로 세우고 시로써 도덕적 감성을 키우고 음악으로서 세상과 조화롭게 지내라[입어례 흥어시 화어악(立於禮 興於詩 和於樂)]”고 하였습니다. 저는 공자의 이 말을 마음의 지침으로 삼아 꾸준히 실천해 나간다면 여러분만의 독특한 지혜와 감성, 훌륭한 인격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부터 예절 하나, 친절 하나, 시 한 수 짓기, 감사 일기 또는 성찰일지 쓰기, 악기 배우기를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맹자는 “잃어버린 본래의 마음을 되찾으라[구방심(求放心)]”고 하였습니다. 우리가 잃거나 놓치고 있는 마음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생명을 사랑하고 이웃에 친절하며 침묵과 명상을 통한 우주의 참나를 발견함이 아닐까요? 이번 생은 망한 것이 아닌 본래의 청정한 나를 되찾기위해 ‘더 큰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깊은 뜻이 숨겨져 있는 건 아닐런지요?